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임기응변식 대응으로 꼬여 가는 의료사태 끝내라
첫 단추가 잘못 끼워진 의대 증원 정책의 여파가 입시, 의대 교육, 응급의료 등에서 또 다른 문제를 파생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 대응은 그때마다 주먹구구식 임기응변이다. 2025학년도 의대 증원에 쐐기를 박겠다면서 갑자기 의대 수시 원서접수 현황을 공개해 혼란을 부추기는가 하면, 의료 대란이 우려되는 추석 연휴에 응급실 진찰료를 3.5배 인상한다고 한다. 비정상이 또 다른 비정상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대체 언제까지 지켜봐야 하는가.
2025학년도 수능 응시원서 접수 결과 ‘n수생’ 지원자가 21년 만에 최대인 16만1784명이나 몰린 것으로 나타났다. 의대 증원을 노린 상위권 n수생 지원이 급증한 걸로 분석된다. 교육부는 대입사전예고제를 무시하고 갑작스레 의대 증원을 발표해 입시 혼란을 가중시킨 것도 모자라, 전날 이례적으로 모집 첫날 정원을 넘어버린 의대 수시 원서접수 현황을 공개했다. 2025학년도 의대 증원에 쐐기를 박기 위해서라지만, 이런 식의 공개는 의대 열풍과 사교육비만 키울 수 있다. 일방적인 증원 숫자와 정책 강행으로 인한 반발을 무마시키겠다고, 교육적 원칙을 이리 쉽게 무너뜨려도 되는 것인가.
교육부가 의대 교육 인프라 확충에 2030년까지 5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힌 것도 또 다른 불안감을 낳고 있다. 의대생이 집단유급되는 최악의 경우 당장 내년부터 최대 7500명이 함께 수업을 받게 되지만, 신축 시설은 빨라야 2028년부터나 사용할 수 있다. 내년에 벌어질 혼란을 막는 데는 소용이 없는 것이다. 무엇보다 각 의대들은 2026학년도 증원 원점 재검토가 흘러나오는 상황에서 정부 투자 계획이 실제 어디까지 실행에 옮겨질지도 확신하지 못하고 있다.
코앞으로 다가온 추석 의료대란 대응 역시 한숨 나오기는 마찬가지다. 윤석열 대통령은 추석 연휴 한시적으로 응급실 진찰료를 평시의 3.5배로 높이고, 병의원 진찰료와 약국 조제료의 건강보험 수가도 예년 공휴일보다 대폭 높이겠다고 했다. 현재의 응급실 난맥상은 의사가 없어서 빚어지는 사태인데, 선심 쓰듯 진찰료를 3.5배 높여준다고 무슨 문제 해결이 되겠는가. 이러니 건강보험 재정을 대통령 쌈짓돈으로 알고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것이다.
사태가 장기화될수록 문제는 더욱 꼬여가기만 할 것이다. 이미 비상진료체계 유지에 수천억원의 건강보험 재정이 축났고, 이대로 가다가는 응급·중증 필수의료 붕괴에 2026학년도 입시마저 혼란스러워진다. 이 악순환을 끝낼 수 있는 건 사회적 대화밖에 없다. 분열된 의료계는 통일된 대표단을 꾸리고, 대통령이 대화 출구를 여는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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