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구 제명' 손준호, 억울함 호소…"中 공안 '아내도 체포하겠다' 협박에 거짓 자백"
중국축구협회로부터 영구 제명 중징계를 받은 한국 축구 국가대표 출신 미드필더 손준호(32·수원FC)가 억울함을 토로했다.
11일 뉴시스에 따르면 손준호는 이날 오후 4시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의 수원종합운동장 내 수원시체육회관 2층에서 진행된 입장 발표 기자회견을 통해 중국에서 겪은 일들을 상세하게 설명했다.
손준호는 지난해 5월 중국 상하이 홍차오공항을 통해 귀국하려다 공안에 연행됐고, 이후 형사 구류돼 랴오닝성 차오양 공안국의 조사를 받았다. 손준호가 받은 혐의는 '비(非)국가공작인원 수뢰죄'다. 정부 기관이 아닌 기업 또는 기타 단위에 소속된 사람이 자신의 직무상 편리를 이용해 타인의 재물을 불법 수수한 경우 적용되는 혐의다. 승부 조작 가담 또는 산둥으로 이적하는 과정에서 금품이 오갔을 가능성이 거론됐다.
손준호 측은 이를 강하게 부인해 왔지만 사태는 쉽게 해결되지 않았고, 10개월 동안 갇혀 있다가 지난 3월 풀려나 귀국했다. 손준호는 이때 공항에서 체포된 시점부터 어떻게 조사를 받았고 어떤 일이 있었으며, 어떻게 석방됐는지의 과정을 자세하게 설명했다.
그는 "처음 중국 공안에 체포될 당시 당황스러웠고 너무나 큰 쇼크를 받았다. 더군다나 가족들 앞에서 체포가 됐기 때문"이라며 "그런 부분은 말로 표현하지 못할 정도의 쇼크를 받았다"고 운을 뗐다.
이어 "더 당황스러운 건 체포 이후"라며 "공안이 나에게 자신의 핸드폰으로 번역해서 뇌물 수수 혐의로 체포한다고 했다. 그때 당시 무슨 말인가 했고, 당황했으며 어이가 없었다. 이런 적이 없었다고 결백했다"고 설명했다.
또 "체포되고 몇 시간 후에야 한국말을 어눌하게, 잘하시지도 못하는 통역분이 오셨다. 곧장 무슨 일이 있냐고 물었고, 죄를 지어서 수사를 받아야 한다고 들었을 때 다시 한번 당황스러웠다"며 "죄를 짓지 않았다고 결백하다고 했다. 그런데 이런 상황을 TV나 드라마로 본 게 있어서 변호사가 필요하다고, 고용하겠다고 했더니 경찰 통역은 큰 일이 아니라며 변호사까지 필요 없다고 해서 신청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한참이 흘러 영문도 모른 채 갇혀 있다가 어디로 이동해야 한다며 끌고 갔다. 구치소였다. (구치소에) 도착해 조사가 시작됐는데, 갑자기 중국 경찰은 말도 안 되는 혐의를 제시하며 혐의를 인정하지 않을 경우 '네 아내를 외교부를 통해 체포해 이 구치소로 잡아 와서 같이 조사를 해야 한다'며 겁을 줬다"고 말했다.
손준호는 눈물을 흘리며 "그 핸드폰 속에 내 딸과 아들을 보여주면서 '아이들은 무슨 죄가 있냐, 엄마까지 이곳으로 오면 아이들은 어떻게 지내냐'며 '아이들도 아빠가 보고 싶지 않겠냐, 그러니 빨리 인정하라'고 강요를 했다"고 했다.
