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준호 입장문] “혐의 인정 안 하면 ‘아내도 체포해 구치소에서 조사받을 것’이라고 협박···압박 수사 통한 거짓 자백만이 그들의 증거”
손준호(32·수원 FC)가 한국으로 돌아온 이후 처음 입을 열었다.
손준호는 9월 11일 오후 4시 수원시체육회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
중국축구협회와 공안부는 10일 자국 프로축구 승부조작 및 불법 도박 사건의 특별 시정 조치를 발표했다. 장기간 조사한 내용을 통해 총 61명에 대한 징계를 알렸다. 손준호가 징계 명단에 속해 있었다. 손준호가 중국 슈퍼리그 산중 타이산에서 뛸 당시 부당한 이득을 위해 부정 거래, 축구 경기 조작, 불법 수익을 취했다고 밝혔다.
이렇게 많이 찾아와주셔서 감사하다. 막상 이 자리에 오니 긴장되고 떨리긴 한다. 오늘 내 입에선 사실과 진실만을 이야기하겠다.
이렇게 터놓고 응어리 같은 걸 말할 수 있어 홀가분하다. 조금 긴 얘기가 될 것 같은데 처음부터 말하는 게 맞는 것 같다. 그때 생각해서 중간에 감정이 올라와 눈물을 흘릴 수도 있는 점은 양해를 부탁드린다. 제가 처음 중국 공안에 체포될 당시 저는 정말 당황스러웠다. 너무 큰 쇼크를 받았다. 특히나 가족들 앞에서 체포를 당했다. 그런 부분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큰 쇼크를 받았다.
더 당황스러운 건 체포 이후였다. 공안은 이제 한국말로 경찰인데, 공안이 내게 한국말로 ‘뇌물수수혐의 죄로 체포한다’는 문구를 보여줬다. 무슨 말인가 싶었다. 정말 당황스럽고 어이가 없었다. 나는 ‘그런 적이 없다’고 결백을 주장했다. 체포가 되고 몇 시간이 지나서야 한국말을 어눌하게 하시는 통역분이 오셨다.
저는 곧장 “무슨 일이냐”고 물었다. “죄를 지어서 수사를 받아야 한다”는 말을 들었을 땐 다시 한 번 당황스러웠다. 나는 다시 한 번 “죄를 짓지 않았다”고 결백을 주장했다. 저도 텔레비전이나 드라마에서 본 게 있어서 “변호사가 필요하다. 변호사를 고용하겠다”고 했다. 그랬더니 공안 통역은 “큰 일이 아니”라며 “변호사가 필요하지 않다”고 했다. 그래서 변호사를 신청하지 않았다.
한참이 지나도 영문도 모른 채 갇혀 있었다. 갑자기 어디로 이동해야 한다며 나를 끌고 갔다. 그곳은 중국 초양시에 있는 구치소였다. 도착해서 조사가 시작됐다. 갑자기 중국 공안은 말도 안 되는 혐의를 제시하며 “이를 인정하지 않으면 너의 아내가 외교부를 통해 체포된다. 그리고 네가 있는 구치소로 잡혀 와서 같이 조사를 받을 것”이라고 겁을 줬다.
그리고선 핸드폰 속 제 딸과 아들을 보여주면서 “아이들은 무슨 죄가 있느냐”고 했다. 그러면서 “엄마까지 이곳으로 오면 아이들은 어떻게 지내겠느냐”며 “아이들도 아빠가 보고 싶지 않겠느냐”고 했다. 그러니 ‘빨리 인정하라’고 강요했다. 공항에서 체포된 후 가족이 한국에 잘 갔는지 중국에 남았는지 알 방법이 없었다. 더 겁이 났다. 가족 생각이 너무 났다.
중국 공안이 내게 다시 한 번 제안을 했다. 중국 공안은 내게 “지금이라도 혐의를 인정하면 빠르게 질의를 해서 15일 후엔 나갈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너는 외국인이고 외교 문제도 있다. 보석도 가능하다”고 회유했다. 그래서 나는 몇 번이고 “정말이냐”고 물었다. 살면서 이런 적이 처음이다 보니 너무 겁이 났다. 가족 걱정에 어쩔 수 없이 죄가 무엇인지도 모르는 혐의를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가족 품으로 하루빨리 돌아가고 싶었다.
