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년 만의 무죄라니, 김순호도 알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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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재판장 조형우)는 지난 5일 '망 최동'에게 국가보안법 위반 사건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그가 활동했던 인천·부천민주노동자회(인노회)는 이적단체가 아니며, 최동이 이적표현물을 소지하지 않았다는 법원 판단이 판결문에 적혔다.
1980년대 후반 인노회 조직책으로 활동했던 김 전 국장은 최동을 비롯해 인노회 회원 정보를 건네고 1989년 '대공특채'로 경찰이 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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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문후유증 분신한 ‘인노회’ 회원 최동 무죄
인노회 조직책 김순호 전 경찰국장 의혹 안풀려
“35년 만에 무죄라니, 너무나 많은 시간이 흘렀다는 생각에 맥이 탁 풀렸어요. 법정 밖에 나와서 펑펑 울다가 생각했어요. 김순호도 이 사실을 알까?”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재판장 조형우)는 지난 5일 ‘망 최동’에게 국가보안법 위반 사건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그가 활동했던 인천·부천민주노동자회(인노회)는 이적단체가 아니며, 최동이 이적표현물을 소지하지 않았다는 법원 판단이 판결문에 적혔다.
다만 피고인의 이름 앞에 ‘망’자가 적혔다. 최동은 경찰 고문 후유증을 겪다 1990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11일 서울 마포구 한 카페에서 한겨레와 만난 최동의 여동생 최숙희(61)씨의 손에는 35년 만에 받아낸 무죄 판결문이 들려 있었다.
최동의 죽음은 2022년 김순호 전 경찰국장의 ‘밀정 의혹’이 불거지며 다시 세간의 관심을 받았다. 1980년대 후반 인노회 조직책으로 활동했던 김 전 국장은 최동을 비롯해 인노회 회원 정보를 건네고 1989년 ‘대공특채’로 경찰이 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받는다.
김 전 국장은 자신의 존안자료가 유출되면서 의혹이 불거졌다며 경찰에 고발했고 유출자로 지목된 시민단체 활동가 등이 수사를 받고 있다. 최숙희씨는 “지금이라도 김 전 국장이 오빠한테 가서 사죄를 하고, 부끄러움을 알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최동은 성균관대 4학년이던 1983년 5·18민주화운동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학내 시위를 주도해 실형을 선고받고, 복학 대신 노동 운동을 택했다. 노동자 권리를 위해 싸우는 인노회 결성에 참여했다.
대학시절부터 그의 절친한 동료였던 인노회 부천 지역 조직책 김순호는 1989년 3월23일 회의를 끝으로 잠적했다.
같은 해 4월 인노회가 ‘이적단체’라는 이유로 회원들이 치안본부에 끌려가기 시작했다. 최씨는 당시 내무부 치안본부에 끌려간 오빠를 면회하던 순간을 또렷이 기억한다고 했다. 면회가 끝나고 동생을 안아주던 오빠가 속삭였다. “나를 너무 잘 알고 있어. 내가 이삿짐 나르던 사진, 결혼식 간 사진까지 가지고 있어. 계획된 수사인 것 같아.”
1989년 8월 김순호는 ‘대공특채’로 치안본부 대공3과 소속 경찰이 됐다.
치안본부에서 겪은 고문·가혹행위로 실어증·정신분열증을 겪던 최동은 이듬해 분신해 목숨을 끊었다. 아버지는 70일 뒤에 아들을 따라갔다. 최씨는 “그토록 강인했던 오빠를 변하게 만든 게 무엇인지 궁금했다. 구치소에서 공부하겠다며 책을 가져다 달라고 한 사람이었다”고 했다. 오빠에 관한 온갖 수사기록을 모으기 시작한 이유다. 그 기록들이 재심 신청과 무죄 판결의 바탕이 됐다.
오빠의 누명은 벗었지만, 의문은 끝맺지 못했다. 최씨는 “김순호를 특채로 채용한 홍승상 당시 치안본부 대공3부 경감의 구속 기소 의견서에는 김순호와 최동이 함께 사상학습을 했다는 내용이 담겼지만, 정작 기록에는 김순호가 아닌 ‘김준오’라는 다른 이름이 쓰였다”고 말했다.
인노회 동료 박종근(61)씨도 “김순호의 잠적과 인노회 와해가 맞닿아 있다는 것까진 의혹이라고 해도, 수사의견서와 수사 과정에서 늘 김순호가 빠져 있던 건 이해할 수 없는 지점”이라고 했다.
김 전 국장은 경찰국장에 이어 경찰대학장을 지내고 지난해 10월 정년 퇴임했다. 2022년 8월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업무보고에 참석해 “인노회는 주사파 이적단체가 맞다”고 주장하는 등 옛 동료들에 대해선 한층 격하게 선을 그었다.
최동의 판결문에서 법원은 적었다.
“인노회가 반국가단체 등의 활동을 찬양·고무 또는 이에 동조하는 등의 행위를 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결합체라고 보기 어렵다.”
고나린 기자 m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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