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O 현장] '눈물 호소' 손준호 "20만 위안 받은 건 사실, 승부조작은 아니다"...중국 공안, 가족 협박으로 회유 → 거짓 자백 주장
[스포티비뉴스=수원, 조용운 기자] 국가대표 출신 미드필더 손준호(32, 수원FC)가 승부조작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손준호는 11일 오후 수원시체육회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중국발 승부조작 가담 의혹에 대해 이야기했다. 가장 먼저 "진실만 말하겠다. 이렇게 터놓고 응어리 진 부분을 밝힐 수 있는 자리가 마련돼 홀가분하다"면서 처음 체포된 순간부터 구치소에서 조사 받던 과정, 중국 측이 가족 및 선수 생활을 가지고 협박한 내용 등을 털어놨다.
앞서 중국축구협회와 공안부는 전날(10일) 자국 프로축구 승부조작 및 불법 도박 사건의 특별 시정 조치를 발표했다. 장기간 조사한 내용을 통해 총 61명에 대한 징계안을 설명했다. 그 중에 산둥 타이산에서 뛰었던 손준호가 부당한 이득을 위해 부정 거래, 축구경기 조작, 불법 수익을 취했다고 밝혔다.
중국축구협회와 공안부는 "손준호는 스포츠맨십을 심각하게 위반하고 상실한 사안에 따라 43명에게 내린 중국내 영구제명 징계에 포함한다"고 선언했다.
손준호에게 유죄를 내린 이들은 "사회적으로 매우 나쁜 영향을 줬다. 축구와 관련된 모든 활동을 평생 금지한다. 모든 종사자가 이 사건을 거울로 삼아 부당한 이익의 유혹을 단호하게 배격하길 바란다"며 "경기장에서 공정한 경쟁을 수호하며 각 협회와 축구단이 경종을 울리는 일이 됐으면 한다. 경고 교육과 관리 지도를 더욱 강화해 축구계의 좋은 분위기를 촉진했으면 한다"고 알렸다.
해당 징계는 중국 축구 내에서만 적용된다. 하지만 중국축구협회가 해당 사안을 국제축구연맹(FIFA)에 제기하면서 상황을 지켜봐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FIFA가 징계를 확대한다면 손준호는 한국 및 세계 어디에서도 선수 생활을 할 수 없다.
급히 반박 회견을 마련한 손준호는 "중국 공안에 체포될 당시 정말 당황스러웠고, 너무 큰 쇼크를 받았다. 가족들 앞에서 체포됐기에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였다"며 "체포 이유도 더 당황스러웠다. 공안은 뇌물 수수죄로 체포한다고 했다. 그때는 무슨 말인지 몰랐고, 결백도 계속 주장했다"라고 돌아봤다.
손준호는 체포 이후 초양시의 한 구치소에 수감됐다. 이후 조사가 계속됐고, 손준호는 이 과정에서 중국 공안이 가족사진을 들고 협박 및 회유를 했다고 주장했다. 이런 시간이 10개월 넘게 이어지다 보니 어쩔 수 없이 중국 측 회유에 넘어갔다고 설명했다.
손준호는 "당시 상황이 너무 겁이 났고, 살면서 이런 적이 처음이어서 가족 걱정도 컸다. 그래서 무엇인지도 모르는 혐의에도 가족 품으로 빨리 돌아갈 수 있다는 말에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라고 했다.
다만 자백이 승부조작과 연관이 돼 흘러가는 상황에서 잘못된 행동이라 생각한 손준호는 중국인 변호사를 통해 무혐의를 주장했다. 진술 번복이 오래 지속되자 중국측은 손준호에게 금품수수로 혐의를 바꿔 인정하면 곧바로 석방 가능하다는 제안을 했다고 떠올렸다.
손준호는 "K리그에서 뛸 때 승부조작에 대한 교육을 잘 받았기에, 축구선수로서 엄청난 불명예이자 치명적인 일이라고 생각한다. 처음 판사가 제안했을 때 인정하지 않았다"며 "그러자 개인간의 금품수수 혐의를 인정하면 바로 나가서 축구선수로 생활을 이어가는데 문제가 없다는 식으로 얘기했다"라고 했다.
이어 "당시 내 승리 수당이 16만 위안(약 3,000만 원)이었는데 20만 위안(약 3,760만 원) 벌자고 승부조작할 사람으로 보지 않겠지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라고 거짓 자백을 한 이유를 말했다.
하지만 손준호는 승부조작범으로 특정된 조선족 선수 진징다오(김경도)에게 실제로 20만 위안은 건네받았다고 인정했다.
손준호는 "진징다오는 산둥에서 유일하게 한국말을 할 줄 아는 선수였다. 내가 적응하는 데 큰 도움을 줬고, 가족과도 돈독하게 지냈다"며 "중국 돈이 필요할 때 종종 빌린 적이 있다. 친구간 돈거래가 있었던 건 맞지만 승부조작이나 불법젇인 일로 돈을 받은 건 아니다. 진실되게 승부조작은 하지 않았다고 말할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이를 증명할 반박 자료는 제시하지 못했다. 중국이 석방한 이유가 담긴 판결문이나 조사 과정에서 주장한 대목, 진징다오와 20만 위안을 주고 받던 때의 대화 내용 등 어느 것도 확보하지 못했다.