그곳으로 간 지 3주가 지났다. 가족이 한국에서 신청한 변호사와 처음 접견을 했다. 하지만, 변호사는 “네가 혐의를 인정했기 때문에 어떠한 것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변호사는 내게 “사실만 말해야 도와줄 수 있을 것 같다”고도 했다.
다 이야기했다. 그랬더니 변호사는 “잘못도 없는데 왜 혐의를 인정했냐”며 “사실대로 얘기하고 진술을 번복하라”고 했다. 그 얘기를 듣고 나서 내가 너무 바보 같고 한심해 보였다. 단지 빨리 나갈 수 있다는 생각, 하루빨리 가족에게 돌아가고 싶은 마음에 그런 거였다. 내가 너무 안일하게 판단했다.
가족들이 “한국에서 기자회견 등을 통해 고소를 진행하는 게 어떻겠느냐”고 했다. 중국 변호사는 “그렇게 되면 우리는 손준호의 변호 활동을 할 수 없다”고 했다. 아내는 “그렇게 되면 남편이 혼자 재판에 서야 한다. 더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외부에 이야기하지 않아야 한다”고 했다.
그래서 나는 정부나 대한축구협회 등에 도움을 요청하지 않았다. 개인적인 차원에서 해결하고자 했다. 진술을 번복했더니 중국 공안에선 “왜 진출을 번복하느냐”고 했다. 제가 계속 무혐의를 주장하자, 터무니없는 증거들을 제시했다. 중국 공안이 ‘혐의 인정’을 강요했다. 압박했다. 저는 계속 중국 공안의 주장을 반박했고, 이후엔 수개월 동안 단 몇 번의 조사밖에 받지 않았다.
저는 공안 조사 단계에서 수사 과정, 영상과 음성 파일을 변호사에게 보여달라고 신청했다. 돌아온 대답은 “공안은 조사 영상만 가지고 있지 음성 내역은 단 하나도 갖고 있지 않다”고 했다. 그들이 당당하다면 음성파일을 공개하여 대한민국 국민이 제가 어떤 식으로 조사를 받았고, 그들이 어떻게 자백을 받아냈는지 보셨으면 한다. 저는 결백을 떳떳하게 밝히고 싶다.
그들에게 증거란 것은 초기 있었던 압박 수사를 통한 저의 거짓 자백뿐이었다. 이후 조사 내용은 무의미한 내용의 반복이었다. 그렇게 계절이 두 번 바뀌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단기간에 여러 차례 수사를 받았다. 회유가 있었다. 공안은 “이제 재판을 받아야 한다”며 “집에 빨리 돌아가고 싶지 않으냐”고 말했다.
변호사와 영사님 접견이 매주 이뤄지는 상황이었다. 빠르게 상의하고 집으로 돌아갈 방법을 강구했다. 재판이 있기 전이었다. 판사가 따로 불러서 만나러 갔다. 고위 간부로 보이는 사람과 같이 있더라. 그들은 내게 “너는 절대 무혐의로 나갈 수 없다”고 했다. 이어 “무언가 하나라도 인정하지 않으면 외교적으로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에 어떤 식으로든 죄를 인정해야 한다. 작은 하나라도 인정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저는 그들에게 “생각해 보겠다”고 하고 방을 나섰다. 이후 변호사를 통해서 아내의 의견을 물었다. 변호사의 의견도 들었다.
며칠 후 다시 한 번 판사와 고위 간부로 보이는 사람을 만났다. 그들은 내게 “‘20만 위안을 받았다’고 인정하면 수일 내 석방해 주겠다”고 했다. 덧붙여 “한국으로 돌아가서도 축구 선수 경력을 이어갈 수 있게 해주겠다”고 했다. 거래를 제시한 듯했다.
