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와 현장] 축구·탁구 협회장의 엇갈린 행보

유정환 기자 2024. 9. 11.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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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파리 올림픽 이후 스포츠계의 비리 의혹이 물밀듯 쏟아지는 가운데 한국 스포츠계의 중심인 축구와 탁구 협회장의 엇갈린 행보가 눈길을 끈다. 10년 넘게 협회장을 맡으며 각종 비난에도 귀를 닫고 연임할 궁리만 하는 이가 있는가 하면 새로운 시대로의 전환을 준비하며 각종 특혜와 기득권을 내려놓는 이도 있다. 한국 스포츠의 현재와 미래를 보는 듯하다.

북중미 월드컵 3차 예선 1차전이 펼쳐진 지난 5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는 이례적인 일이 발생했다. 한국과 팔레스타인이 0-0 무승부로 경기가 끝나자 관중석에서 야유가 터져 나왔다. FIFA 랭킹 96위인 팔레스타인에게 23위인 한국이 막상막하로 고전하는 등 졸전을 펼쳐서다. 경기 도중 홍명보 감독이 전광판에 비춰질 때마다 “우~” 하는 야유가 터졌고, 북소리에 맞춰서는 “정몽규(대한축구협회장) 나가!”라는 구호가 울려퍼졌다. 그나마 지난 10일 열린 2차 오만전에서는 한국과 오만이 비슷한 수준의 경기를 펼쳤지만 ‘주장’ 손흥민이 3개의 공격포인트(1골, 2도움)를 올리며 오만을 3-1로 누르면서 한국 축구를 벼랑 끝에서 지켰다.

이처럼 한국축구가 비난의 대상이 됐던 적이 있었던가. 경기에서 질 때마다 일시적으로 비난을 받은 적이 있지만 수년에 걸쳐 한결같이 비난 받는 것은 처음이다. 축구협회의 추락은 지난 아시안컵 참패 이후 가속도가 붙고 있지만 그 누구도 책임지는 이가 없다. 축구협회는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지도력 논란 등으로 경질된 뒤 특정 감독 추대를 위해 6개월의 시간을 허비했고, 번듯한 해외파 감독을 내치고 홍 감독을 모셔오다시피 한 것도 모자라 성적조차 최악으로 치달았다. 특정 대학을 중심으로 한 카르텔은 도가 지나쳤다는 분위기다.

이와 달리 일본은 체계적인 계획 아래 미래를 준비해 왔다. 지난 5일 압도적인 실력으로 중국을 7-0으로 누른 데 이어 지난 10일 호주를 꺾은 바레인을 상대로 5-0 압승을 펼쳐 한국 축구와의 격차가 더 벌어지고 있음을 실감하게 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문화체육관광부가 독단적인 운영을 일삼는 정 회장의 4선 도전에 대해 제동을 걸고 있다는 점이다. 유인촌 문체부 장관은 지난달 정 회장의 4선 도전에 대해 “기본적으로 안 되게 돼 있다. 대한체육회 스포츠공정위원회가 허가하면 할 수 있다고 돼 있는데 공정위가 정말 공정하다면 다시 출마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와는 달리 모범적인 행보를 하는 회장도 있다. 지난 9일 대한탁구협회 회장에서 물러난 유승민 전 회장이다. 대한체육회 회장에 도전한 유 전 회장은 올 연말까지 탁구협회장 신분으로 선거를 치를 수도 있었지만 과감하게 던졌다. 유 회장은 “탁구협회 회장이라는 직함에서 오는 그 어떠한 혜택에도 안주하고 싶지 않았고, 탁구협회 업무에 소홀해지는 일이 있으면 안 된다는 생각에 과감히 사임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가 지금까지 해온 행보 역시 주목받고 있다. 탁구선수로는 2004년 아테네 올림픽 남자 단식에서 16년 만에 금메달을 차지했고, 이어 2016년에는 8년 임기의 IOC 선수위원에도 당선되며 스포츠 외교력도 합격점을 받았다. 5년간 탁구협회장직을 맡으면서 치른 파리 올림픽에서 혼합복식과 여자 단체전 동메달 2개를 수확해 12년 만에 최고의 성적을 냈다. 노메달에 그친 앞선 2번(리우데자네이루, 도쿄)과는 확연히 달랐다.


지난 9일 기자와 통화한 유 전 회장은 “젊은 세대답게 빠르게 변화하는 체육계에 능동적으로 어필하면서 체육을 발전시킬 기회를 만들기 위해 출마했다. 선수 출신 지도자가 활약하면서 전문성도 높아지고 있지만 여전히 체육행정에서는 행정 중심이라는 한계를 느꼈다”며 출마 이유를 밝혔다. 자신만의 뚝심으로 나아갈 바를 명확히 설정한 뒤 최선을 다해 준비하고 결국 성과까지 만들어 내는 그의 모습에서 대한민국 체육계의 미래를 볼 수 있었다. 그가 대한체육회 회장이 된다면 비정상적인 관행과 악습이 공고히 자리잡은 축구협회도 달라지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유정환 스포츠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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