우크라, 모스크바 때려 ‘종전 압박’
아파트 타격…민간인 사망
러시아인 공포심 유발 목적
미 “사거리 제한 해제 논의”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 등에 대규모 드론 공격을 감행했다. 러시아 본토 깊숙이 전선을 옮겨 종전을 압박하려는 전략의 하나로 풀이된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우크라이나가 서방 국가가 제공한 장거리 무기를 이용해 러시아 본토를 공격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러시아 국방부는 10일(현지시간) 밤사이 우크라이나의 무인기(드론) 144대를 격추했으며, 그중 20대는 모스크바 상공에서 파괴했다고 밝혔다.
모스크바 라멘스코예 지구 고층 아파트 최소 2곳이 드론 공격을 받아 1명이 숨지고 8명이 다쳤다. 모스크바에서 드론 공격으로 민간인이 숨진 건 처음이다. 해당 지역에 사는 한 주민은 “창문에서 불덩어리가 보였다. 폭발 충격으로 창문이 날아갔다”고 말했다.
이번 공격으로 모스크바 3개 공항이 6시간 이상 폐쇄됐다. 모스크바로 들어가는 주요 도로인 카시르스코예 고속도로는 일부 드론 잔해가 떨어지면서 일시적으로 통행이 차단됐다. 이날 공격은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본토에 감행한 역대 최대 규모 드론 공격 중 하나로 꼽힌다.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본토에 드론 공격을 이어가는 전략을 두고 ‘심리전’ 성격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러시아 군사 전문가 안드레이 메드베데프는 자신의 텔레그램 채널에 “(우크라이나의) 공격은 기반 시설뿐 아니라 민간인의 정신을 파괴하려는 광범위한 목적이 있다”며 “목표는 공포심을 유발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가디언은 “우크라이나의 전략은 러시아 본토로 싸움을 옮겨 러시아 시민들이 더는 전쟁을 외면할 수 없게 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실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러시아인들이 가까이에서 전쟁을 경험토록 해 종전에 대한 현지 여론을 움직이려 한다는 의도를 공공연히 밝혀왔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우크라이나의 장거리 무기 사용에 대한 제한을 해제할 것이냐’는 기자들 질문에 “지금 그 문제를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그동안 러시아 본토를 타격할 목적의 무기 사용을 제한해왔던 미국 입장에 변화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처음 시사하는 것이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도 이날 영국 스카이뉴스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의 장거리 무기 사용에 대해 “배제하지 않는다”며 바이든 대통령과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가 13일 워싱턴 회담에서 논의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런 변화는 지난주 이란이 서방의 경고를 무시한 채 러시아에 수백발의 단거리 탄도 미사일 등을 제공한 사실이 알려진 데 영향을 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미 정부가 우크라이나의 장거리 미사일 사용을 전격 허용한다면 2년7개월째 이어지는 전쟁도 전환점을 맞게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김희진 기자 hj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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