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딥테크 혁신 중심지로…스타트업 축제 '트라이 에브리싱 2024' 개막

권택경 2024. 9. 11. 1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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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동아 권택경 기자] 전 세계 유망 스타트업과 투자자들이 서울에 모여 인공지능(AI) 혁명, 국제 정세 악화라는 파도를 헤쳐 나갈 길을 함께 모색한다.

글로벌 스타트업 축제인 ‘트라이 에브리싱 2024(Try Everything 2024)’가 9월 11일 서울시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막을 올렸다. 서울특별시와 매경미디어그룹이 주최하고, 서울경제진흥원(SBA)이 주관하는 이번 행사는 전 세계 투자자와 스타트업 육성 기관이 모이는 행사다. 9월 11일부터 12일까지 이틀간 스타트업 홍보관 운영, 전문가 강연, 투자유치 프로그램 등의 일정이 이어진다.

9월 11일 DDP에서 열린 글로벌 스타트업 축제 트라이 에브리싱 2024에서 오세훈 서울 시장이 해외 스타트업 전시부스를 방문해 대화를 나누고 있다 / 출처=SBA

서울시, 딥테크 스타트업 육성 앞장선다

오세훈 서울특별시장은 개회사에서 “올해 서울시는 전 세계 300개 도시를 대상으로 진행된 창업하기 좋은 도시 평가에서 역대 최고인 9위에 선정되는 경사를 맞이했다. 2020년만 해도 20위였던 순위가 4년 만에 11단계나 뛰어오르면서 파리, 베를린, 도쿄, 상하이를 앞지른 것”이라고 운을 뗐다.

이어 “서울시의 창업생태계 가치도 2021년 54조 원에서 308조 원으로 3년 만에 5배가 늘었다. 특히 자금 조달 분야에서 아시아 1위, 세계 5위를 기록했다. 지난 2019년부터 2020년까지 3조 6000억 원 규모 미래의 혁신 성장 펀드를 조성하는 등 스타트업에 대한 서울시의 지원이 계속된 결과”라고 말했다.

9월 11일 오세훈 서울특별시장이 트라이 에브리싱 2024 개막식에서 개막 연설을 하고 있다 / 출처=SBA

오세훈 시장은 “현재 전 세계는 AI를 중심으로 한 딥테크 기술 분야에서 그야말로 총성 없는 전쟁을 치르는 중”이라며 딥테크 분야 경쟁력 강화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그는 “이제 딥테크 기술 경쟁력은 산업을 넘어서 국가의 운명을 좌우하는 미래 성장 동력이 되고 있다. 하지만 현재 한국의 딥테크 산업 기술은 미국의 88% 수준이라는 분석도 있다”고 지적했다.

올해 트라이 에브리싱 행사의 슬로건인 ‘새로운 파도, 새로운 길(New Waves, New Ways)의 의미와 취지도 설명했다. 오세훈 시장은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은 끊임없는 위협의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이러한 위기와 더불어서 한국의 낡은 규제와 시스템 때문에 신산업, 신기술 분야에서 민간의 창의성이 온전히 발현되지 못하는 안타까운 상황까지도 발견된다”면서 “인류 문명은 도전에 대한 성공적인 응전을 통해서 탄생하고 성장한다는 역사학자 아놀드 토인비의 말처럼 이제 한국도 거대한 시대 변화의 파도를 성장의 기회로 인식하면서 담대하고 지혜롭게 새로운 길을 개척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세훈 서울특별시장 / 출처=SBA

오세훈 시장은 이 자리에서 서울을 전 세계 5위 규모 창업 도시로 도약시키기 위한 세 가지 전략도 제시했다.

