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광장]한국 '타조 증후군'에서 벗어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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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이후 한국 사회는 분노 게이지가 높다.
사회정의에 어긋나는 일이 터지면 빛의 속도로 전파되는 SNS 확산의 영향이 있기도 하지만 사건의 배경이나 냉철한 상황판단보다는 먼저 분노 게이지가 폭발하고 막말 대잔치가 벌어진다.
한국 정치는 시급하고 산적한 사회문제에 하나도 시원한 해결책이 없고 주구장창 싸움만 한다.
한국이 봉착한 사회문제, 외교문제는 타조처럼 땅바닥에 머리 박고 눈 감는다고 없어지는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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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조증후군'(Ostrich Syndrome)이라는 말이 있다. 타조가 평야에서 맹수나 사냥꾼을 만나면 모래에 머리를 파묻는 행동을 두고 생겨난 말이다. 어려운 일이 발생하면 대응 및 해결을 하려 하지 않고 현실부정 속에서 문제대응을 거부하다가 나중에 심각한 화를 입게 되는 현상을 말한다.
저녁 뉴스에 정치 뉴스가 나오면 채널 돌리는 이들이 늘고 있다. 정치는 타협과 협상이라지만 한국 정치는 '귀는 없고 입만 두개'인 사람들이 넘쳐난다. 욕하고 싸우고 막말 대잔치에 진절머리 난다. 청문회고 보고회고 간에 질문하고 답변을 듣는 것이 아니라 자기 말만 하다 끝낸다.
한국 정치는 시급하고 산적한 사회문제에 하나도 시원한 해결책이 없고 주구장창 싸움만 한다. 미중 전쟁이 전방위로 가열되고 있고, 미국의 대선판이 요동치고 있고, 중동 정세가 급변하는데도 한국의 외교전략과 정책은 정치권에서 별 관심사가 아니다.
지도자들이 똑똑하면 나라가 발전하고, 기업의 크기는 사장의 그릇만큼 큰다. 리더들의 소통능력, 공감능력이 실력이고 능력이고 나라와 기업의 수준이다. 리더는 'Leader'가 아니고 'Reader'이다. 리더는 구성원의 마음을 읽고 사람의 마음을 끌어내는 사람이지 억지로 앞에서 끙끙거리며 끌고 가는 사람이 아니다.
의대정원 문제가 돌고 돌아 원점으로 가서 다시 논의할 조짐이 보인다. 온 국민은 다 알고 있는 것을 정치권만 애써 눈감고 있다가 사고 터지자 뒷북 치고 난리다. 무역으로 먹고사는 한국, 달러는 의대가 아니라 반도체가 번다. 우수한 이과생이 반도체가 아니라 정원 늘어난 의대로만 몰리면 의사는 10~15년 뒤의 문제지만 반도체는 4년 뒤에 당장 문제가 된다.
한중수교 32년 동안 6800억달러 흑자를 내던 대중무역에서 2023년에 이어 2024년에도 적자가 났다. 대미 흑자가 늘고 있지만 여전히 최대 수출국은 중국이다. 대중 수출비중은 낮아지는데 수입비중은 가파르게 높아지고 있다. 대미 흑자의 효자인 전기차, 배터리, 반도체에 필요한 소재 40~80%를 중국에서 수입하기 때문이다.
유사시 중국이 반도체와 배터리 소재의 수출을 통제하면 대미 흑자도 사상누각이 될 리스크가 상존한다. '안미경중' 끝났다고만 할 게 아니고 이젠 중국을 '중동'으로 보고 원자재 외교, 공급망 대책을 제대로 세워야 한다.
소리는 기체보다 고체에서 훨씬 빠르게 전달된다. 타조가 땅속에 머리를 박는 진짜 이유는 땅에 머리를 박게 될 경우 멀리 있는 작은 소리도 훨씬 잘 들리기 때문이다. 지금 한국 사회는 리더집단의 '소통지수'가 너무 낮고 공감능력이 너무 떨어진다. 손자병법의 이기는 노하우는 상대를 아는 것부터 시작한다. 정보가 불통이면 정치든 경제든 외교든 간에 필패한다. 소통이면 무통(無痛)이고 불통이면 고통(苦痛)이다.
천하제일의 반도체 회사였던 인텔도, 세계 최대 자동차회사 폭스바겐도 한 방에 훅 갔다. 한국이 봉착한 사회문제, 외교문제는 타조처럼 땅바닥에 머리 박고 눈 감는다고 없어지는 것이 아니다. 무시하다 다치고 한 방에 훅 가는 것이 지금 세상이다.
관중이 등 돌린 선수와 팀들이 자기들끼리 자가발전한들, 관중이 사라지면 경기 흥행은 자동 폭망이다. 물은 배를 띄우기도 하지만 전복도 시킨다. 겨우 20%, 30%대의 지지율로 권력을 잡았다고 으스대고 국민을 무시하는 정당과 지도자들에 대해 70~80%의 소리 없는 다수는 반드시 표로 응징한다.
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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