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 흘리며 결백 호소한 손준호 "중국 공안이 딸, 아들 사진 들이대며 협박했다"

권수연 기자 2024. 9. 11. 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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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회견 중 눈물 흘리는 손준호

(MHN스포츠 권수연 기자) 중국축구협회에서 영구 제명당한 축구 대표팀 출신 손준호(수원FC)가 기자회견을 열어 결백을 주장했다. 

손준호는 11일 오후 수원종합운동장 내 수원시체육회관에서 기자 간담회를 열고 전날 중국축구협회의 영구 제명 결정에 대해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는 자리를 가졌다.

앞서 전날인 10일 중국축구협회는 손준호에게 협회 최고 수위 징계인 영구 제명 조치를 내렸다. 중국축구협회에 의하면 손준호는 부당한 이익을 도모하고자 승부조작, 불법 수익 등 스포츠 윤리를 위반한 혐의를 받는다. 

해당 징계는 현재 중국 내에서만 적용되는 징계지만 만일 중국축구협회가 국제축구연맹(FIFA) 측에 이를 통보하고, 받아들여지면 문제가 커진다. 만일 FIFA에서 징계위를 열어 각 회원국에 징계 내용을 전달하면 손준호의 선수 생활은 끝나게 된다.

전 산둥 타이산 손준호

손준호는 지난 2020년 10월 18일 전북 현대 소속으로 K리그 골을 기록한 뒤 중국 프로축구리그로 건너갔다. 이후 산둥 타이산 소속으로 활약하다 지난 해 5월 중국 공안에 연행돼 형사 구류 상태에서 비(非)국가공작인원(비공무원) 수뢰 혐의로 공안의 조사를 받았다. 비국가공작인원 수뢰 혐의는 정부 기관이 아닌 기업 또는 기타 단위에 소속된 자가 직무상 편리를 이용해 타인의 재물을 불법 수수한 경우에 해당한다. 

손준호는 이후 형사 구류(임시 구속) 기한이 만료된 후 구속 수사로 전환됐다가 지난 3월 27일 극적으로 귀국했다. 

이후 손준호는 친정팀 전북과의 협상이 무산되며 수원FC에서 국내 복귀에 나섰다. 

대한축구협회가 정식 선수 등록을 허용하며 손준호는 대표팀에도 나설 수 있게 됐지만 끝내 발탁되지는 않았다. 홍명보 대표팀 감독은 지난 달 대표팀 소집 기자회견을 통해 손준호와 관련된 질문을 받고 "손준호는 계속 지켜보고 있지만 아직 무언가 명확하게 되어있지 않다. 리스크가 있었다"고 전했다.

기자회견에 나선 손준호

그리고 전날 중국축구협회의 공식 발표에 대해 손준호 측은 곧장 "사실과 다르다"고 반발하며 공식 입장을 표명할 것을 전해왔다.

이 날 기자회견에 나선 손준호는 "중국 경찰은 말도 안되는 혐의를 제시하며 가족들을 들이밀며 협박했다"고 호소했다. 이어 "혐의를 인정하지 않을 경우 아내가 체포되어 함께 조사를 받아야 한다고 겁을 줬다. 휴대폰 속 딸과 아들의 사진을 보여주며 '아이들은 무슨 죄가 있냐. 엄마까지 이곳에 오면 아이들은 어떻게 지내겠냐'고 빨리 죄를 인정하라고 강요했다"고 전했다.

눈물을 보인 손준호는 "공항에서 체포된 후 가족들이 한국에 갔는지, 중국에 남았는지, 어디에서 어떻게 지내는지 전혀 알 수 없는 상태라 더욱 더 겁이 났다"며 "중국 경찰이 내게 다시 제안을 해왔다. 지금이라도 혐의를 인정하면 빠르면 7일에서 15일 이내에 나갈 수 있다고 했다. 외국인이고 외교 문제도 있으니 보석도 가능하다고 회유했다. 너무 겁이 나서 어쩔 수 없고 나보다는 가족 걱정에, 무엇인지도 모르는 혐의를 인정할 수 밖에 없었다"고 진술했다.

기자회견 중 눈물 흘리는 손준호

손준호는 이후 한국에서 가족이 고용한 변호사와 만났다. 변호사는 당시 손준호에게 "혐의를 인정했기에 어떤 것도 할 수 없다"며 "잘못도 없는데 혐의를 왜 인정했냐. 사실대로 이야기하고 진술을 번복하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손준호는 기자회견을 통해 "진술을 번복하자 중국 경찰이 '왜 진술을 번복하냐'며 강도높은 수사를 몇 차례 했다. 무혐의 주장을 계속 하자 터무니없는 증거를 가져와서 다시 혐의를 인정하라고 압박했다"며 "공안 조사 과정에서 영상과 음성 파일을 변호사에게 보여달라고 요구했지만 돌아온 대답은 조사 영상만 있고 음성 내용은 단 하나도 없다고 했다. 그들이 당당하다면 그 음성 파일을 공개해서 한국 국민들에게 내가 어떤 식으로 조사 받았고, 어떻게 자백을 받아냈는지 과정을 들려드리고 내 결백을 떳떳이 밝히고 싶다"고 말했다.

손준호 측에 따르면 중국 공안은 지난 2022년 1월, 상하이 하이강과의 경기에서 손준호가 승부조작을 저지른 후 팀 동료 진징다오로부터 20만 위안을 받았다는 혐의를 제시했다. 

그러나 손준호는 "승리 보너스가 16만 위안인데, 상시적으로 20만 위안 때문에 승부조작을 하는건 말이 안된다"며 "공안에서는 이 돈을 승부조작으로 인정하라고 했는데 그 경기 후 5~6일 뒤에 20만 위안을 받았다. 다만 (진징다오와는) 돈독한 친구 사이라 돈 거래가 생겼을 뿐이다. 조사 받을때도 불법적인 돈이 아니라고 진술했다. 진실하게 승부조작이 아니라고 말할 수 있다"고 전했다. 

또 손준호는 "며칠 후 판사와 대면했고 판사는 20만 위안이라는 금액을 받았다고 인정하면 수일 내로 석방시켜주겠다고 제안했다"며 "한국으로 돌아가서도 선수 경력을 이어갈 수 있게 해주겠다고 거래를 제시했다. 축구선수로서 당연히 승부 조작을 엄청난 불명예로 생각했다. 처음 판사가 (거래를) 제안했을 때는 '승부 조작이 아니라 개인 간 금품 수수 혐의다. 그러니 나가서 축구선수로 생활하는데 전혀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이후 손준호는 "그들에게 증거라는건 초기에 있던 압박 수사를 통한 내 거짓 자백 뿐"이라며 "약 10개월이 넘게 그 좁은 방, 20명이 넘는 고된 환경에서 혼자 한국인으로 말 한 마디도 못하며 철조망에 갇혀 창문을 바라봤다. 심신이 모두 지쳐 그곳에서 하루 빨리 탈출해야겠다는 생각 뿐이었다. 마지막으로 판사와 고위 간부로 보이는 사람들은 이 내용을 절대 그 누구에게도 발설하지 말라며, 발설할 시 더 이상 축구를 못할 것이라 강조했다"고 털어놓았다.

 

사진= 연합뉴스, 손준호 S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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