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10월부터 정신병원 격리·강박 전수 조사…예산은 3500만원

고경태 기자 2024. 9. 11.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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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병원에 입원했던 환자가 묶이거나 방치돼 사망하는 사건이 잇따라 드러나 충격을 안긴 가운데, 격리·강박 실태조사(실태조사)를 약속했던 보건복지부가 10월부터 전국 정신병원 전수조사에 나서기로 했다.

조사 가이드라인을 개발한 뒤 지역 보건소의 정신병원 방문조사로 데이터를 확보해 실태조사 보고서를 내놓겠다는 계획인데, 적은 예산 규모와 보건소를 통한 간접 조사 방식 탓에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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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7개 정신병원 전수조사
저예산·보건소 통한 조사 탓 우려 목소리
정신장애 당사자 단체·가족단체 등 시민단체가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정신병원개혁연대 출범 기자회견을 열어 격리·강박 금지 등의 정신건강정책 전환을 촉구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정신병원에 입원했던 환자가 묶이거나 방치돼 사망하는 사건이 잇따라 드러나 충격을 안긴 가운데, 격리·강박 실태조사(실태조사)를 약속했던 보건복지부가 10월부터 전국 정신병원 전수조사에 나서기로 했다. 조사 가이드라인을 개발한 뒤 지역 보건소의 정신병원 방문조사로 데이터를 확보해 실태조사 보고서를 내놓겠다는 계획인데, 적은 예산 규모와 보건소를 통한 조사 방식 탓에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보건복지부 정신건강정책과 관계자는 11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실태조사표를 만들고 조사과정에서 어떤 부분을 중심으로 봐야 할지 가이드라인을 정한 뒤, 전국의 각 보건소를 동원해 10월부터 (정신병원 실태)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라며 “입원 병상을 보유한 정신의료기관 407개소(2023년 기준)가 대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태 조사에서 연구 부문은 용역을 맡겨 진행된다. 복지부 관계자는 “연구용역을 위한 예산 3500만원을 어렵게 만들었다”고 했다. 연구용역을 맡는 기관은 경희대 정신건강의학과이며 이 대학의 백종우 교수(중앙정신건강복지사업지원단 부단장)가 연구 책임을 맡기로 했다.

실태조사의 가장 중요한 대목인 각 정신병원 현장 조사는 기존 지역 보건소의 행정력을 이용하는 방식이 될 걸로 보인다. 보건복지부 실태조사 계획을 공유하고 각 분야 인사들로 구성된 협의체를 구성해 논의하는 정신건강정책 자문기구 중앙정신건강복지사업지원단 기선완 단장은 “보건복지부에서는 3500만 원짜리 실태 조사가 연구 용역으로 나왔는데 이 돈으로 전국을 돌아다니며 조사할 수는 없는 것이고, 보건소 행정력을 동원해서 연구용역팀에서 만들어준 조사표를 채워오면 이를 모아서 통계 분석을 하고 보고서를 쓰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정부 차원의 대대적인 정신병원 격리·강박 실태조사가 벌어지는 셈이지만, 적은 예산 규모와 조사 방식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정신장애인 당사자와 정신의료기관 사정을 잘 아는 한 전문가는 한겨레에 “보건복지부가 3500만원을 예산으로 확보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깜짝 놀랐다. 그 예산을 가지고는 문헌 조사밖에 안된다”고 말했다. 이 전문가는 보건소를 통한 조사와 관련해서도 “보건소는 정신병원에 대한 민원도 처리하기 힘들 지경으로 별도 조사 인력은 더더욱 없을 것이다. 실태조사는 보건복지부가 적절한 예산을 투입하고 관련 전문가를 동원해서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했다.

정신장애 당사자 단체들 사이에서도 조사의 실효성을 의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중앙정신건강복지사업지원단 협의체에 참여하고 있는 이정하 정신장애와 인권 파도손 대표는 “보건소를 통해 조사한다는 이야기는 처음 듣는다. 지금껏 보건소가 정신병원 관리를 해왔는데 보건소가 얼마나 엄밀하고 공정하게 조사를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당사자 단체들이 조사에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겨레가 7월 춘천예현병원에서 251시간50분 동안 격리·강박돼 있던 환자가 사망한 사건을 보도한 뒤, 복지부는 보도자료와 국회 현안보고 등을 통해 정신병원의 격리·강박 실태조사에 나설 뜻을 수 차례 밝힌 바 있다. 이후에도 부천더블유(W)진병원, 인천ㅅ병원의 격리·강박 또는 다인실 강박에 따른 사망사건이 잇따라 드러났고, 정신질환 관련 단체들이 모여 지난 8월 꾸린 정신병원 개혁연대는 “인권을 유린하는 정신병원은 폐쇄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격리·강박 책임자 처벌 강화 규정을 담은 정신건강복지법 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했던 서미화 의원은 격리·강박 실태조사와 관련해 “기존 매뉴얼로 실시되는 행정조사가 아닌 당사자를 포함한 복지부 자체조사 필요성을 지난 국회 보건복지위 전체회의에서 장관에게 직접 질의했다”며 “복지부 관계자에게 정신장애인 환자 사망 병원에 대한 당사자, 전문가, 부처 합동조사를 요청했다”고 말했다.

고경태 기자 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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