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더 죽어서 뉴스 나와야"… 의사 커뮤니티 글 경찰 수사

의대 증원 관련 막말 잇따라
"응급실 돌다 죽어도 감흥없다"
한동훈 "醫 일부라도 참여하면
여야의정 먼저 출발하자" 제안

의료대란으로 인한 응급실 사태가 악화되고 있는 가운데 일부 의대생들이 의사·의대생 커뮤니티에 "더 죽어서 뉴스에 나왔으면 하는 마음뿐"이라는 등 입에 담기 어려운 패륜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해당 커뮤니티는 의사·의대생임을 인증해야만 가입 가능하다. 보건복지부는 해당 게시글을 증거로 확보한 뒤 경찰에 수사를 의뢰할 방침이다.

11일 보건복지부와 의료계에 따르면 의사·의대생 커뮤니티인 '메디스태프'에는 응급실 위기가 더욱 악화되기를 바라는 의대생들의 글이 올라오고 있다. 한 의대생은 최근 "조선인이 응급실 돌다 죽어도 아무 감흥이 없음"이라며 "더 죽어서 뉴스에 나와줬으면 하는 마음뿐임"이라는 글을 남겼다. 또 다른 의대생은 "(개돼지들이) 죽음에 대한 공포로 온몸이 마비되고, 의사에게 진료받지 못해서 생을 마감할 뻔한 경험들이 여럿 쌓이고 쌓여야 생명을 다루는 의사에 대한 감사함과 존경심을 갖게 된다"며 "그러면 치료 결과가 어떻게 되든지 일단 진료받을 수 있다는 점에 안도와 감사를 느낄 것"이라고 했다. 이 밖에도 "다 죽어라. 니들(정부)이랑 협의하는 단계는 지났다" "추석에 응급실 대란이 진짜 왔으면 좋겠다. 조선인들 살리면 안 되는데" 등 패륜 게시글들이 줄을 이었다.

익명성에 숨어 의대생들이 이처럼 부도덕한 발언을 쏟아내는 배경에는 응급실 사태가 더 악화될 경우 정부가 의대 증원 정책을 포기하고 백기 투항할 수 있다는 판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반사회적 글들이 게재된 사실이 확인되자 복지부는 관련 증거를 확보한 후 해당 글 게시자들을 대상으로 경찰에 수사를 의뢰할 방침이다.

정윤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일부 의사 또는 의대생들의 잘못된 인식과 행동이 매우 안타깝고 유감스럽다"며 "의료계에서도 환자 곁을 지키고 계신 의료진의 노고가 존중받을 수 있도록 일부 의사들의 부적절한 행동을 바로잡아 주시기를 바란다"고 요청했다.

한편 '여야의정 협의체'에 의료계가 참여하지 않자 정치권에서는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 여권 내부에서 2025학년도 의대 정원 조정 등을 협의체에서 다룰지에 대해 의견이 갈리자 더불어민주당은 당장 내년도 정원부터 재논의하자며 압박에 나섰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통해 "지금은 협의체의 출발이 중요하다"며 "의료계에서 처음부터 모두가 한꺼번에 참여하지 못하더라도, 가능한 단체부터 참여해서 일단 여야의정 협의체가 출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 대표는 그러면서 "추석 전에 여야의정 협의체를 출발시켜 국민들의 불안감을 조금이나마 덜어드리자"고 덧붙였다.

반면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서울 동작구 중앙대병원 응급실을 찾은 뒤 기자들과 만나 "수시모집 접수가 시작돼 2025학년도 의대 정원을 재조정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거듭 밝혔다.

이에 한민수 민주당 대변인은 "2025학년도 의대 정원 조정 문제에 제한을 두는 건 의료계 참여를 원천 봉쇄하는 것이므로 제한 없이 논의돼야 한다"며 "집권당 대표와 정부 입장이 다른 만큼 입장을 정확히 정해달라"고 말했다.

[심희진 기자 / 박윤균 기자 / 구정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