손준호는 "중국에서 받던 연봉이 커서 20만 위안이 크게 느껴지지 않았다. 서로 선물도 주고 받아 왔다. 진징다오가 축구교실을 열었을 때 나도 1천만 원 상당의 현물을 준 적이 있다. 그래서 20만 위안이 내가 빌려준 돈을 받은 개념처럼 생각했다"라고 했다.
손준호는 중국 공안의 회유에 의한 금품수수를 인정해 유죄를 받고 10개월의 형을 마쳤다. 그런데도 중국축구협회는 승부조작 혐의라고 밝혔다. 중국 측은 손준호의 반박에도 산둥과 상하이 상강전을 승부조작 대상 경기라고 들었다.
손준호는 "중국 공안은 딱 1경기 제시했다. 어떤 식으로 승부조작에 가담했는지는 그쪽에서도 말하지 못했다"며 "사실 수비형 미프딜더가 어떻게 승부조작에 가담하는지 이해하지 못하겠다. 내가 골을 넣을 수 있는 포지션도 아니다. 떳떳하게 말할 수 있다"라고 했다.
그럼에도 "경기 당일이 아닌 5~6일 후에 20만 위안을 주고 받은 건 사실이다. 단 상하이 상강전을 보면 승부조작 혐의를 받은 선수들 중 나만 90분을 뛰었다. 다른 선수들은 뛰지 않았다. 승부조작이라 할 수 없다"라고 말햇다.
끝으로 손준호 측은 "한국 국가대표를 불법으로 구금하고 강압 수사를 한 사건"이라고 정의했다. 손준호는 "중국은 공안에게 조사를 받을 때 영상 파일만 남아있다고 얘기한다. 가능하다면 음성 파일을 공개해줬으면 한다. 그래야 내가 승부조작과 관련이 없다는 걸 증명할 수 있을 것"이라고 호소했다.
다음은 손준호의 모두 발언.
막상 이렇게 오니까 긴장도 되는데 제 입에서 나가는 말은 사실이고, 진실만 말하겠다. 이제는 이렇게 터놓고 응어리 같은 걸 밝힐 수 있는 자리가 마련돼서 홀가분하다. 긴 얘기가 될 거 같은데 처음부터 말씀 드리겠다. 중간에 감정이 올라와서 눈물을 흘리게 되는 부분은 이해해 주시길 바란다.
중국 공안에 체포될 당시 정말 당황스러웠고, 너무나 큰 쇼크를 받았다. 가족들 앞에서 체포됐기에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였다. 더 당황스러웠던 것은 체포 이유였다. 공안은 자신의 핸드폰으로 번역한 뇌물 수수죄로 체포한다고 보여줬다. 그때는 무슨 말인지 몰랐고, 결백을 주장했다. 체포 이후 몇 시간이 지난 후에야 한국말을 어눌하게 하는 통역이 왔다. 곧장 무슨 일이냐고 물었고, 죄를 지어서 수사를 받아야 한다고 들었을 때 당황스러웠고
드라마에서 본 게 있었기에 변호사를 고용하겠다고 했더니 경찰 통역은 큰 일이 아니라며 변호사까지 필요없을 것이라고 해서 조사를 진행했다. . 영문도 모른 채 갇혀있다가 다른 곳으로 끌려갔다. 중국 초양시에 있는 구치소였다. 도착해서 조사가 시작됐는데 갑자기 중국 경찰은 말도 안 되는 혐의를 제시하며 인정하지 않을 경우 '너의 아내를 외교부를 통해 체포해서 같은 구치소로 잡혀와서 같이 조사를 해야 한다'고 겁을 줬다. 핸드폰 속에 내 딸과 아들을 보여주면서 '아이들은 무슨 죄가 있냐. 엄마까지 이곳에 오면 아이들은 어떻게 지내느냐. 아이들도 아빠가 보고 싶지 않겠느냐'며 빨리 인정하라고 강요했다.
