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금리인하 전 유망부지 확보"…부실 PF에 '뉴 머니' 몰려든다

류병화/강현우 2024. 9. 11.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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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개발 시장은 지난 2년 동안 꽁꽁 얼어붙었다.

2022년 10월 레고랜드 사태 이후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이 금융권을 강타하자 투자자들은 좀처럼 거래에 나서지 않았다.

대출채권 거래를 통한 PF 구조조정이 강남권을 중심으로 활발해질 전망이다.

부동산 개발금융 업계 관계자는 "아파트값이 오르는 추세인 데다 금리가 떨어질 것으로 전망돼 입지 좋은 부지를 선점하려는 분위기"라며 "아직 PF 시장이 정상화됐다고 하긴 이르지만 조금씩 풀릴 기미가 보인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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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짜' 강남부터…PF 사업장 거래 '급물살'
서울 아파트값 뛰자 거래 활발
대출채권 인수업체 속속 등장
< 거래 완료된 한강변 주택 사업장 > 기준금리가 인하될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면서 최근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사업장 거래가 잇달아 이뤄지고 있다. 지난달 한림대부개발이 선순위 채권 1640억원어치를 인수한 서울 잠원동 하이엔드 주택 사업장 전경. 임형택 기자


마켓인사이트 9월 11일 오후 4시 27분  

부동산 개발 시장은 지난 2년 동안 꽁꽁 얼어붙었다. 2022년 10월 레고랜드 사태 이후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이 금융권을 강타하자 투자자들은 좀처럼 거래에 나서지 않았다. 지난해부터 공매로 나온 대형 부동산 개발 사업장도 거래되지 않았다. 무엇보다 매도인과 매수인 간 가격 눈높이 차이가 컸다. 금융권은 손실을 보고 부동산을 팔 수 없었고, 인수자는 조금이라도 싸게 사서 사업성을 높이려 했다. 알짜로 꼽히던 서울 역삼동 오피스 부지조차 네 차례 유찰을 거치고 나서야 주인을 맞이했을 정도다. 올해 3월 공매로 나온 신촌역 인근 주상복합 사업장은 아홉 차례 유찰 후 낙찰됐다.

 ○금리 인하 예고에 거래 ‘물꼬’


금융당국이 PF 구조조정을 압박했지만 거래는 쉽게 이뤄지지 않았다. 하지만 금리 인하가 기정사실화하며 사업성 있는 사업장을 중심으로 상황이 달라지고 있다. 강남 고급 주거시설 대주단과 한림건설그룹 간 거래가 대표적인 사례다. 대주단은 금융당국의 PF 정리 속도전에 맞춰 빨리 PF 채권을 정리해야 했고, 매수인은 경쟁이 심해지기 전에 유망한 부지를 선점하려는 욕구가 커졌다.

서울 아파트 가격이 다시 뜀박질하고 있다는 점도 인수자들이 선순위 대출채권을 매수하려는 요인으로 꼽힌다. 한림건설그룹은 대출채권을 모두 원금 수준에 인수했다. 이 사업장 대주단인 일부 저축은행이 지난 6월 저축은행 PF 정상화 펀드에 대출채권을 넘길 때 10~15% 할인한 점을 감안하면 상당히 공격적인 베팅이다. 업계 관계자는 “상황이 나빠져 부지를 매각하더라도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을 것이란 확신 없이는 불가능한 선택”이라고 해석했다.

 ○강남권 PF 매물 거래 활발

대출채권 거래를 통한 PF 구조조정이 강남권을 중심으로 활발해질 전망이다. 한국투자리얼에셋운용은 서초동 영동플라자 부지 매수를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공매로 나온 기한이익상실(EOD) 자산이다. 쉐라톤팔래스호텔 부지도 시행사 원매자와 매각 협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하이트진로는 본사 건물 인근에 있는 토브청담 부지를 1298억원에 인수하기로 했다. 내년 1월 잔금을 치러 거래를 종결할 예정이다.

서울 주요 권역의 자산도 손바뀜에 속도를 내고 있다. 부실 자산이던 나진상가 17·18동은 블리츠자산운용이 떠안은 뒤 2100억원 규모 리파이낸싱에 성공했다. 삼성증권과 메리츠증권이 대주단으로 참여해 1년 연장을 끌어냈다. 키움증권은 목동 KT 부지 브리지론에 단독으로 6100억원을 집행했다.

부동산 개발금융 업계 관계자는 “아파트값이 오르는 추세인 데다 금리가 떨어질 것으로 전망돼 입지 좋은 부지를 선점하려는 분위기”라며 “아직 PF 시장이 정상화됐다고 하긴 이르지만 조금씩 풀릴 기미가 보인다”고 진단했다.

 ○‘PF 선순환’ 기대 커져

사업장 거래가 활발해질 것으로 전망되면서 PF 구조조정 선순환 기대가 커지고 있다. 대출채권을 새로 인수하는 업체가 사업을 재편해 다시 개발 사업을 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부실 PF 대출채권을 인수하려는 플레이어들이 속속 시장에 등장하고 있다. 은행권과 보험업권은 1조원 규모 PF 신디케이트론을 가동하기 시작했고 증권업계도 내년까지 약 3조3000억원 규모 펀드를 조성할 계획이다. 안젤로고든, 퍼시픽얼라이언스그룹(PAG) 등 외국계 투자자도 부실채권 물건을 살펴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국내 자산운용사도 활발하게 부실채권 물건을 검토, 인수하고 있다. 가격 하락이 심했던 물류센터 매물이 집중 거래됐다. 종합 부동산 서비스 기업 젠스타메이트에 따르면 이지스자산운용은 3분기 공매로 나온 경기 성남시 분당 야탑 물류센터를 2227억원에 인수했다.

코람코자산운용도 지난 2분기 푸드누리 이천 공유플랫폼을 908억원에 사들였다.

류병화/강현우 기자 hwahw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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