첫째는 딥테크 산업 지원 강화다. 오세훈 시장은 “그동안 국내 유니콘 기업은 딥테크보다는 플랫폼 기술을 기반으로 성장한 사례가 많았다”며 “앞으로는 한국에서도 고부가가치를 생산하는 글로벌 딥테크 기업이 많이 생겨나도록 서울시가 적극적으로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AI, 로봇, 바이오, 핀테크, 양자 산업 등 첨단 기술 R&D 지원을 확대하고 서울 전역을 딥테크 혁신 기술 실증의 장으로 조성한다. AI 서울 테크시티, 수서 로봇테크센터, 양자기술융합센터 등 딥테크 인프라도 지속적으로 확충한다. 청년 취업사관학교도 올해까지 스무 곳으로 확대해 양자 산업, 핀테크, AI, 바이오 등 분야별 딥테크 인재를 양성해 산업 현장에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둘째로 한국 창업 생태계를 세계로 확장하는 데 서울시가 앞장선다. 현재 7% 수준인 한국 스타트업의 해외 진출 비율을 90% 수준인 싱가포르나 80% 수준인 이스라엘 수준까지 글어올린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이를 위해 사업 시작 단계부터 글로벌 진출을 목표로 하는 스타트업을 집중 발굴하고 현지 글로벌 액셀러레이터와 협력해 해외 실증과 투자 유치, 해외 법인 설립을 지원할 방침이다.

서울시와 네트워크를 맺은 해외 도시, 기관 등과 협력해 2030년까지 국내 스타트업의 현지 활동을 지원하는 거점도 20개 국으로 확대한다. 2030년 서울 숲 인근에 문을 열 서울 유니콘 창업 허브는 전 세계 혁신 스타트업과 투자자가 모이는 글로벌 핵심 거점으로 육성한다.

오세훈 시장은 “한국 내수 시장 규모는 8000억 달러(약 1071조 원)로 미국의 5% 수준”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스타트업의 글로벌 진출은 생존, 성장, 스케일업을 위한 필수 조건”이라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서울시가 미래 전략 산업 투자를 주도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서울시는 지난해 1조 3000억 원 규모로 조성한 서울 비전 2030 펀드에 올해 1조 1750억 원을 추가하는 등 2026년까지 총 5조 원 규모로 확대 조성해 선진국 간 패권 경쟁이 심화하는 딥테크 기술 분야 투자에 집중할 계획이다. 오세훈 시장은 “고금리·고물가·고환율 3고 현상과 중동발 위기까지 더해진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으로 투자 냉각기가 장기화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이런 상황 속에서 혁신 생태계가 위축되지 않도록 지속적으로 투자를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오영주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서울시는 그간 혁신적인 인프라와 활발한 네트워크를 통해 창업가들이 자유롭게 꿈을 펼치면서 글로벌 무대에서 경쟁력을 높이는 데 앞장서 왔다”며 “이번 기회를 빌려 서울시가 혁신을 이끄는 창업가들의 든든한 울타리가 되어 주신 것에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중소벤처기업부 역시 한국의 혁신 창업가들이 마음껏 꿈꾸고 도전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뒷받침하겠다”고 약속했다.

딥마인드 COO “스타트업, 항상 사명을 되새겨야”

올해 행사 기조 강연은 라일라 이브라힘(Lila Ibrahim) 구글 딥마인드 최고운영책임자(COO)가 ‘생성형 AI가 만들어 가는 우리의 미래’라는 주제로 준비했다 구글 딥마인드는 구글의 인공지능 연구 분야 자회사다. 국내에는 8년 전 이세돌 9단과 대결을 펼친 알파고(AlphaGo) 개발사로도 유명하다.

이브라힘 COO는 “최근 몇 년 사이 우리는 AI의 역량이 놀라울 정도로 발전하는 걸 목격했다. 많은 분이 8년 전 알파고가 바로 여기 서울에서 최고 바둑 기사와 대결을 펼쳤을 때를 그 변화의 시작을 깨달았을 것”이라며 “10년이 지난 지금 백신 개발이나 기후 변화 대응, 자연 재해 예측과 같은 주요 과제 해결에 AI가 하는 역할을 분명히 목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라일라 이브라힘 구글 딥마인드 COO / 출처=IT동아

이브라힘 COO는 구글 딥마인드가 AI 분야에서 이룬 성과로 구글의 멀티모달 AI 모델인 제미나이(Gemini)와 함께 알파폴드(AlphaFold) 사례를 소개했다.

