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대선 공약에 밀려…대구시, 신청사 건립 ‘속도’
문체부, ‘문화예술허브’ 부지 확정…시 변경 제안 거부
당초 예산 부족 이유 표류…시 “2030년 완공 목표” 선회
대구시가 홍준표 시장 취임 이후 ‘예산 부족’을 이유로 우선순위에 두지 않았던 신청사 건립사업에 갑자기 속도를 내고 있다. 정부가 문화예술허브 사업 예정지를 변경해 달라는 대구시의 요구를 거절하면서, 사업 예정지인 현 청사를 비워줘야 할 처지에 놓이면서다.
11일 대구시에 따르면 대구시는 행정국장을 단장으로 신청사건립추진단(TF)을 구성했다. 오는 11월까지 설계비를 확정하고 본격적으로 신청사 건립을 추진할 예정이다. 2026년 착공, 2030년 완공하는 게 목표다.
시는 비좁은 업무공간과 건물 노후화 등을 이유로 새 청사 건립사업을 추진해왔다. 전임 시장 때인 2019년 시민 대표단의 토론과 투표 등을 거쳐 달서구 옛 두류정수장을 예정지로 정했다. 대구시는 2012년부터 청사건립기금을 적립해 한때 1765억원까지 모았다. 하지만 코로나19 대응 등에 대부분을 사용하면서 착공이 미뤄졌다.
대구시가 새 청사 건립을 재촉하게 된 것은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문화예술허브’ 조성사업의 예정지를 현 대구시청 산격청사에서 달성군 대구교도소로 변경해 달라는 대구시의 요청이 끝내 받아들여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문화예술허브는 ‘국립근대미술관’과 뮤지컬 전용극장 등이 포함된 ‘국립뮤지컬콤플렉스’를 짓는 사업이다.
앞서 대구시는 지난해 4월 “예산 부족으로 신청사 건립사업이 지지부진하다”는 이유로 문화예술허브를 달성군 대구교도소 이전 터에 조성하자고 문화체육관광부에 제안했다.
하지만 정부가 최근 이를 수용하지 않기로 하면서 전략에 차질이 생겼다. 허브는 현재 대구시청 ‘산격청사’가 있는 경북도청 자리에 들어서는 것으로 사실상 확정됐다. 산격청사 의존도가 높은 대구시는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대구시는 2016년 9월부터 대구에 있던 경북도청이 경북 안동으로 이전하면서 비게 된 산격청사 건물(문체부 소유)을 임시로 사용 중이다.
현재 이곳과 기존 ‘동인청사’로 나눠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문체부는 이미 이달 초 국립근대미술관에 대한 예비타당성조사를 의뢰한 상태다. 늦어도 2026년 상반기쯤 사업 방식과 예산 규모 등을 산출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실시설계 등의 절차를 거쳐 2027~2028년쯤 착공이 가능하다.
대규모 시설 2개 등을 한 공간에 짓는 사업인 만큼 순차적으로 진행될 가능성은 있다는 게 문체부의 설명이다. 예를 들어 대구시의 신청사 건립 사업 속도를 감안해 직원 업무 공간인 건물을 제외한 주차장 등에서 먼저 공사를 시작하는 선택지도 있다는 것이다.
예타 결과 착공 시기가 당초 예상보다 늦춰지거나 기존 건물(옛 경북도청사)을 활용하는 등 사업방식의 변경 가능성도 있다.
다만 문체부 측은 현재 대구시 신청사 사업 완료 시점(2030년)에 대해 “조정할(앞당길) 필요성이 있다고 본다”는 입장이다. 여러 가능성을 감안해도 문화예술허브의 착공이 대구시의 ‘새집’ 완성보다는 앞선다는 것이다.
방을 빼줘야 할 상황에 놓인 대구시는 건립 재원 마련에 열을 올리고 있다. 현재 기금 689억원을 모았다. 공유재산 매각으로 2030년까지 5257억원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나 의회와 주민 반발도 변수다.
실제 지난달 30일 대구시의회는 “충분한 주민 의견 수렴과 설득 과정이 없다”면서 대구시가 제출한 칠곡행정타운(440억원) 등 7필지 매각안을 부결시켰다. 지난 4월에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대구시 관계자는 “문체부가 구체적인 공사계획을 확정하는 대로 신청사 건립 시기와 조율하는 방향을 논의할 예정”이라면서 “현재까지 상황으로는 (문체부) 일정을 맞추기 힘들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직원 업무공간으로 쓸 건물 임차 등의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백경열 기자 merc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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