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 “응급실 어려운 건 사실… 구조적 문제 해결 위해 의료개혁” [세계초대석]
군의관 파견 배후진료 등에 분명 도움
전공의 이탈은 정책 신뢰도 부족 때문
중증수술 800여개 수가 올해까지 인상
2027년까지는 저보상 구조 완전 퇴출
국민연금 폭탄돌리기 더이상은 안돼
소득대체율 등 국민 수용가능성 고려
이번 국회서 최소한의 합의 이뤄져야
“지금 응급실 상황이 어려운 건 사실이다. 복지부는 사시는 곳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제때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
조 장관은 “명절에 쉬는 병·의원이 많아서 이번 추석이 상당히 고비”라며 현실은 부인하지 않으면서도 “전공의 집단 이탈로 응급실 위기가 증폭되긴 했지만 응급실 문제는 집단행동 이전부터 있었던 구조적인 문제다. 이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의사 수 확대를 포함한 의료개혁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윤석열정부가 추진하는 4대 개혁 중 의료개혁과 연금개혁을 책임지는 조 장관을 10일 서울 정부청사에서 만났다.
―응급실이 위기라고 하는데.
“응급실을 찾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리고 응급실에 가서도 대기줄이 긴 경우가 많다. 환자와 가족분들께 불편을 끼쳐드려서 복지부 장관으로서 송구스럽게 생각한다. 복지부는 중환자를 위한 거점지역응급센터 운영, 응급실 운영과 전원 및 배후진료에 필요한 건보 수가 인상, 인력 지원 등 응급의료체계 유지에 힘쓰고 있다. 응급실 운영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드리기 위해 응급실 운영 시간, 병상, 의료진, 환자 지표를 매일 공개하고 있고, 필요하면 추가 지표도 개발할 예정이다. 또 복지부와 지방자치단체 직원을 전국 409개 응급의료기관의 1대1 담당관으로 지정해 밀착 모니터링하고 핀셋 지원하게 했다.”
―군의관 응급실 파견이 도움되지 않는다는 비판이 있다.
“과거 (수련받을 때) 했던 업무나 군에서 했던 업무와 너무 다른 곳에 배치됐을 때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보인다. 응급실 근무도 중요하지만 배후진료도 중요하기 때문에 그런 분들은 사전에 의사를 충분히 듣고 정기적으로 순환근무를 돌 때 그들이 원하는 병원에 배치할 수 있도록 국방부와 협의하겠다. 지금은 의사 한 명이 아쉬운 상황이어서 이분들이 응급실에서 근무를 하시든, 배후진료에서 근무하시든 분명 도움이 될 것이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1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세계일보와 인터뷰하며 의료개혁과 연금개혁을 설명하고 있다. 조 장관은 “2025학년도 의대 정원 조정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남정탁 기자 |
“예상하기 굉장히 어렵다. 의료계와 정부 간 양자 협의를 하거나 의개특위에서의 논의하려고 하는데 진척이 안 되다 보니 이번에 정치권에서 여·야·의·정 협의체 구성을 제안했다. 정부도 동의해서 추진이 될 건데, 의료계는 아직까지 찬반 양론 있는 것 같다. 이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선 빨리 모여서 서로 입장을 얘기하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 의료계와 정부가 내지 못하는 중재안을 여야가 낼 수도 있다. 협의체가 구성되면 사태가 조기에 해결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전공의가 돌아오지 않고 있는데.
“전공의 이탈로 인해 의료현장에 어려움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상급종합병원에서 인력 40%가 빠져나갔는데, 의사는 전문적 집단이어서 대체가 이뤄지기 어렵다. 전공의가 돌아오지 않는 이유는 ‘정부 정책에 대한 신뢰도 부족’과 ‘미래에 대한 불안감’ 때문으로 본다.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단기적으로는 여·야·의·정 협의체 등을 통해 형식과 의제에 상관없이 의료계와 대화하겠다. 장기적으로는 지속가능한 의료체계를 구축하고 안정된 진료환경에서 자부심을 갖고 근무할 수 있도록 의료개혁 1차실행방안에서 밝힌 과제들을 속도감 있게 추진해 나갈 계획이다. 국민 건강을 위해 헌신하겠다고 생각한 전공의들이 돌아올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전공의 이탈 상황에서 상급종합병원 구조 전환이 가능한가.
“상급종합병원 구조 전환은 단순히 전공의를 전문의로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바람직한 의료전달체계 개편을 위해 추진한다. 대형병원 환자 쏠림현상을 막고, 중증 진료의 질을 높이며 지역병원의 역량을 강화하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중증 진료 집중, 진료협력 강화, 일반병상 조정(5~15% 감축), 전문인력 중심 운영 등을 추진한다.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 지원사업은 3년간의 시범사업을 거쳐 시행방안을 확정한다. 의료현장과 전문가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고, 상급종합병원이 안정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연간 3조원 내외를 지원할 계획이다.”
