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남쪽에선 은하수와 마젤란이 더 잘 보인다 [천문학자와 함께하는 우주 여행 ]
편집자주
오늘날 우주는 경외의 대상이 아니라 함께 즐길 수 있는 감상의 대상이다. 우주는 인간이 창조한 예술작품과 자연이 보여주는 놀라운 모습보다 더욱 아름답고 신기한 천체들로 가득하다. 여러분을 다양한 우주로 안내할 예정이다.
한국과는 다른 아프리카의 하늘
맨눈으로 마젤란 천체 관측 가능
'코스모사피엔스' 실감한 총회
아프리카대륙 남쪽 끝, 희망봉의 도시 케이프타운에서 지난 8월 세계우주축제인 국제천문연맹(IAU) 정기총회가 열렸다. IAU는 1919년 창립되었다. 이후 천문학 활동과 관련 연구의 국제 협력이 시작된 지 100년이 넘는다. 오늘날 전 세계 천문학자 약 1만3,000명이 가입돼 있고 우리나라 회원은 200여 명이다.
천체의 공식 이름도 IAU에서 결정한다. 2006년 체코 프라하 정기총회에서 태양계 행성 기준을 새로 정의한 게 대표적이다. 태양계 행성에 포함됐던 명왕성을 왜소행성으로 분류함으로써 태양계 행성의 숫자가 9개에서 8개로 줄어드는 일이 발생하여 전 세계가 충격에 빠지기도 했다.
정기총회는 최근 연구 결과를 발표하고 논의할 뿐만 아니라 국제적인 우주 정책의 방향을 설정한다. 교육, 홍보, 봉사 등을 통하여 세계 인류의 복지 향상에 기여하는 다양한 과제도 논의한다. 우주를 연구하는 사람들의 가장 큰 축제라고 할 수 있다.
정기총회는 각 대륙을 돌아가며 3년에 한 번씩 열린다. 2022년에는 부산에서 열렸다. 당초 2021년 열릴 예정이었으나 코로나 사태 여파로 1년 지연되어 준비에 어려움이 많았다. 그러나 우리 천문학자들의 헌신적 노력으로 성공적으로 개최하여 전 세계 천문학자들과 함께 많은 국민들이 참여하였다.
올해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열린 총회는 100년 넘는 역사 속에 아프리카 대륙에서 최초로 열린 것이어서 그 의미가 특별하였다. 아프리카의 천문학을 활성화하고 발전시키는 계기가 되었고, 그래서 특히 아프리카 사람들이 더욱 열광하였다.
남반구의 하늘은 북반구에서 보는 하늘과 전혀 다르다. 남반구 하늘을 관측하는 천문대는 남아공과 호주, 그리고 칠레에 있다. 칠레 천문대 사진 속 하늘에는 푸르스름한 천체 두 개가 확인된다. 각각 대마젤란 은하와 소마젤란 은하다. 구름처럼 보이기 때문에 마젤란 구름이라고도 부르는데, 영국 천문학자 존 허셜은 1830년대 남아공 케이프타운에 살면서 작은 망원경으로 마젤란 은하를 관측하였다. 그리고 이 은하 속 다양한 천체를 발견해 냈다.
마젤란 은하의 존재는 오래전부터 알려졌지만, 지구와의 거리는 금방 알 수 없었다. 그러다가 1912년 미국의 여성천문학자 리비트가 마젤란 은하에서 놀라운 결과를 알아냈다. 밝기가 주기적으로 변하는 세페이드 변광성을 다수 찾아내고, 주기가 길수록 별이 밝다는 걸 확인했다. 이는 훗날 우주의 구조를 밝히는 데 획기적 기여를 했다. 그 다음해 덴마크 천문학자 헤르츠스프룽이 이 결과를 이용, 마젤란 은하의 거리를 최초로 측정하였다. 오늘날 알려진 거리는 대마젤란 은하는 16만 광년, 소마젤란 은하는 20만 광년이다. 한편 우리가 북반구 하늘에서 맨눈으로 겨우 볼 수 있는 안드로메다 은하는 250만 광년 거리에 있어, 마젤란 은하보다는 훨씬 멀다.
남반구에서는 마젤란 은하를 맨눈으로 쉽게 볼 수 있다. 그러므로 과거 남반구를 항해할 때 마젤란 은하는 길잡이 역할을 했다. 지금도 남반구를 여행하는 사람들은 이 은하들을 맨눈으로 볼 때 받는 감동을 잊을 수 없다. 은하수도 북반구보다 남반구에서 더 잘 보인다. 2024 IAU 정기총회 홈페이지 사진이 보여주듯, 은하수 중심부를 잘 볼 수 있다.
아프리카는 인류의 기원지로서 30만 년 전에 호모사피엔스가 출현했다고 한다. 인류 문명의 발상지 중 하나로서 고대에는 문명이 꽃을 피우고 첨단 기술이 개발되었던 곳이다. 안타깝게도 오늘날에는 문명과 기술이 낙후되었으며 아프리카의 많은 나라들이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우주를 공부하고 연구하는 환경도 매우 열악하다. 그러나 아프리카 천문학자들은 과거의 영광을 찾기 위해 매우 열심히 애쓰고 있으며 세계 여러 나라가 도움을 주고 있다. 우리나라가 지난 수십 년간 열심히 노력하여 오늘날 선진국이 되었듯이 아프리카 사람들도 꿈을 이루기 위해 열정적으로 노력하고 있다.
2024년을 살고 있는 우리 모두는 코스모사피엔스이다.
이명균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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