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범준의 옆집물리학]종단속도
떨어지는 것 중에는 날개가 없는 것도 있지만 모든 추락하는 것에는 종단속도가 있다. 높은 곳에서 떨어지는 물체를 떠올려보자. 장마철 500m 높이에 떠 있는 구름에서 떨어지는 빗방울에 중력만이 작용한다면 우리 머리에 닿을 때의 속도는 무려 초속 100m가 된다. 하지만 실제로는 기껏 초속 10m 정도로 그리 빠르지 않은 속도를 가진다. 중력의 반대 방향으로 다른 힘이 작용하기 때문이다.
떨어지는 물체는 공기 중의 수많은 기체분자를 헤집으며 아래로 움직인다. 물체가 기체분자를 아래로 밀면 기체분자는 그 반작용으로 물체를 위로 민다. 결국 수많은 기체분자의 충돌이 만들어내는 공기의 저항력이 중력 반대 방향으로 물체에 작용하게 된다. 물체가 빠를수록 기체분자가 더 빠르게 더 자주 부딪쳐 저항력이 크다. 가만히 떨어뜨리면 처음에는 물체가 그리 빠르지 않아 저항력은 작고 중력은 커서 물체의 속도가 점점 늘어나게 된다. 아래로 점점 빠르게 떨어지면서 저항력이 커지고, 종국에는 중력과 저항력의 크기가 같아지는 상황에 이르게 된다. 물체에 작용하는 힘을 방향도 고려해 모두 더한 알짜 힘의 크기가 0이 된다. 뉴턴의 운동법칙은 이때 가속도가 0이 되어 물체의 속도가 일정하게 유지된다는 것을 알려준다. 이렇게 도달한 최종 속도가 바로 종단속도다. 추락하는 모든 것은 점점 빠르게 떨어지다가 결국 종단속도에 이르고 이후에는 이 속도를 계속 유지하면서 지면에 도달한다.
달리는 차 밖으로 팔을 조금 내밀어 손바닥을 펼쳐보라. 차가 느리면 손바닥으로 느끼는 공기의 저항력이 그리 크지 않지만, 아주 빠른 속도로 움직이면 손바닥에 큰 힘이 작용하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공기의 저항력은 움직이는 물체가 빠를 때 속도의 제곱에 비례해서 커진다. 떨어지는 물체가 공기를 뚫고 나아가는 방향을 마주한 면적이 달라지면 저항력도 달라진다. 면적이 넓을수록 더 많은 분자와 충돌하기 때문이다. 자동차 속도가 같아도 차창 밖 손바닥을 90도 회전해 바람에 닿는 면적을 줄이면 공기의 저항력이 줄어드는 것으로 쉽게 확인할 수 있다. 공기보다 밀도가 훨씬 큰 물속에서 손바닥을 움직이는 것이 어려운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유체의 밀도가 크면 저항력도 커진다. 종단속도는 물체의 질량이 클수록, 유체 밀도가 작을수록, 그리고 단면적이 작을수록 커진다.
공기를 뚫고 높은 곳에서 떨어지는 사람의 종단속도는 무려 시속 200㎞에 이른다. 개미의 종단속도는 시속 6㎞ 정도로 느리고, 구름을 구성하는, 개미보다 훨씬 작은 물방울의 속도는 기껏 초속 1㎝에 불과하다. 물리학자가 자주 그리하듯, 낙하하는 물체를 크기는 달라도 밀도가 같은 둥근 구의 모습이라고 아주 단순하게 어림해보자. 질량은 구의 반지름의 세제곱에, 단면적은 반지름의 제곱에 비례해서, 종단속도는 구의 반지름의 제곱근에 비례하게 된다. 작을수록 느리게 떨어진다는 이야기다. 야구공보다 개미가 훨씬 느리게 떨어진다. 높은 곳에서 떨어져도 개미가 다치지 않는 이유다.
미국의 유명한 다리 금문교에서 지금까지 많은 사람이 투신했다는 기사를 얼마 전 읽었다, 투신자살 시도 후 생존한 사람은 전체의 5% 정도로 상당히 적었고, 얼마 전 많은 이의 안타까운 죽음을 막기 위해 다리에 안전그물을 설치했다고 기사는 전한다. 우리 대부분은 물을 상당히 부드러운 물질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우리가 일상에서 경험하는 보통의 속도에서 물은 전혀 딱딱한 물질이 아니다. 하지만 속도가 빨라지면 공기보다 훨씬 더 큰 밀도를 가진 물은 엄청나게 큰 저항력을 만들어낸다. 수면으로부터 높은 위치에 있는 다리에서 떨어진 사람은 물에 닿을 때 상당히 빠른 속도를 가지고, 수면에 닿은 직후에 물이 사람의 몸에 작용하는 저항력은 속도의 제곱에 비례해서 아주 크다. 결국 이렇게 높은 곳에서 떨어진 사람은 살아남기 어렵다. 빠르게 움직이는 물체에 작용하는 물의 저항력은 정말 커서 엄청난 속도로 발사된 총알도 물속에서는 급격히 속도가 줄어든다. 조금만 깊이 잠수해도 총상을 피할 수 있다.
유체 안에서 움직이는 모든 것에는 저항력이 작용한다. 지금까지보다 조금 더 빠르게 나아가려면 저항력보다 더 큰 추진력이 필요하다. 저항을 줄이려면 주변과 닿는 면적을 줄이는 것이 유리하다는 것도 중요하다. 삶의 역경을 이겨내고 앞으로 계속 나아가려면, 강한 추진력뿐 아니라 주변과의 갈등을 줄이려는 노력도 필요하다는 것을 떠올린다.
김범준 성균관대 물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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