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칼럼]국민연금 차등보험료율 도입할 만하다
정부가 발표한 연금개혁안을 두고 벌써부터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의무가입연령 상향, 자동조정장치 도입, 기금수익 제고 등 여러 논점이 있지만 가장 뜨거운 건 ‘연령대별 차등보험료율’이다. 결국 국회 심의에서 핵심 안건은 국민연금 모수개혁, 즉 ‘보험료율 13%·소득대체율 42%’로 집약될 텐데, 보험료율 수치보다 인상 방식이 관건으로 떠오른 것이다. 정부와 여당은 차등보험료율이 국민연금에서 세대 간 형평성을 도모한다고 설명하고, 민주당은 세대 간 갈라치기하는 졸속 대책이라 비판한다. 이렇게 시각이 현격하게 다르면, 사실상 여야가 동의한 보험료율 13%마저 흔들릴 수 있다. 이후 차등보험료율에 대하여 실질적인 토론이 진행되어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져야 한다.
나는 차등보험료율을 지지한다. 단, 보완이 필요하다. 일부에서 보완 가능한 일부 틈새를 마치 근본적 문제인 양 제기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차등보험료율이 외국에서 찾아볼 수 없는 새로운 방식인 만큼, 열린 토론을 통해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기 바란다.
차등보험료율이 전향적인 이유는 현재 국민연금이 지닌 세대 간 형평성 문제 때문이다. 우선, 소득대체율에서 연령대별 차이가 존재한다. 소득대체율은 1998년까지 70%였고 1999년 60%, 2008년 50%로 낮아진 이후 매년 0.5%포인트씩 하향해 2028년에 40%에 도달할 예정이다. 이에 정부안대로 소득대체율을 42%에서 고정하더라도 예전부터 가입한 50세는 생애 평균 소득대체율이 50.6%이고 20세는 42.0%로 격차가 존재한다
보험료율은 1988년 도입 당시 3%에 불과했고 1998년에 9%에 도달한 후 그대로다. 향후 보험료율이 13%로 오르더라도 지금 50대는 납부할 기간이 길지 않고, 지금 20대는 은퇴까지 높아진 보험료율을 감당해야 한다. 즉, 사회보험의 일반적 방식대로 모든 가입자에게 동일하게 단계적으로 보험료율을 인상한다면, 50대는 오른 보험료를 몇년만 납부하면 국민연금을 졸업할 수 있고, 청년들은 13% 보험료율을 계속 감당해야 하며 어쩌면 보험료율이 더 오를 수도 있다. 청년 세대는 중장년에 비해 급여 혜택은 적고 기여는 훨씬 큰 부담을 짊어져야 하는 처지에 놓여 있는 것이다.
국민연금에서 이러한 연령대별 기여와 부담의 차이를 그대로 놔두어야 할까? 사회보험에서는 이례적 방식이지만, 국민연금은 소득대체율이 과거에 후했다가 빠르게 낮아지고 반면 보험료율은 신속하게 오를 것으로 예상되는 이례적 제도라는 점을 직시해야 한다. 연령대별로 보험료율 인상 속도를 다르게 설계하는 것이 세대 갈라치기가 아니라 세대 간 공평성을 도모한다고 보는 이유이다.
정부의 차등보험료 방안에서 보완할 점은 무엇인가? 보험료율을 연령대별로 차등한 것은 고연령일수록 과거 후한 소득대체율의 가입 이력을 지닌다고 가정했기 때문이다. 사실상 차등보험료율은 기존 가입기간 차이를 감안한 방안이지만 간편 설계를 위하여 연령대별 차등으로 대체된 것이다. 이에 중장년일지라도 경력단절여성처럼 과거 가입의 혜택이 없거나 적은 사람들은 차등보험료율이 부당할 수 있다. 당연히, 가입기간이 짧은 중장년 가입자는 과거 후한 급여 혜택을 거의 받지 않았으므로 보험료율 인상에서 일부 감면 특례를 적용받아야 한다. 또한 10살 단위로 차등방안을 설계하다보니 특정 연령에서 보험료율 차이가 커지는 경우가 생긴다. 이후 국회 심의과정에서 적절하게 다듬어져야 할 것이다.
한편 보험료율 인상에서 반드시 고려해야 할 점은 보험료 지원이다. 상당기간 가입이력을 가지고 있더라도 당장 높아진 보험료가 상당히 부담스러운 계층이 있다. 이 가입자들에게는 과거 가입 혜택과 별개로 보험료율 인상을 감당할 수 있도록 보험료 지원이 필요하다. 현재 저임금 노동자의 사회보험료를 지원하는 두루누리 사업에서 중장년층 지원을 확대하고, 국민연금 보험료를 전액 본인이 납부하는 도시지역 가입자도 농어민에 준하여 국가가 대략 보험료 절반을 지원해야 한다.
결국 차등보험료율에서 보완은 정부의 재정 책임을 요구한다. 가입기간이 짧은 중장년에 대한 보험료 감면, 저임금 중장년 노동자에 대한 보험료 지원, 그리고 도시가입자 보험료 지원 모두 정부가 책임져야 할 몫이다. 과연 차등보험료율을 두고 사회적 합의를 이룰 수 있을까? 열쇠는 정부가 쥐고 있다. 진정 차등보험료율을 구현하려면, 정부는 보완대책을 위한 재정 지원을 선언해야 한다. 그래야 보험료율 인상에 대한 정부, 가입자, 기업의 사회적 분담이 구현되고 연금개혁도 열매를 맺을 수 있다.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정책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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