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평원, 정원 늘린 의대에 평가 기준 강화…대학은 “난감”
대학 측 “증원 주도한 것도 아닌데…당장 인력 확충 등 부담”
한국의학교육평가원(의평원)이 내년도 입학정원이 10% 이상 증원된 의과대학 30곳에 대한 평가 기준을 강화한다. 교육부는 사후 심의를 통해 평가 기준이 타당한지 살필 방침이다. 의평원과 교육부 사이에 낀 대학들은 난감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11일 의평원이 홈페이지에 공지한 ‘2025학년도 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입학정원 증원에 따른 주요변화평가 계획’을 보면, 의평원은 10% 이상 증원된 30개 의대의 교육환경 전반을 올해부터 2029년까지 총 6년간 매년 평가한다. 2019년부터 사용하고 있는 의학교육 평가인증 기준(ASK2019) 92개 중 49개를 선별해 지표로 삼았다. 그간 의평원이 10% 이상 증원된 의대를 15개 기준으로 평가했던 것과 비교해 평가 기준이 강화됐다. 평가 주기 단축(2·4·6년→매년)이 부담된다는 대학들의 입장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의학교육 평가인증 첫해인 올해 의평원의 판정 지침은 더욱 엄격하다. 평가인증 기준 49개 중 80% 이상(40개)을 충족해야 한다.
특히 ‘세계의학교육연합회가 권고하는 기초의학 분야별로 적절한 수의교수를 확보하고 있는지’ ‘임상의학 전공분야별로 적절한 수의 교수를 확보하고 있는지’ ‘교육 기본시설을 적절하게 갖추고 있는지’ ‘교육 지원시설을 적절하게 갖추고 있는지’ ‘교육과정 실행을 위해 필요한 자원을 확보하고 이를 요구에 맞게 할당하고 있는지’ 등 5개 기준은 모두 충족해야 한다. 의평원은 2025학년도 신입생 교육을 위한 준비 상황이 적절한지도 평가한다.
대학 측은 부담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한 국립대 의대 관계자는 통화에서 “학교 입장에선 평가 기준에 맞춰 인력 확충을 할 수밖에 없다”며 “교수 전체가 동의하는 상황이 아닌데 완벽하게 준비해야 하는 상황이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다른 국립대 관계자도 “의대 입장에선 ‘우리가 증원을 원하지도 않았는데 평가까지 깐깐하게 한다’며 난감하다고 한다”고 말했다.
대학들은 내년도 입학 시점의 3개월 전인 올해 11월30일까지 주요변화 계획서를 의평원에 제출해야 한다. 의평원은 12월부터 서면·방문 평가를 진행한 뒤 내년 2월에 인증 또는 불인증 평가를 내리고 대학에 통보한다.
의평원의 인증을 받지 못한 의대에 미칠 여파는 크다. 고등교육법 시행령에 따라 의평원에 평가·인증을 신청하지 않거나 인증을 받지 못한 의대는 신입생을 모집할 수 없다. 의료법에 따라 의평원의 인증을 받지 못한 의대·의학전문대학원 졸업생은 의사면허 국가시험을 치를 수 없다.
교육부는 인정기관심의위원회를 가동해 의평원의 평가 계획에 대해 사후 심의를 벌이겠다고 밝혔다. 교육부는 이날 30개 의대에 의평원의 주요변화평가 계획에 대한 의견을 조회하는 공문을 보냈다.
탁지영 기자 g0g0@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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