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신사진 속 이슈人] 정글 길 택한 미국행 중남미 이주민으로 열대우림 몸살
'아메리칸 드림'을 좇아 미국으로 향하는 중남미 이주민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이주민들이 몰리면서 남미에서 북미로 향하는 육로 한복판에 놓인 열대우림 지역은 쓰레기와 오물로 몸살을 앓고 있는 상태입니다. 험난한 자연환경을 극복하지 못하고 숨진 이들의 시신까지 그대로 방치되면서 '환경 재앙' 우려마저 나오고 있죠.
파나마 일간 라프렌사와 영국 일간 가디언은 10일(현지시간) 파나마 환경부가 남미 콜롬비아 북부 지역과 맞닿은 남부 국경 지대의 다리엔 갭에서 지난해 육로 통과자 1인당 평균 약 9㎏ 정도의 쓰레기를 배출하는 것으로 추정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지난해 다리엔 갭을 지나간 이주민은 하루 평균 1400명 정도라고 파나마 당국은 확인했습니다. 하루에 12.6t 이상의 쓰레기가 나온 셈이죠. 서울의 1인당 하루 폐기물(재활용·음식물 제외, 2020년 기준) 배출량이 약 0.3㎏인 것을 고려하면, 이보다 30배나 많은 양입니다.
다리엔 갭은 중미 파나마와 남미 콜롬비아 사이에 있는 약 100㎞ 길이의 정글로 가파른 산과 빽빽한 숲, 늪지대로 이뤄진 육상 통로입니다. 독거미와 독사 등 인간의 생명을 위협하는 야생동물이 많고 지형이 험난해 위험천만한 곳이지만 북미로 걸어서 갈 수 있는 유일한 통로라는 점 때문에 미국과 멕시코, 캐나다로 향하는 중남미 이민자들의 주요 이동 통로가 되고 있습니다. 진흙과 우림을 헤치고 최장 엿새에 걸쳐 다리엔 갭을 건넌 이민자들은 파나마를 통과해 코스타리카 국경으로 향하고 이어 니카라과, 온두라스, 과테말라, 멕시코를 거쳐 미국 국경에 도달하게 됩니다.
팬데믹 이전까지만 해도 외부인이 거의 드물어 청정했던 일대 강둑에는 요즈음 우기만 되면 음료수 캔, 찢어진 티셔츠, 플라스틱 식품 용기로 가득하다고 가디언은 현지 주민들의 말을 인용해 전했습니다. 선박용 유류와 배설물까지 겹치면서 악취도 진동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오염된 강물을 식수로 쓰거나 물에서 목욕 또는 빨래 등을 하다 질병에 걸린 원주민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죠. 다리엔 갭에는 약 8000명이 거주하고 있습니다.
약 1400명의 원주민이 거주하는 누에바비히아 마을 리더는 가디언에 "어느 날 갑자기 쓰레기가 넘쳐나기 시작한 건 우리가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라며 "우리는 모든 것을 지역 생태계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걱정스럽다"고 말했습니다.
'아메리칸드림'을 이루지 못한 채 험한 환경 속에서 숨진 이주민들의 시신도 곳곳에서 썩어가고 있다고 합니다. 호세 라울 물리노 파나마 대통령은 지난달 다리엔 갭 출입을 막기 위한 펜스 설치 등 정책 발표 기자회견에서 "자연의 오아시스였던 다리엔 갭 강물이 배설물과 심지어 시체로 인해 오염되고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파나마 정부는 다리엔 갭 '청소'를 위해 지역 사회와 함께 환경 정화 프로젝트를 계획하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선 불법 이주 행렬을 "최소한으로" 줄이는 게 선결 과제라고 밝혔습니다.
올해 초 파나마 공공안전부가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다리엔 갭을 건넌 이민자는 2019년 2만4000명 규모에서 2022년 25만명으로 급증했습니다. 지난해엔 역대 최고인 52만여명으로 집계됐습니다. 국적별로는 베네수엘라(32만8667명)가 압도적으로 많고, 에콰도르(5만7222명), 아이티(4만6558명), 중국(2만5344명)이 그 뒤를 이었습니다.
대부분 장기간 이어진 경제난과 치안 불안, 사회적 붕괴를 피해 정글을 건넜습니다. 특히 베네수엘라 이민자들이 급증한 데는 포퓰리즘 정책에 기인한 극심한 경제난이 이유입니다. 유엔 통계에 따르면 최근 몇 년간 700만명 이상의 베네수엘라인들이 조국을 떠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중국인들은 미국 비자 취득에 어려움을 겪어 비자 없이 입국할 수 있는 남미 에콰도르에 입국한 뒤 정글을 건너 미국으로 향하는 여정을 택하고 있습니다.
강현철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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