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 소홀' 감사원 지적에 방문진 "국가권력에 의한 방송 개입"
방문진 "MBC 방만 경영 방치한 적 없고, 감사원이 '관리지침' 오해했다"
MBC가 방만 경영을 했음에도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가 그에 대한 관리·감독을 소홀히 했다는 감사원 감사 결과에 대해 MBC와 방문진이 일제히 반발하고 나섰다.
감사원은 11일 방문진에 대한 감사 결과를 발표하며 방문진 이사장에게 MBC 경영에 대한 관리·감독 등 관련 업무를 철저히 할 것을 주의 요구했다고 밝혔다. 감사원은 구체적으로 방문진이 MBC로부터 대규모 투자손실 등을 뒤늦게 보고받으며 MBC가 제시하는 미온적인 조치를 그대로 받아들였고, MBC 경영에 대한 추가 조치사항 등을 이사회 회의서 논의한 경우에도 이행 여부를 점검하지 않았다면서 방문진이 지배주주로서의 책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또 이사회에 제출 또는 보고된 회의 관련 자료는 ‘공공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철저히 관리해야 함에도 방문진이 보안을 이유로 직접 폐기하거나 MBC로 하여금 회수해가도록 했다면서 앞으로 관련 업무를 철저히 할 것을 주의 요구했다고 밝혔다.
방문진은 그러나 이날 입장문을 내고 공공기록물을 훼손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방문진은 “감사원이 말한 자료는 방문진 이사회에서 열람하게 한 후 MBC가 회수해 가기로 상호 양해가 되어 있던 문건이지, 방문진이 생산하거나 접수한 공공기록물이 아니”라며 “감사원은 이것이 방문진에 접수된 자료라고 주장하지만 공공기록물법과 관련 대법원 판결에 부합하지 않는 잘못된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또 방문진은 MBC의 방만 경영을 방치한 적이 없다며, 감사원이 ‘문화방송 관리지침’을 오해했다고 강조했다. 방문진은 “관리지침 자체에 법적 효력이 없기 때문에 MBC 경영진이 관리지침을 위반했다 하더라도 방문진은 그런 것들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다음 임기 때 해당 경영진의 진퇴를 판단하는 데 자료로 삼을 수 있을 뿐”이라며 “일일이 개입해서 ‘이건 이렇게 하고, 저건 저렇게 하라’고 지시할 수 없으며, 지시해서도 안 된다. 더구나 방송통신위원회나 감사원 같은 권력기관이 관리지침을 일방적으로 해석해 방문진과 MBC에 강요하는 것은 법에도 위반될 뿐 아니라 국가권력에 의한 방송 개입과 간섭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이어 “감사원이 문제라고 지적한 대부분의 사안은 12기 방문진 이사회 이전에 발생한 것으로 12기 이사회는 그 사실을 확인한 후 적절한 관리·감독 업무를 다해왔다”면서 “감사원은 이번 감사 결과에서 무슨 부패행위가 있었는지, 구체적으로 어떤 법령을 위반했는지 특정하지 못했다. 실시 결정에서 결과 발표에 이르기까지 부패방지법을 무시한, 위법한 감사이자 권한 남용”이라고 비판했다.
"감사원, MBC에 형사처벌 위협…헌재에 헌법소원 제기해 놓은 상태"
MBC도 이날 입장문을 내고 감사원이 국민감사 요건에도 맞지 않는 위법한 ‘표적 청부 감사’를 했다고 지적했다. MBC는 “감사원이 발표한 감사 결과 어디에도 ‘방문진의 사무처리가 법령을 위반했는지 또는 부패행위가 존재하는지’, 그래서 ‘어떠한 공익을 현저히 해하였는지’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다”며 “감사원이 느닷없이 문제를 제기한 공공기록물법 관련 문제제기 역시 수긍하기 어렵다. 방문진 이사회에 MBC가 제공하는 자료는 회의 자료로, 이사들의 편의를 위해 참고용으로 배포한 것이지 ‘공식문서로 방문진에 접수’한 것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이어 “감사원은 자료수집 과정에서 감사 대상과 전혀 관련이 없는 자료는 물론 감사원 감사 대상이 아닌 MBC의 영업 비밀에 해당하는 경영, 회계, 재무 정보를 무차별적으로 요구하고 불응할 경우 형사처벌 할 수 있다고 위협했다”며 “감사원이 위법적으로 실시한 이번 국민감사는 권력기관을 총동원한 MBC 장악 시도이며, 대한민국 언론 탄압사의 대표적인 사례로 기록될 것이다. 부패방지권익위법의 규정에 반하는 본 건 국민감사와 관련해 MBC는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제기해 놓은 상태”라고 밝혔다.
앞서 공정언론국민연대 등은 2022년 11월 ‘방문진이 MBC 방만 경영에 대해 관리 감독을 제대로 하지 않고 있다’며 감사원에 국민감사를 청구했다.
감사원은 지난해 3월 이들이 청구한 9개 항목 중 3개 항목은 기각하고 △미국 리조트 개발 투자로 인한 105억원 손실 관련자 문책 방치 등 관련 △UMF(울트라뮤직페스티벌) 수익금 지급 지연 등으로 투자손실 재발 우려 관련 △MLB 월드투어 선지급 투자금 회수 난항 의혹 관련 △MBC플러스의 무리한 사업으로 100억원 이상 손실 방치 관련 △MBC아트의 적자경영 방치 관련 △대구MBC의 사내 근로복지기금 과잉 출연 논란 방치 관련 등 6개 항목에 대해선 감사 실시 결정을 내렸다. 이후 지난해 3월부터 방문진에 감사원 직원을 상주시키며 자료 조사 및 본 감사를 진행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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