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대생 "`5·10 총선거 부정` 野 망언에 숨었나"…한동훈 "입당원서 드리세요"
"5·10 이승만 독재 부정선거" 진보당 주장 비판한 대학생
"친일·뉴라이트 공세도 말 안돼, 국힘 숨지말고 당당해야"
입당 권한 韓 "野 만들어낸 이슈…대한민국 수호 양보못해"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11일 부산의 대학생들을 만나 수도권과의 '취업격차 해소'를 논의하는 자리에서, 여당에 '당당한 정당이 돼달라'는 뜻밖의 질문을 받은 뒤 '입당원서'를 권하는 장면으로 이어졌다. 보수정당으로서 양보 불가한 역사인식을 논하면서다.
해산된 통진당 후신인 진보당 국회의원이 1948년 유엔 감독하에 대한민국 제헌의회를 출범시킨 5·10 총선거를 "이승만(초대대통령)이 다 만들어 놓은 부정선거"라고 주장한 것을 질문자가 "망언"으로 짚으며 공개 대응을 촉구하자 공감을 적극 표한 것이다.
한동훈 대표는 이날 오전부터 정오쯤까지 부산 금정구 부산대학교 인근 한 디저트카페에서 박형준 부산광역시장과 당 격차해소특별위원장인 6선 조경태 의원, 박수영·정성국 의원 등 지역구 현역이 동참한 가운데 대학생들과 '수도권-비수도권 청년 취업격차 대책 마련 간담회'를 가졌다.
반도체·AI(인공지능), 취업격차가 주된 화두였지만 정치분야 '깜짝 질문'도 나왔다. 부산대 공공정책학부 이모 학생은 자신을 '당원이 아닌 비판적 지지자'로 소개하며 "정당이란 건 핵심 가치관과 역사의식을 공유하고 있어야 한다"며 "국민의힘이 보다 당당한 정당이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씨는 "최근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 인사청문회 당시 진보당의 한 의원이 5·10 총선거를 두고 '부정선거' 내지 '이승만 독재를 위한 선거였다'는 망언을 한 것을 들었지만, 당 차원에서 어떤 반응도 없었다"며 "그런 발언에 '일일이 대응하는 게 옳은지' 의문도 있지만"이라고 털어놨다.
이어 "역사인식에 대해 국민 관심도도 높고 보수정당이기 때문에 더더욱 강조해야할 부분"이라며 "최근 정부여당을 향해 '친일', '뉴라이트'같은 말도 안 되는 공세가 펼쳐지고 있는데 이런 부분을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숨지 말고 당당히 의견을 개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어떤 입장인지' 질문을 받은 한 대표는 "부산대 이OO 선생님께 입당원서를 갖다 드리고 싶다"고 반겼다. 이어 "정치의 기본은 지지자들을 부끄럽지 않게 하는 데서 출발한다. 저희가 역사 문제에 입장을 갖고있지 않다거나 숨기고 있단 건 사실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그는 "다만 역사문제를 고리로 정쟁화하는 것, 거기에 말려드는 것에 찬성하지 않는 것"이라며 "우리가 자유주의 정당이기 때문에 거기(역사의 해석)에 대한 여러 가지 존중을 하지만 우리가 여기까지 오게 된 정체성에 양보할 수 없는 부분은 분명히 있다"고 강조했다.
'당당하지 못하다'는 해석을 부인한 한 대표는 "타 당(민주당)에서 이렇게 하지 않나. 대략 8·15(광복절) 즈음, '친일 이슈를 만들어'낸다. 평소에 안 그러다가 그러는 부분에, 정치공방을 원하는대로 말려들어가주는 게 좋은지 판단할 필요는 있다"고 정치공학적 관점을 드러냈다.
그는 "그렇지만 우리 당은 대한민국을 대단히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그 대한민국을 지키려는 사람들의 모임"이라며 "그 점은 분명하다고 말씀드릴 수 있다"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이씨에게 "(입당원서) 갖다드리세요"라고 실무진에게 재차 요청했고, '온라인 입당으로 모시겠다'는 반응이 나왔다.
한편 간담회에선 박수영 의원이 지역에 반도체와 AI(인공지능) 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당의 노력을 △가덕도신공항 건설을 통한 항공 수출 여건 확보 △울산 원전과 인접해 내년부터 적용받는 지역별 전기요금 차등제를 통한 입주기업 산업전기료 절감 등으로 소개했다.
박형준 시장은 "대한민국의 핵심 문제들의 뿌리에 '수도권 1극'으로 몰리는 청년 문제가 있다"며 금융특구 조성 등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할 산업 유치를 강조했다. 또 삶의 질을 조사하면 "수도권 청년보다 부산 청년 만족도가 최고로 높다"며 지역발전 의지를 보였다.
부산대 영어영문학과의 황모 학생은 "모두가 기술발전 혜택을 누리는 직종에 취업할 수 있는 건 아니다"며 인문·사회 등 소외 학과와 인기 학과 간 격차를 줄일 방안과, 구직활동 소외·히키코모리(은둔형 외톨이) 청년을 위한 '마음건강' 지원책을 살펴달라고 했다.
이에 한 대표는 "늘 반도체·AI를 부르짖지만 저는 인문사회형 인간"이라며 "(애플 창업자인) 잡스가 단순 기술만 가진 게 아니었단 점에서 인문사회적인 지원은 당연히 강화해야 한다"고 공감했다. 또 은둔형 외톨이 문제 연장에서 '청년 고독사' 대책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또 첨단산업 육성과 '격차해소'를 연결지어 "복지국가를 추구하지만 타 당(민주당 등)처럼 '지금 있는 것을 나눠갖자'는 관점보단 '성장을 해서 얻는 과실로 복지를 하겠다'는 큰 틀의 정책을 갖고 있다. 그 성장이 어디에서 나오냐면 저희가 강조하는 AI와 반도체"라고 설명했다.
한 대표는 총선 공약인 산업은행 부산 이전에 관해선 "제가 정치하는 한 끝까지 산은을 부산으로 이전하는 데 전력을 다하겠다"고 약속하며 균형발전을 강조했다. 이날 부산 일정은 전임자 별세로 인한 10·16 금정구청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보수층·지역 표심을 결집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3일 경북 구미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 방문, 반도체산업 현장간담회에 이은 '취임 후 두번째' 지방일정이기도 하다. 한 대표는 오후 중 서동미로시장에서 상인들과 인사하고, 돼지국밥 식당에서 금정구청장 보선 후보 공천 신청자들과 오찬을 했다. 이어 금정구 대표 사찰인 범어사를 방문했다.
한기호기자 hkh89@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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