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업계 ‘미국 HBM 대중 수출통제’ 요구에 촉각

앨런 에스테베즈 미국 상무부 산업안보차관이 10일 ‘한-미 경제안보 콘퍼런스’에서 발언하고 있다. 워싱턴/연합뉴스

미국 상무부 차관이 한국 기업이 만드는 고대역폭메모리(HBM·에이치비엠)의 중국에 대한 수출 통제 가능성을 언급했다.

앨런 에스테베즈 미국 상무부 산업안보차관은 10일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 경제안보 콘퍼런스’에서 “새로운 전장의 승패는 우리가 오늘 개발하는 기술이 좌우할 것”이라며 대중 수출 통제에 대한 동맹국들의 참여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와 관련해 “세계에 에이치비엠을 만드는 기업이 3개 있는데 2개가 한국 기업”이라며 “우리 자신과 동맹들의 수요에 맞도록 이런 능력을 개발하고 사용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에이치비엠은 여러 개의 디(D)램을 수직으로 쌓아올린 고성능 메모리로 인공지능(AI) 가속기를 만드는 데 필요하다. 에이치비엠은 한국의 에스케이(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미국의 마이크론만이 만들고 있다. 에스테베즈 차관의 발언은 에이치비엠 제품과 기술에 대해 한국 기업들이 미국과 협력을 유지하면서 중국에 대한 수출은 통제할 필요성이 있다는 취지로 받아들여진다. 앞서 블룸버그는 미국이 한국 기업들을 에이치비엠의 대중 수출 통제에 참여시키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콘퍼런스에 참여한 정인교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기자들 질문에 “그런 이슈에 대해 미국은 우리한테 협의를 요청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내 반도체 업계는 미 상무부 차관의 발언에 대해 입장을 내놓지 않았지만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분위기다. 정부간 협상 등 절차가 남아 있지만 대선을 앞두고 있는 미국이 반도체 등 수출 규제를 강화할 가능성도 지켜봐야 하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생산한 에이치비엠의 중국 수출 물량은 많지 않은 것으로 업계는 파악하고 있다.

워싱턴/이본영 특파원 ebon@hani.co.kr 박종오 기자 pjo2@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