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스 ‘비웃음’ 도발에… 트럼프, 미간 찌푸리며 ‘발끈’ [美 대선 TV토론]
해리스, 먼저 손내밀어 악수 청해
트럼프, 사회자 말 끊고 딴소리도
美 언론 “양쪽 결정타는 없었지만
해리스가 토론 주도… 유효타 날려”
해리스 측 “두 번째 토론 준비됐다”
트럼프는 “왜 또 해야 하나” 시큰둥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10일(현지시간) 대선 TV토론은 해리스 부통령이 판정승을 거뒀다는 평가가 주를 이뤘다. 조 바이든 대통령의 대선 후보직 사퇴 직후 민주당 대선 후보에 이름을 올리자마자 지지율이 급상승했던 해리스 부통령은 최근 ‘허니문’ 기간이 끝났다는 평가를 받으며 주춤했지만, TV토론을 계기로 다시 지지율 상승의 동력을 만들 수 있을지가 주목된다.
해리스 부통령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이민자들이 개와 고양이를 먹는다는 등 사실과 다른 언급을 하자 비웃는 듯한 모습을 여러 번 보였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약이 오른 듯 특유의 미간을 찌푸리는 행동을 여러 번 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사회자의 말을 거의 끊지 않았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은 수시로 사회자의 말을 끊었다. 토론을 주관한 ABC방송은 토론 뒤 자체 해설을 통해 “트럼프 전 대통령이 계속 화나 보였다”며 “해리스 부통령이 계속 트럼프 전 대통령을 자극했다”고 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 특유의 ‘딴소리’도 계속됐다. 경제 관련 토론이 진행되는 중 국경 문제를 언급하자 진행자인 데이비드 뮤어는 이민 관련 질문이 따로 있다고 주의를 줬다.
두 후보 모두 자신의 발언 순서가 아닌 때에도 꺼진 마이크 너머로 상대의 발언에 반박하는 모습도 여러 차례 나왔다. 해리스 부통령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미국이 반도체 칩을 거의 만들지 못하고 있다고 말하자 꺼진 마이크에 “사실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해리스 부통령이 “트럼프는 여러분을 위한 계획을 갖고 있지 않다”고 하자 “(참모진들이) 그녀에게 말하라고 갖다줬다”고 비난하기도 했다. 또 자신의 마이크가 꺼진 사이 상대방 발언 도중 찌푸리는 표정을 짓는 등 ‘소리 없는 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에 우호적인 폭스뉴스는 토론에 대해 ‘트럼프, 해리스 및 사회자들과 스파링’이라고 평가했다. 토론을 진행한 ABC방송 사회자들이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불리하게 진행했다는 지적이다.
NYT는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는 녹아웃(knockout) 타격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매체는 해리스는 트럼프를 억만장자와 대기업의 친구로, 트럼프는 해리스가 국가를 이끌기에 너무 진보적인 인물로 묘사하려 한 토론이었다고 평가했다.
WP가 경합주 7곳 출신의 유권자 25명을 섭외해 토론 결과에 대해 질문했더니 평가가 엇갈렸다. 경제·물가 분야에서 경합주 유권자들은 해리스 부통령이 “대답을 회피했다”고 평가했다. 낙태 문제에 대해선 16명의 유권자가 해리스 부통령에, 9명은 트럼프 전 대통령에 동의한다고 답했다.
성공적으로 TV토론을 마친 해리스 부통령 측은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두 번째 토론을 압박하고 나섰고, 트럼프 전 대통령은 시큰둥한 반응을 내놨다. 젠 오말리 딜런 해리스 대선캠프 선거대책위원장은 성명에서 “오늘 해리스 부통령은 미국인들에게 중요한 모든 사안에서 무대를 지배했다”며 “해리스 부통령은 두 번째 토론할 준비가 됐다. 트럼프는 준비가 됐느냐”고 몰아세웠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토론 후 언론 인터뷰에서 2차 TV토론에 대해 “아마도 하지 말아야 할 것 같다”며 “왜 또 토론해야 하나”라고 말했다. ‘공정한’ 방송이 주관한다면 또 할 수도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박영준·이민경 기자, 워싱턴=홍주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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