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한국 지속가능공시기준 의무도입, 늦춰져선 안 돼
2024년 여름은 지구의 지표면 평균기온, 해수 온도 등 모든 기록을 경신했다. 하지만 2024년 여름은 가장 시원했던 여름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만큼 기후변화는 심각한 문제다.
현재 지구온난화를 넘어 지구열대화가 진행 중이다.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이란 용어는 지구 존속 문제가 아니다. 예전 페름기 대멸종이나 공룡의 멸망 속에서도 지구는 꿋꿋이 자리를 지켜오고 대신 새로운 종이 출현했다. 기후변화로 인한 지속가능 여부는 인류 존속 문제임을 알아야 한다.
산업혁명 이후 인류가 배출한 이산화탄소 등 온실가스가 지구 온도 상승의 주범임을 깨달은 세계 각국은 2015년 강력한 구속력을 가진 파리협정을 마련했다. 2050년까지 지구 온도의 상승을 최대한 억제하고 돌이킬 수 없는 임계점을 넘지 않도록 세계 각국은 온실가스 순배출을 ‘0’으로 유지하는 넷제로(net zero)를 지키기로 약속했다.
넷제로를 달성하기 위해선 국가·기업을 포함한 모든 이해관계자의 노력이 필요하다. 우리나라는 세계 대다수 국가가 사용하는 국제회계기준(IFRS)을 사용한다. 한국회계기준원은 IFRS 재단이 제정한 지속가능보고기준인 S1, S2와 유사한 한국 지속가능공시기준(KSSB)을 제정해 공개초안을 발표하고 의견수렴을 거쳐 공시의무에 대한 시기와 범위 등을 곧 공표할 예정이다.
기존 지속가능보고서는 주로 조직이 지구와 환경을 위해 열심히 노력했다는 임팩트(impact) 관점에서 작성되었다. 물론 이러한 임팩트 측면도 지속가능성 제고를 위해 중요하지만, 보여주기식 활동에 그칠 수 있으며 나아가 위장환경보호, 즉 그린워싱(greenwashing)이 될 가능성이 크다. 반면 한국 지속가능공시기준은 앞으로 닥칠 기후변화로 인한 물리적 위험과 전환위험을 관리하고 통제한다는 측면에서 기업은 물론 주주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에게 유용하고 실질적인 정보를 제공할 것이다.
하지만 최근 한국 지속가능공시기준에 대한 부정적 시각이 거세다. 특히 기업들은 공시의무에 대한 우려, 도입 비용 증대 등 다양한 이유를 대며 여론을 호도한다. 환경·사회·지배구조로 대변되는 ESG란 용어를 한물간 유행으로 치부하며 미국이나 유럽 등 선진국들이 이를 포기하거나 연기했다고 주장한다. 이는 사실이 아니다. 오히려 이들 국가는 강력한 기후변화로 인한 위험에 대처할 수 있는 로드맵을 내세우고 있고 나아가 생물다양성 등 다른 환경 이슈에 대한 법규와 어젠다를 신속히 마련하고 있다.
기업과는 달리, 자산운용사나 연기금, 증권회사 등 기업의 이해관계자들은 기후변화 등 지속가능 정보 의무공시를 신속히 도입하고 강화하길 바라고 있다. 지속가능 공시가 기후변화 위험을 관리하려는 이해관계자의 의사결정에 유용하기 때문이다. 벌써 유럽 등 선진국은 기후변화에 대한 의무공시를 시작했다. 즉 지속가능 공시의무는 촌각을 다투는 일이며, 몇년 뒤 선진국의 움직임을 보면서 뒤따라간다고 당국이 판단한다면 국제사회에서 기후변화 대응에 뒤처지는 국가로 인식될 것이다. 또한 기업 편의를 봐준다고 도입 시기를 늦춘다면 기후공시에 대한 이해관계자들의 바람을 저버리는 것은 물론 기업들의 추가적 비용은 오히려 증가할 것이다.
한국 지속가능보고기준의 신속한 공시를 위해 정부는 물론 국회에서도 의무공시에 대해 여야가 합심해 입법화를 준비해야 힌다. 파리협정이 넷제로를 목표한 2050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우리나라는 IFRS를 신속히 도입해 국제적 정합성을 확보하고 이후 외감법 개정을 통해 회계투명성을 크게 개선해 기업가치를 제고, 국민소득 3만달러를 이뤘다. 지속가능보고기준의 의무공시에 있어서도 다수 이해관계자 의견을 신속히 수렴해 지속가능성이란 중요 이슈를 국제사회에서 선도적으로 이끌길 촉구한다.
손혁 계명대 경영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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