“전체 9800여개 수가 중 의과에 해당하는 수가가 7600여개다. 이 중 원가에 비해 보상이 낮은 항목들이 약 3000개다. 2027년까지 저보상 구조를 완전 퇴출하겠다. 우선 상급종합병원에서 자주 시행하는 두경부암, 소화기암, 뇌종양 등 중증 수술 800여개를 올해 하반기까지 인상한다. 내년 상반기까지 건보재정 약 5000억원 이상 투입해 누적 1000여개의 수가를 인상할 예정이다. 나머지 수가에 대해서도 내년에 분석을 마무리하고 2027년까지 모든 수가를 균형적인 적정수가로 조정하겠다.”
―수가 인상으로 건강보험료 부담이 늘어난다는 우려가 있다.
“‘재정 지출 효율화’와 ‘재정 투입’ 두가지를 하고 있다. 재정 지출 효율화는 다른 지출의 낭비를 최소화해서 건보료를 급격히 올리지 않고 평균적으로 인상하면서도 의료 서비스를 제대로 지불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또한 재정을 5년간 2조원을 투입한 데 이어 10조원을 투입한다. 건보료는 7월 기준 27조원의 준비금이 있어서 활용할 계획이다. 국민 건강을 증진하는 것이 최대로 중요하기 때문에 정부는 필요한 투자를 아끼지 않고 할 것이다.”
―최근 복지부가 연금개혁안을 발표했다. 좀 더 일찍 정부 단일안을 낼 순 없었나.
“21대 국회에서는 정부가 제출한 계획안을 토대로 논의를 거쳐 모수개혁에 대해 의견이 좁혀지는 성과가 있었다. 여야는 22대 연금개혁 논의에 있어 정부가 구체적인 개혁안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직간접적으로 제시했다. 복지부는 이번 정부 임기 내에 연금개혁을 이뤄내야 한다는 절박한 마음에 단일안을 제출했다. 다만 연금개혁은 법률 개정으로 완성되는 만큼 국회 논의가 매우 중요하다. 정부는 국회 개혁 논의를 적극적으로 지원해 나갈 계획이다.”
“연금재정의 전망과 국민의 수용 가능성을 고려했다. 21대 국회 공론화 과정에서 보험료율은 13%로 의견이 모였다. 소득대체율은 2007년 연금개혁 취지와 재정 상황 등을 고려하면 당초대로 40%까지 인하하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공론화 과정에서 보험료율을 올리려면 소득대체율도 같이 올려야 한다는 게 일반적 생각이었다. 공론화위원회는 소득대체율 50%를 채택했는데, 여야 모두 50%는 무리라고 생각해서 그보다 낮은 안에 협의했다. 정치권 생각보다 낮을 순 있지만 올렸다.”
―세대별 차등화로 20대와 50대 부담 차이가 크다는 비판이 있다.
“세대별 보험료율 인상속도 차등화는 지난해 종합운영계획 수립 과정에서 복지부 2030 자문단이 제안했다. 청년세대 부담 완화를 위해 충분히 고려할 수 있는 방안이다. 이번 개혁안에 저소득 지역가입자 보험료 지원 확대 계획이 포함돼 있다. 이를 통해 보험료 부담을 경감할 수 있도록 하겠다.”
―연금개혁과 관련해 바라는 게 있다면.
“국민연금 문제는 21년간 폭탄돌리기 한 것과 다름 없다. 지금은 더 이상 늦출 수 없다. 대통령께서도 임기 내 연금개혁 틀을 만들겠다고 하셨고, 21대 국회도 어느 정도 의견이 모였으니 이번이 좋은 기회다. 빨리 개혁하지 않으면 나중에는 지금보다 부담이 늘고 소득보장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더 이상 연기하지 말고 이번 국회에서 최소한의 합의라도 이뤄졌으면 좋겠다.”
●1967년 출생 ●서울대 경제학 학사 ●서울대 행정학 석사 ●미국 콜로라도대 경제학 석사 ●미국 콜로라도대 경제학 박사 ●행정고시 32회 ●기획예산처 재정전략실 전략기획팀장 ●기획재정부 예산실 예산총괄심의관실 예산총괄과장 ●대통령실 기획관리실 행정관 ●기획재정부 재정관리관 ●제20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경제1분과 전문위원
대담=엄형준 사회부장, 정리=조희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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