알파폴드를 단백질 구조를 분석하고 예측하는 AI다. 이브라힘 COO는 “알파폴드를 활용해 과학계에 알려진 2억 개가 넘는 단백질 구조의 지도를 만들었다. 이를 통해 질병 분석부터 신약 개발, 기후 변화 대응에 이르기까지 모든 분야의 발전 속도를 획기적으로 가속했다”고 말했다.

이브라힘 COO는 구글 딥마인드의 이런 혁신의 배경에 ‘사명(Mission) 기반 접근법’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사명을 명확히 하고 이를 처음부터 내재화하는 게 중요하다. 우리는 사명을 모든 업무의 기준으로 삼는다. 딥마인드의 사명은 인류에게 도움이 되는, 책임감 있는 에이아이를 만드는 것”이라며 “우리는 어떤 문제를 해결해야 가장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어떻게 하면 안전하고 책임감 있는 에이아이를 만들 수 있을지 끊임없이 그리고 일관되게 묻는다”고 말했다.

한국의 스타트업 창업가들을 위한 조언도 건넸다. 이브라힘 COO는 “회사를 창업할 용기가 있는 사람이라면 자신의 사명이 무엇인지, 어떤 가치를 추구하고 세상에 어떤 유산을 남기고 싶은지 항상 생각해야 한다. 성공하든 배움을 얻든 모두 과정의 일부이니 그 여정을 받아들이되 자신의 사명과 개인적인 가치에 충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강연, 데모데이, 경진 대회로 이틀간 행사 가득 채워

이브라힘 COO의 기조연설을 시작으로 세계적 산업·경제 전문가들이 행사장 곳곳에서 열린 강연으로 인사이트를 공유했다. 11일에는 대만 초대 디지털부 장관을 역임한 오드리 탕(Audrey Tang)이 ‘AI는 차별 없는 세상을 만들 수 있을까?’를 주제로 AI 기술의 사회적 영향력을 조명했고, 미국 백악관 경제정책 보좌관을 지낸 경제학자 토드 부크홀츠(Todd Buchholz)는 ‘성공하는 조직 만들기’를 주제로 조직 운영 비법을 전수했다.

11일 SK텔레콤의 ‘ESG 코리아 데모데이’를 시작으로 12일 ‘일본 X 인베스트서울 데모데이’, ‘KDB 넥스트라운드 트라이 에브리싱 스페셜라운드’까지 국내외 기관들의 투자유치 프로그램도 이어진다.

트라이 에브리싱 2024 행사장 전경 / 출처=IT동아

서울시는 ‘서울시 IR, 서울시와 함께 도전합시다’라는 이름의 프로그램을 올해 처음 선보였다. 스타트업 협력 수요가 높은 서울시 산하기관이 참여해 우수 협업 사례를 소개하고, 협력을 희망하는 스타트업들에게 각 기관 수요를 공유하는 자리다.

행사 둘째 날인 12일에는 모빌리티 분야 전문 액셀러레이터인 독일 더 드라이버리의 ‘독일 창업생태계 및 한국 기업들의 독일 진출’, 주한 퀘백정부 대표부의 ‘퀘벡과 서울의 만남: 퀘벡의 혁신과 협력 성공 사례’, 서강대학교의 ‘한국 스타트업의 유럽진출과 오픈이노베이션’ 등의 세션이 글로벌 진출을 꿈꾸는 창업가들의 눈길을 끌 전망이다.

창업 생태계에 대한 일반 시민들의 관심과 이해를 높이기 위해 개그맨 허경환과 장동민, 유튜버 슈카, 안무가 리아킴 등 유명인 창업자들의 창업 경험담과 성장기를 나누는 프로그램도 마련했다.

김현우 SBA 대표이사는 “이번 행사에서 세계적인 스타트업 전문가 및 해외 스타트업과의 네트워킹을 통해 새로운 협업 기회를 창출하고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는 소중한 경험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글 / IT동아 권택경 (tk@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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