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서울 37도… 오늘 비 온 뒤 ‘가을 폭염’ 1주일 더

박상현 기자 2024. 9. 11.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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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폭염이 이어진 11일 오후 서울 광화문네거리에서 관광객들이 양산과 얼음커피를 들고 걸음을 옮기고 있다. /뉴스1

티베트 고원 열기로 9월 중순에도 더위가 맹위를 떨치고 있다. 대기 상층을 덮고 있는 티베트 고기압과 남쪽에서 불어오는 뜨겁고 축축한 바람의 영향으로 11일 ‘가을 폭염’이 절정에 달했다. 찬 북풍이 서서히 내려오는 19일까지 ‘더운 가을’은 계속될 전망이다.

기상청에 따르면, 11일 서울 전역에서 낮 최고기온이 한여름 수준인 35도 내외로 올라갔다. 강서구는 한낮 수은주가 37.1도까지 치솟았고, 마포구(36.8도)·광진구(36.7도) 역시 37도 가까이 기온이 올랐다. ‘서울 최고기온’의 공식 기록으로 삼는 종로구(송월동)는 이날 34.6도를 기록해 최고 기록(1939년·35.1도)을 깨진 못했지만, 다른 지역에서 37도를 넘긴 만큼 사실상 가장 더운 9월을 보낸 셈이다. 인천(34.4도), 경기 수원(33.9도), 강원 영월(35도), 전북 정읍(36.1도) 등 전국 10곳에서는 이날 9월 최고기온 기록이 경신됐다.

질병청은 이날 “10일 전국 507개 응급실에 온열 질환자 47명이 들어왔고, 이 중 한 명이 사망했다”고 발표했다. 가을철에 온열 질환 사망자가 나온 것은 이례적이다.

한여름 더위가 9월 중순까지 이어지는 건 예년보다 티베트 고기압의 세력이 강하게 발달했기 때문이다. 보통 9월이 되면 한반도 상공을 덮고 있던 티베트 고기압이 서서히 물러나면서 찬 북풍(北風)이 내려오는 길이 열린다. 그런데 11일 기준 우리나라 대기 상층은 티베트 고기압 끝자락에 여전히 걸려 있다. 고기압에 가로막혀 북쪽 찬 바람이 잘 내려오지 않고 있다.

티베트 고기압은 티베트 고원에서 올라오는 열기로 인해 발생한다. 온난화 여파로 고원의 열기가 예년보다 더 뜨거워지며 고기압 세력 역시 강하게 발달한 것으로 분석된다. 최근 중국에 상륙한 11호 태풍 ‘야기’가 북상 과정에서 뜨거운 공기를 티베트 고원 쪽으로 밀어넣은 것도 9월까지 고기압 세력이 강하게 유지되는 원인으로 작용했다.

여기에 10~11일에는 우리나라 남쪽에서 발달한 열대 저압부(태풍 전 단계)와 북태평양 고기압 사이에서 고온 다습한 남동풍까지 불어오며 기온을 크게 높였다. 대기 상층은 티베트 고기압이 건재하고, 중·하층으로는 열풍이 들어오며 사실상 한여름 폭염 때와 같은 모습이 만들어진 것이다. 이 영향으로 10일 밤에서 11일 아침 사이 전국 곳곳에서 열대야(밤 최저기온 25도 이상)가 발생했다. 서울은 역대 가장 늦은 열대야 기록을 경신했고, 제주는 올 누적 열대야가 65일로 늘어나며 역대 1위 기록을 새로 썼다.

12일에는 열대 저압부가 중국 내륙으로 올라가면서 고온 다습한 남동풍의 공급이 중단되고, 비구름대를 동반한 기압골의 영향으로 전국에 비가 내리며 더위가 주춤할 것으로 예상된다. 12~13일 예상 강수량은 수도권·강원도·충청권 20~60㎜, 전라·경상권 5~40㎜다. 제주는 11~12일엔 30~80㎜의 비가, 13일엔 5~40㎜의 소나기가 올 전망이다.

그러나 가을 폭염의 ‘절정’만 지나갈 뿐 더위가 완전히 가시는 것은 아니다. 기상청은 추석 연휴를 포함해 18일까지 최고기온이 33도 내외로 오르며 덥겠다고 예상했다. 이어 19일을 전후해 북쪽에서 찬 바람이 내려오며 ‘가을의 문턱’에 가까워질 전망이다. 다만 13호 태풍 ‘버빙카’가 ‘더운 가을’에 변수다. ‘버빙카’는 16일쯤 일본 오키나와와 중국 상하이 사이 바다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태풍이 이동하며 우리나라로 고온 다습한 공기를 불어넣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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