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돈 얼마라도 건질 기회 사라져… 티메프 회생 안 반갑다"[현장르포]

노유정 2024. 9. 11. 1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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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라리 파산이 낫지."

11일 서울 용산구 용산전자상가에서 만난 노트북 판매업자 김모씨(51)의 말에서는 답답함이 묻어났다.

이날 김씨는 "차라리 티몬과 위메프가 파산하면 당장 조금이라도 돈을 나눠 가질 수 있을지 모르는데 기업 회생 절차로 넘어가면 정산까지 몇년이 걸릴지 모른다"며 "최소 6~7년이 걸린다고 보면 그때 피해 업체는 이미 끝(파산)이 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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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울한 용산전자상가
회생 절차로 장기간 돈 묶인 탓
총판의 경우 40억 손해 보기도
피해 도매업체들 상품원가 인상
소비자 상대 소매업체까지 휘청
11일 오후 찾아간 서울 용산구 전자상가. 손님은 보이지 않고 한산한 모습이다. 사진=노유정 기자
"차라리 파산이 낫지."

11일 서울 용산구 용산전자상가에서 만난 노트북 판매업자 김모씨(51)의 말에서는 답답함이 묻어났다. 대규모 정산 지연 사태를 일으킨 티몬·위메프(티메프)가 회생절차에 돌입했으나 여전히 전자상가 분위기는 침울함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분위기였다. 피해 상인들의 가장 큰 고통은 당장의 '현금 유동성 공급'인데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하루하루 위기 속에서 살고 있다고 토로했다.

■"있던 컴퓨터도 다 들고 갔다"

이날 김씨는 "차라리 티몬과 위메프가 파산하면 당장 조금이라도 돈을 나눠 가질 수 있을지 모르는데 기업 회생 절차로 넘어가면 정산까지 몇년이 걸릴지 모른다"며 "최소 6~7년이 걸린다고 보면 그때 피해 업체는 이미 끝(파산)이 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서울회생법원이 지난 10일 티몬과 위메프에 대한 회생절차 개시를 결정하면서 파산은 면한 상태다. 문제는 막대한 피해를 본 용산전자상가 상인들이다. 생존을 위해서는 현금이 급한데 이번 회생절차로 장기간 돈이 묶이면서 자신들이 파산하게 생겼다는 입장이다.

상가의 상인 A씨는 "당장 지난 7월부터 지급 예정이었던 돈이 묶여 있다"며 "용산은 소규모로 판매하는 업체가 많지만 총판 같은 경우는 거의 40억원 정도의 손해를 당장 본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같은 날 티몬과 위메프에 수십억대 규모로 컴퓨터를 판매해 온 것으로 알려진 한 총판업체 사무실 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사무실 앞에는 종이박스와 에어캡 등 포장재만 사람 키높이를 넘어설 정도로 높이 쌓여 있었다. 컴퓨터 재고는 보이지 않았다.

배진선 용산전자상가 컴퓨터상회 회장은 "온라인에서 카드로 결제한 소비자들이 찾아와 있던 재고를 다 들고 갔다"며 "결국 업체도 다른 곳으로 사무실을 옮겼다고 들었다"고 전했다.

■손님 끊긴 '용산전자상가'

여파는 소비자들을 상대하는 소매업체로도 번지고 있었다. 티메프 사태로 피해가 큰 도매업체들이 소매업체에 파는 상품 원가를 높이고 있기 때문이다.

용산전자상가 내 선인상가의 컴퓨터 상점 골목 역시 전반적으로 한산했다. 컴퓨터 부품 재고를 옮기는 모습이 간혹 보이기는 했지만 찾아오는 손님은 드물었다.

최근 상황에 대해 묻자 컴퓨터 부품 업체 사장들은 책상 앞에 앉아 한숨만 쉬었다. 컴퓨터 판매업체 사장 유모씨(40)는 "원래 오후 2시가 가장 활발한 시간인데 찾는 사람이 없다"며 "소비자들이 온라인으로라도 구매를 해야 저희 쪽에서도 물건이 팔려나가고 재고를 사들이고 하는데 거래가 없으니 할 수 있는 일이 없다"고 언급했다.

상가를 자주 찾는 사람들도 최근 분위기가 심각한 수준이라고 봤다.

키보드를 사러 왔다는 손님 나모씨(22)는 석달전 상가를 방문했을 때에 비해 사람이 급격히 줄었다고 이야기했다. 나씨는 "원래 온라인이 더 가격이 싸니까 컴퓨터 부품을 온라인으로 사는 편"이라며 "온라인으로 사는 걸 믿을 수 없어 직접 왔지만 당장 키보드가 필요하지 않았다면 오지 않았을 것"이라고 답했다.

아울러 수입 및 도매업체가 현금 유동성 문제로 물건값을 올리면서 소매업체의 부담은 더 가중되고 있다.

배 회장은 "피해 입은 만큼 보전을 하려니 물건 값을 엄청나게 올리고 있다"며 "컴퓨터 부품들이 전부 5~10% 정도 가격이 올랐다. 보통 겨울이면 성수기라 가을부터 생산이 늘면서 가격이 싸지는데 오히려 가격이 오른 것"이라고 하소연했다.

yesyj@fnnews.com 노유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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