저는 공항에서 체포된 이후 가족들이 한국에 갔는지 중국에 남아있는지 어디에서 어떻게 지내는지 알 수 없는 상황이어서 더욱 겁이 났고, 가족 생각이 많이 났다. 그때 다시 한번 중국 경찰은 내게 '지금이라도 혐의를 인정하면 빠르면 7일에서 15일이면 나갈 수 있다. 외국인이고 외교 문제도 있어서 보석도 가능하다'고 회유했다. 그래서 몇번이고 물었고, 나는 어쩔 수 없이 너무 겁이 났고, 살면서 이런 적이 처음이어서 가족 걱정이 나서 무엇인지도 모르는 혐의를 빨리 가족 품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말에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3주 후, 드디어 우리 가족이 신청한 변호사와 접견할 수 있었다. 그때 변호사는 내가 혐의를 인정해서 어떤 것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변호사는 내게 모든 걸 사실대로 말해야 도와줄 수 있다고 했다. 앞에서 겪었던 모든 일을 이야기했다. 그러자 변호사는 잘못도 없는데 왜 혐의를 인정했느냐. 사실대로 얘기하고 진술을 번복하라고 했다. 그 이야기를 듣고 나서야 내가 바보 같고 한심하다는 생각까지 했다. 단지 빨리 나갈 수 있다는 생각과 가족에 대한 걱정,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 때문에 너무 안일했다. 가족들도 한국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호소를 하는 게 어떻느냐고 했지만 변호사는 손준호 보호를 할 수 없다고 말했다. 더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외부에 이야기하지 말하야 한다고 했다. 그래서 한국 정부나 대한축구협회에 도움을 요청하지 않고 개인적으로 해결했다.
진술을 번복한 후 중국 경찰은 강도높게 조사를 진행했다. 계속 무혐의 주장을 하자 터무니 없는 증거를 가지고 와 혐의를 인정하라고 압박했다. 계속 반박하자 수개월 동안 몇 번의 조사만 받을 뿐이었다. 공안 단계에서 수사 과정, 영상과 음성 파일을 변호사에게 보여달라고 신청했지만 돌아온 대답은 공안은 조사 영상만 있지 음성 파일은 하나도 없다고 했다. 그들이 당당하다면 음성 파일을 공개하여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나를 어떻게 조사했고, 내게 어떻게 자백을 받아냈는지 과정을 들려줬으면 한다. 그들에게 증거라는 것은 초기에 있었던 압박 수사를 통한 저의 거짓 자백뿐이다. 이후 조사 내용도 무의미하게 반복했다.
계절이 두 번 변하고 수사 이후 재판을 받아야 한다고 했다. 집에 빨리 돌아가고 싶지 않느냐고 그들이 말했다. 매주 영사님과 접견을 하던 상황이어러서 빨리 돌아갈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하게 됐다. 재판이 있기 전 판사가 따로 불러 만나러 내려가니 고위 간부로 보이는 사람과 판사가 서로 이야기를 하며 절대 무혐의로 나갈 수 없다 무언가 하나라도 인정하지 않으면 외교적으로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에 작은죄라도 인정해야 한다고. 그러지 않으면 언제 나갈지 모른다라고 말했다.
나는 생각해 본다고 말하고 구치소 방으로 돌아갔다. 변호사와 아내의 의견을 들었고 며칠 후 다시 판사와 간부와 만나 20만 위안을 진징다오에게 받았다고 인정하면 석방시켜준다고 했다. 한국에서도 축구선수로 경력을 이어갈 수 있게 해주겠다는 거래를 제시했다. 축구선수로서 승부조작은 엄청난 불명예라고 생각했고, K리그에서도 실시한 교육도 잘 받았기에 치명적이라고 생각했다. 처음 판사가 제안했을 때 인정할 수 없다고 얘기했다. 개인간의 금품수수 혐의다. 그러니 나가서 축구선수로 생활을 이어가는데 문제가 없다고 했다. 그때 생각으로는 내가 이겼을 때 승리 수당이 16만 위안이었는데 어느 누구도 승리 보너스를 16만 위안을 받는 선수가 20만 위안을 벌기 위해 승부조작을 할 것이라고 생각 안하겠지라고 생각했다.
약 10개월 넘게 좁은 방에 20명이 넘는 고된 환경에서도 혼자 한국인으로 하루에 말 한 마디도 못하고 철조망 같이 창문을 바라보며 하루하루 힘들게 생활하였기에 심신이 모두 지쳐 더 이상 그곳에서 하루라도 빨리 탈출해야 한다는 생각이었다. 대한민국 땅을 밟고 싶었고 그 누구라도 저와 같은 생각을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 내용을 누구에게도 발설해서는 안 된다고 발설시 큰 문제를 삼아 축구를 더 이상 못하게 하겠다고 했다. 형식적인 재판을 하고 석방돼 한국으로 돌아갔다. 대한축구협회를 통해 ITC를 신청하게 되었고, 예상외로 빠르게 발급되어 한국에서 선수 생활을 이어나갈 수 있다는 생각에 매우 기뻤다. 지금까지 대응하지 않고, 말하지 못했던 부분이다. 이제야 말씀드리게 되어 홀가분하고 마음이 편하다.
믿고 기다려주신 국민 여러분께 지금 말씀드리는 까닭이며 저의 억울함을 조금이라도 알아주셨으면 좋겠다. 지금도 주변에서 많은 분이 도와주고 지지해주고 계셔서 버티고 있다. 저를 응원해주신 국민 여러분들께 사실만을 이야기 드린다. 국민 여러분 뿐만 아니라 축구계에서도 저를 믿고 도움을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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