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뜩이는 ‘세계 최초·최대’ 사라진 100년 전시회…삼성·LG도 고민 [IFA 2024]
CES에 밀리자 작년부터 행사업체 바꿔 쇄신
삼성·LG, 제품 대신 공간 경험 전달에 주력
전시 동시에 해외 거래선 비즈니스 미팅 집중
[헤럴드경제(베를린)=김현일 기자] 올해로 100주년을 맞은 유럽 최대 가전 전시회 IFA 2024가 6일부터 10일(현지시간)까지 닷새 간의 열전을 마치고 막을 내렸다. 주최 측은 이번 IFA 2024에 138개국에서 총 21만5000명이 방문해 지난해 18만2000명 대비 약 18% 늘어 성공적이었다고 자평했다.
지난 1924년 라디오 수신기 기술을 소개하는 행사로 첫 발을 내딛은 IFA는 매년 전 세계에 최신 혁신기술을 최초로 선보이며 미국 CES, 스페인 MWC와 더불어 세계 3대 IT 박람회로 자리잡았다.
그러나 미국 IT·가전 전시회 CES에 점차 밀리면서 IFA의 위세가 예전만 못하다는 평가가 나왔다. 매년 CES에는 가전은 물론 자동차, 헬스케어 등 각종 산업의 첨단기술이 집결하고 있다. 각 기업들이 세계 최초 자사 제품과 기술을 공개하는 자리로 선호하는 곳도 CES다.
IFA 측은 작년부터 분위기 쇄신을 위해 행사 진행과 관리 전반을 독일 무역박람회 회사가 아닌 영국 회사 클라리온 이벤트에 맡기고 있다. 올해도 가수 브라이언 아담스의 공연 등을 추가하며 문화 행사를 결합한 전시회로 만들려고 애쓴 점이 느껴졌다.
다만 가전 전시회라는 행사 본연의 취지에서 봤을 때 획기적인 신제품이나 기술이 상대적으로 눈에 띄지 않는다는 지적은 올해도 피해가기 어려워 보였다. 인공지능(AI)과 에너지 고효율 제품에 초점이 맞춰지면서 번뜩이는 제품보다는 경험과 효율에 방점을 둔 전시가 주류를 이뤘다. 가전 사업의 중심이 더 이상 제품이 아닌 서비스로 옮겨가고 있는 점을 반영했다는 평가도 나왔다.
IFA에 매년 참가하고 있는 삼성전자와 LG전자의 가전 수장들도 이러한 흐름을 의식한 듯 전시회에서 소비자들에게 보여줄 거리에 대한 고민을 나란히 드러냈다.
삼성전자는 이번 IFA 2024에서 획기적인 가전 신제품을 보여주는 대신 스마트싱스의 연결 경험을 전달하는 데 주력했다. 한종희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은 “10년 전만 해도 가전 전시회는 세계 최초·최고·최대를 강조했지만 이제 그런 시대는 지났다”고 말했다.
중국 TCL과 하이센스는 이번 IFA 2024에서 세계 최대 크기를 강조하는 TV부터 냉장고, 세탁기, 건조기, 에어컨, 프로젝터, 빌트인 오븐 등에 이르기까지 자사 제품을 총 망라해 선보였다.
반면 LG전자는 올해도 TV를 전시하지 않았다. 대신 집 안의 가전과 사물인터넷(IoT) 기기를 연결하는 허브 기기를 소개하는 데 집중했다.
조주완 LG전자 최고경영자(CEO)는 “AI 솔루션이 어떤 면에서 보면 너무 콘셉트적으로 설명하고 손에 딱 잡히는 이야기가 없기 때문에 사람들한테 얼마나 다가갔을까 하는 반성도 하게 된다”면서도 “백화점식으로 전부 다 늘어놓는 것은 예전에 했던 방식이다. 그렇게 하면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좀 분산되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는 견해를 밝혔다.
양사는 앞으로도 IFA 전시관을 경험을 보여주는 콘셉트로 구성하고 동시에 해외 거래선들과의 비즈니스 미팅에 주력하는 자리로 삼겠다는 계획을 시사했다.
한 부회장은 “IFA에선 신제품을 소개하는 것보다 거래선과 테스트 기관들에게 새로운 기술을 설명하는 시간을 더 많이 가져가고 있다”며 “신제품은 론칭 행사를 기대해달라. 전시회는 경험 위주로 갈 예정이기 때문에 삼성에서 세계 최초로 뭐가 나왔다는 식의 발표는 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 CEO도 “전시관 옆에 별도의 딜러존을 마련하고 거기에 TV와 냉장고 등을 깔아놨다. 거기에서 거래처들과 상담하고 하반기 비즈니스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그렇게 분리해서 운영하는 전략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IFA 측이 밝힌 올해 참가자 21만5000명 중 거래선(trade visitor)는 13만3000명으로, 전체의 62%를 차지했다. IFA 2025는 내년 9월 5일부터 9일까지 열린다
joz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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