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원 숫자 대신 숙원과제 풀자"…의료계 '협상론' 고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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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을 중심으로 '의제 제한 없는 여야의정 협의체' 출범 가능성이 거론되자 의료계 일각에서도 "우선 협의체에 참여해 대화를 시작해야 한다"는 '협상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2025학년도 의대 증원 유예 등 실현 가능성이 없는 요구만 고집할 게 아니라 수가 인상, 의료 사고 안전망 구축 등 의료계 숙원 과제를 푸는 데 힘을 모아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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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각선 "대화로 실리 얻어야"
현실과 동 떨어진 의료계 인식
수시모집 중인데 '백지화' 고집
정부는 "2026년 증원 재검토"
강경 교수들 "한발씩 양보할 때"
전공의·의대생 여전히 묵묵부답
"국민불신땐 영원히 개혁 대상 돼
젊은 의사에게 피해 되돌아갈 것"
정치권을 중심으로 ‘의제 제한 없는 여야의정 협의체’ 출범 가능성이 거론되자 의료계 일각에서도 “우선 협의체에 참여해 대화를 시작해야 한다”는 ‘협상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2025학년도 의대 증원 유예 등 실현 가능성이 없는 요구만 고집할 게 아니라 수가 인상, 의료 사고 안전망 구축 등 의료계 숙원 과제를 푸는 데 힘을 모아야 한다는 것이다. 대정부 강경 기조를 계속 유지하면 의사 집단에 대한 국민의 반감과 불신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강경론 뚫고 나오는 협상론
조승연 인천시의료원장은 11일 전화 인터뷰에서 “증원 숫자에 매몰된 것은 오히려 의사들”이라며 “비현실적인 조건을 내밀며 대화를 거부할 것이 아니라 이젠 대화에 참여해 안에서 숫자를 바꾸는 노력을 할 때”라고 말했다. 조 원장은 정부의 필수·지역의료 정책에 대해 오랜 기간 비판의 목소리를 내면서도 정부가 주도하는 의대 증원에 “필요하다”는 입장을 견지해온 외과 전문의다. 공공의료를 담당하는 전국 35개 지방의료원 모임인 전국지방의료원연합회를 이끌고 있다.
조 원장은 “정부의 의료개혁 방안을 뜯어보면 숫자에선 이견이 있을 수 있어도 대부분 의사들이 요구해온 사항”이라며 “정부가 내년은 몰라도 중장기적인 증원 규모의 원점 재검토까지도 양보한 상황에서 7개월 전과 똑같은 얘기만 하면 누가 진심으로 의사에게 공감해주겠나”고 말했다. 이제는 의사들이 대화에 응할 때라는 게 조 원장의 판단이다.
‘강경 모드’를 이어가던 교수 사회에서도 대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고개를 들고 있다. 정부와 여당이 지난 6일 여야의정 협의체를 제안하자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비상대책위원회는 “서로 한 발씩 물러나 원점에서부터 문제를 함께 파악하고 해결하기 위해 대화하고 협의해야 할 것”이라고 공식 입장을 밝혔다. 강희경 서울대 비대위원장은 “숫자(정원)에 매몰될 게 아니라 의료계 문제를 어떻게 풀지 머리를 맞대야 한다”고 조언했다.
여전히 목소리를 내지 않고 있는 전공의와 의대생도 대화에 응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대한산부인과의사회는 9일 입장문을 내고 전공의와 의대생이 정부와 정치권이 제안하는 여야의정 협의체에 참여해 끝장토론을 하고, 양측 모두 그 결과에 따르자고 주장했다.
○“환자 신뢰 잃으면 개혁 대상으로 전락”
이런 협상파 목소리는 여전히 소수 의견이다. 대한의사협회는 여전히 협의체 참여의 선결 조건으로 2025년과 2026년 의대 증원 백지화를 내세우고 있다. 정부가 운영 중인 협의체 ‘의료개혁 특별위원회’ 참여를 거부하고 있는 대한의학회도 대화의 조건으로 정부가 2025년 정원 재논의까지 제시해야 한다는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주요 의대 비대위원장은 “2025년 증원 백지화로 입시 혼란이 올 수 있지만 의대 한 번 가볼까 하는 사람들의 이익까지 보장해줄 필요는 없다고 본다”며 “의대 지망생의 이익이 침해됐다고 하지만 의료 대란만큼은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이런 강경파의 주장이 명분과 실리 모두를 잃게 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서울 지역의 한 의대 원로 교수는 “이번 의정 갈등에서 의사들이 가장 크게 잃은 것은 의사에 대한 환자와 국민의 신뢰와 존중”이라며 “국민의 신뢰를 이대로 회복하지 못하면 직역 자체가 영원한 개혁 대상이 되고 그 피해는 젊은 의사들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걱정했다.
황정환/허세민 기자 j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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