이어 "공항에서 체포된 이후 가족들이 한국에 갔는지, 중국에 남아 있는지 어디에서 어떻게 지내는지 전혀 알 수 없는 상태였기에 더욱더 겁이 났고 가족 생각이 너무 났다"며 "그때 다시 한번 중국 경찰은 나에게 제안했다. 지금이라도 혐의를 인정하면 빠르면 7일에서 15일 뒤면 나갈 수 있다고 했다. 너는 외국인이고 외교 간의 문제도 있고, 보석도 가능하다고 회유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나보다는 가족 걱정에 어쩔 수 없이 무엇인지도 모르는 혐의를, 빨리 가족 품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말에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며 "구치소에 가고 3주 후 드디어 우리 가족들이 한국에서 고용한 변호사와 첫 접견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때 변호사는 내가 혐의를 인정했기 때문에 어떠한 것도 할 수 없다고 이야기했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겪었던 모든 일들을 이야기했다. 그러자 변호사는 '잘못도 없는데 왜 혐의를 인정했냐, 사실대로 이야기하고 진술을 번복하라'고 이야기했다"며 "그 이야기를 듣고 나서야 내가 너무 바보 같은, 한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 단지 빨리 나갈 수 있다는 생각과 가족에 대한 걱정,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 때문에 너무 안일한 판단을 했다"고 흐느꼈다.
적극적인 대응을 하지 않았던 부분에 대해서는 "가족들도 한국에서 기자회견 등을 통해 고소하면 어떻겠냐고 했다. 중국 변호사는 '그렇게 되면 우리는 손준호의 변호 활동을 할 수 없다'고 말했다"며 "혼자 재판에 서야 되고 더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외부에 이야기하지 않아야 한다고 했다. 그래서 한국 정부나 대한축구협회 도움을 요청하지 않고 개인적 차원에서 해결하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손준호는 진술 번복 이후 수개월 동안 의미 없는 조사를 단 몇 차례밖에 받지 않았다고 한다. 그는 "그러던 어느 날 단기간에 여러 차례 수사를 받았다. 수사 이후 '이제 재판을 받아야 한다며 집에 빨리 돌아가고 싶지 않냐'고 중국 경찰이 말했다. 당시 변호사와 영사님 접견이 매주 미뤄지는 상황이어서, 빠르게 상의한 후 집에 돌아갈 방법을 나에게 강구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재판이 있기 전, 판사와 고위 관계자로 보이는 사람이 '외교적으로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에 어떤 식으로라도 작은 죄라도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작은 죄라도 인정하지 않을 시에도 너는 언제 여기서 나갈지 모른다'라고 내게 말했다"고 덧붙였다.
또 "판사는 20만 위안이라는 금액을 (동료 선수인) 김경도에게 받았다고 인정하면 수일 내로 석방시켜주겠다고 제안했다. 그리고 '한국으로 돌아가서도 축구 선수 경력을 이어갈 수 있게 해주겠다'고 거래를 제시했다"고 알렸다.
손준호는 축구 선수로서 승부 조작이 엄청난 불명예라는 걸 알기에 해당 제안을 인정하지 않았다고 했다. 하지만 구치소 생활이 길어지면서 '내가 승리 보너스로 16만 위안을 받는데, 사람들이 20만 위안을 받기 위해 승부 조작을 하진 않았을 것이라 생각하겠지' 싶었다고 한다. 결국 판사의 제안을 받아들인 손준호는 석방될 수 있었다.
손준호는 "마지막으로 판사와 고위 간부로 보이는 사람이 '이 내용을 나가서 절대 그 누구에게도 발설해선 안 된다'며, '발설 시 큰 문제로 삼을 거라며 축구를 더 못할 것'이라고 했다. 이후 형식적인 재판 이후 석방됐고, 한국에 돌아오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나의 억울함을 조금이라도 알아주셨으면 좋겠다. 나를 응원해 주신 국민 여러분께 사실만을 이야기드린다. 국민 여러분뿐 아니라 축구계에서도 나를 믿고 도움을 주시길 부탁드리겠다"고 강조했다.
중국축구협회는 지난 10일 중국체육총국, 공안부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승부 조작 사건에 연루된 61명에 대한 징계안을 발표했다. 손준호를 포함해 산둥 타이산과 선양 훙윈, 장쑤 쑤닝, 상하이 선화 등에서 뛰었던 선수 44명에게 영구 제명 징계를 내렸고, 17명에게는 5년 자격 정지 징계를 각각 내렸다.
대한축구협회 관계자는 이번 징계와 관련해 "중국 측에 관련 문서를 요청한 상태다. 회신이 오면 관련 내용을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소은 기자 luckyss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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