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 축구협 ‘영구 제명’ 손준호 “공안 협박에 허위 자백”

11일 기자회견 억울함 밝혀
“축구계 등 도움을” 호소

수원FC의 손준호가 11일 경기도 수원종합운동장 체육회관에서 중국축구협회의 영구제명 징계와 관련해 기자회견을 하다가 눈물을 흘리고 있다. 연합뉴스

중국축구협회의 영구제명 징계로 선수 생활을 그만둘 위기에 놓인 손준호(32·수원FC)가 눈물로 억울함을 호소했다.

손준호는 11일 경기 수원종합운동장 체육회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중국 공안이 외교부를 통해 내 아내를 체포해 내가 있던 구치소에서 같이 조사할 수도 있다고 협박했다. 휴대전화 속 딸과 아들 사진을 보여주면서 ‘아이들은 무슨 죄가 있냐, 엄마까지 이곳으로 오면 아이들은 어떻게 지내겠냐’며 빨리 혐의를 인정하라고 강요했다”고 말했다.

손준호는 “중국 공안이 지금이라도 혐의를 인정하면 빠르면 7∼15일 뒤에 나갈 수 있다고 했다. 외국인이고, 외교 문제도 있고, 보석도 가능하다고 회유했다. 무엇인지도 모르는 혐의였지만 빨리 가족 품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말에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중국축구협회는 앞서 10일 “손준호의 축구와 관련된 어떤 활동도 평생 금지한다”고 영구제명 징계를 발표했다. 중국축구협회는 “사법기관이 인정한 사실에 따르면 전 산둥 타이산 선수 손준호는 정당하지 않은 이익을 도모하려고 정당하지 않은 거래에 참여, 축구 경기를 조작하고 불법 이익을 얻었다”고 발표했다.

중국축구협회의 결정은 국제축구연맹(FIFA)에 통보되고, 피파는 사안을 검토한 뒤 회원국에 징계 내용을 전달한다. 그러면 손준호는 어느 나라에서도 축구 선수로 뛸 수 없다.

손준호는 “내 결백을 떳떳하게 밝히고 싶지만, 공안은 영상만 있을 뿐, 음성은 단 하나도 없다고 한다. 그들에게 증거라는 건 초기 압박 수사를 통한 내 거짓 자백뿐”이라고 강조했다. 또 “고위 간부로 보이는 사람과 판사가 ‘절대 넌 무혐의로 나갈 수 없다. 무언가 하나라도 인정을 안 하면 외교적 문제가 발생한다. 작은 죄라도 인정을 해야 한다. 인정 안 하면 언제 여기서 나갈지 모른다’고 했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20만위안(3760만원)을 받았다고 하면 석방을 해주겠다고 했는데, 한 경기 승리 수당이 16만위안이다. 고작 20만위안을 받고 승부조작 판정이 나올 수 있겠나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10개월 동안 20명이 넘게 사는 좁은 방에서 혼자 한국인으로서 하루에 말 한 마디도 못하고 철조망 같은 곳에서 힘들게 생활했다. 하루라도 빨리 탈출을 해야 겠다는 생각뿐이었다. 누구라도 그 순간에는 나 같은 생각을 했을 것”이라고 했다.

손준호는 지난해 5월 중국 상하이 훙차오 공항을 통해 귀국하려다 공안에 연행됐고, 이후 10개월간 형사 구류됐다가 지난 3월 석방됐다. 손준호는 귀국해 6월부터 K리그1 수원FC 유니폼을 입고 뛰고 있다.

손준호의 혐의는 ‘비국가공작인원 수뢰죄’인데, 정부 기관이 아닌 기업 또는 기타 단위에 소속된 사람이 직무상 편리를 이용해 타인의 재물을 불법 수수한 경우 등에 적용된다.

손준호는 승부조작 가담이나 산둥 이적 과정에서 금품이 오갔을 가능성에 대해 강하게 부인해왔다.

손준호는 “응원해주신 국민께 사실만을 얘기 드린다. 축구계에서도 저를 믿고 도움을 주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창금 선임기자 kimc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