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미국의 불명예” “해리스, 최악 협상가”…팽팽한 기싸움
트럼프 횡설수설하기도…“3 대 1 싸움” 편파 진행 주장
양측 모두 “내가 승자”…경합주·부동층 표심 영향 주목
10일(현지시간) 미국 대선 후보 TV토론에서 처음 대면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사이에는 100분 내내 팽팽한 긴장감이 흘렀다. 최대 경합주인 펜실베이니아주에서 ABC방송 주관으로 열린 토론에서 만난 두 사람은 서로를 “당신은 불명예이고 미국인들은 더 나은 대통령을 원한다”(해리스), “미국 역사상 최악의 부통령이자 최악의 협상가”(트럼프)라며 날카롭게 공격했다. 이번 미 대선의 처음이자 마지막 토론이 될 것이 유력한 이날 자리는 양당 후보의 건설적인 정책 논쟁보다는 기싸움으로 점철됐다.
오후 9시 필라델피아 국립헌법센터에 마련된 토론장에 들어선 둘은 짧은 악수를 나눈 뒤 첫 질문인 경제·물가 문제부터 공방을 벌였다. 해리스 부통령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부자 감세, 관세 공약 등이 중산층의 부담을 키우고 재정적자를 초래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해리스 부통령이 “최악의 인플레이션, 끔찍한 경제”에 책임이 있다고 맞섰다. 그는 답변하던 도중 돌연 “그와 조 바이든 대통령이 미국에 들여보낸 이들이 우리 나라를 파괴하고 있다”면서 이민 문제를 거론하기도 했다.
임신중지권 이슈에서는 해리스 부통령이 트럼프 전 대통령을 강하게 몰아붙였다. 그는 임신중지권을 지지하는 ‘로 대 웨이드’ 판결을 연방대법원이 2022년 폐기한 이후 “미국 20개 주에서 ‘트럼프 임신중지 금지법’이 시행 중”이라며 강간 등 범죄 피해자의 임신중지까지 금지하는 것은 “부도덕하다”고 비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내 입장은 (임신중지 인정 여부 등을) 각 주가 결정하도록 하자는 것”이라고 했지만, 연방 차원의 금지 법안이 의회를 통과하면 거부권을 행사하겠느냐는 질문에는 답변을 피했다.
두 후보는 우크라이나와 가자지구 전쟁 등 외교 문제, 2021년 1월6일 의회 폭동, 트럼프 전 대통령의 사법 리스크 등 대부분 사안에서 양보 없는 설전을 벌였다.
발언 시간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다소 길었지만 전체 분위기는 해리스 부통령이 주도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오늘 유권자 여러분은 낡고 오래된 각본, 거짓말, 불평, 험담을 많이 듣게 될 것”이라고 기선을 제압하면서 거듭 “이제 페이지를 넘기자. 과거로 돌아가지 않겠다”고 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계속 바이든 대통령과 연관 지어 자신을 공격하자 “당신이 경쟁하는 상대는 바이든이 아니라 나”라고도 했다.
반면 경제·이민 등 최대 쟁점에서 ‘해리스 책임론’을 제기하려 한 트럼프 전 대통령은 평정심을 잃은 듯한 모습을 자주 노출했다. 해리스 부통령이 “미국인들은 낡은 각본이 되풀이되는 것에 지쳤다”며 트럼프 전 대통령 유세 도중 사람들이 떠나버린다고 하자 트럼프 전 대통령은 얼굴을 붉히며 횡설수설했다.
양쪽은 모두 자신이 ‘승자’라고 주장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기자들이 모여 있는 스핀룸에 찾아와 “내가 했던 역대 토론 중 최고였다”고 했다. 그는 “3 대 1의 싸움이었다”고 말해 진행자들이 해리스 부통령에게 유리하게 토론을 이끌었다는 점을 시사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필라델피아에서 열린 지지자들의 토론 시청 파티에 참석해 “우리는 여전히 언더독(약자)이고, 선거는 매우 접전이 될 것”이라고 했다.
해리스 부통령이 선방했다는 평가가 우세하지만, 토론이 경합주 유권자나 부동층 표심에 미칠 영향은 향후 여론조사 등에서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 | 김유진 특파원 yj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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