나는 축구선수다. 승부조작이 엄청난 불명예라는 걸 안다. K리그에서 뛸 때부터 승부조작 교육을 받았다. 승부조작은 선수에게 치명적이란 걸 알고 있었다. 그래서 판사가 제안한 걸 인정할 수 없었다. 그러자 판사는 내게 “이건 승부조작이 아니라 개인 간의 금품수수 혐의”라고 했다. 그는 계속해서 “네가 한국에서 선수 생활을 하는 데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했다.
중국에서 뛸 때 1경기 승리 보너스가 16만 위안이었다. 제 상식으론 1경기 승리 보너스로 16만 위안을 받는 선수가 고작 20만 위안을 벌고자 승부조작을 할 것이라곤 생각하지 않을 거라고 봤다.
10개월 동안 엄청나게 좁은 방에서 생활했다. 20명이 넘는 고된 환경이었다. 나 혼자 한국인이기도 했다. 말 한마디 할 사람이 없었다. 철조망이 쳐진 방의 창문을 바라보면서 하루하루 너무 힘들게 지냈다. 심신이 지쳐 있었다. 하루빨리 그곳에서 벗어나고 싶은 생각뿐이었다. 대한민국 땅을 밟고 싶었다. 간절했다.
그 누구라도 그 순간엔 저와 같은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싶다. 마지막으로 판사와 고위 간부로 보이는 사람은 내게 “이 내용은 절대 발설해선 안 된다”며 “발설 시 큰 문제로 삼을 것”이라고 협박했다. 형식상 재판을 거쳐서 석방됐고, 한국으로 복귀했다. 대한축구협회를 통해 중국축구협회에 국제이적동의서(ITC)를 요청했다. 예상보다 빨리 발급됐다. 한국에서 선수 생활을 이어갈 수 있어 아주 기뻤다.
여기까지가 지금까지 대응하지 않고 있었던 부분이다. 이제야 말씀을 드리게 된 거 같아서 마음이 편하고 홀가분하다. 그동안 믿고 기다려주신 국민께 지금 말씀드리는 까닭이다. 저의 억울함을 조금이라도 알아주셨으면 좋겠다. 지금도 주변에서 많은 분이 도와주시고 지지해 주신다.
제 가족은 제가 지금껏 버티고 있는 이유다. 저는 저를 응원해 주신 국민께 사실만 이야기했다. 국민 여러분뿐 아니라 축구계에서도 저를 믿고 도움을 주시길 부탁드린다.
[수원=이근승 MK스포츠 기자]
[ⓒ MK스포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MK스포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황재균, 압구정 헌팅포차 목격담...또 다시 불붙은 ‘♥지연 이혼설’ [MK★이슈] - MK스포츠
- ‘쯔양협박’ 유튜버, 첫 재판서 혐의부인...구제역 “국민참여재판 원해”[MK★이슈] - MK스포츠
- ‘우리집’ 연우, 이유있는 레깅스 핏! 청순한 미모 뒤에 숨겨진 반전 매력 ‘감탄’ - MK스포츠
- 고준희, 40대가 코앞인데 전매특허 허리꺾기! 짙은 유혹의 크롭탑-미니스커트룩 - MK스포츠
- 21년 전 ‘오만 쇼크’ 지운 ‘쏘니’ 손흥민, 1골 2도움 최고 활약 “앞으로 남은 8경기, 인생 최
- “한화 우승에 조금이라도 기여하고파”…‘1R 전체 2순위’ 정우주의 당찬 한 마디 [MK인터뷰] -
- “신태용 계획 성공해”…사우디·호주와 무승부, 인니의 나쁘지 않은 출발 - MK스포츠
- 베스트 리베로와 재계약도 포기했는데…日에서 온 콧수염 세터, 한국전력 우승 청부사 될까 “
- 정현우 1순위 키움행·정우주 2순위 한화행…2025 신인드래프트, 11일 성료 (종합) [신인드래프트] -
- ‘2025 KBO리그 신인드래프트’ 야구장에서 만나요 [MK포토] - MK스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