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성접대 무혐의’에 침묵하는 친윤…“여권 분열의 순간”
윤리위 제소‧초유의 당 대표 중징계 내렸던 국민의힘, 관련 입장 無
“이준석 징계 및 축출 후 여권 분열·윤석열 지지율 하락” 분석도
(시사저널=구민주 기자)
'성접대' 의혹을 제기한 이들을 고소했다가 무고(誣告) 혐의로 고발당했던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이 검찰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유튜브 채널 《가로세로연구소》(가세연)이 최초 의혹을 제기한 지 2년10개월여 만에 이 의원 관련 사법 리스크가 모두 해소된 것이다. 고발인인 강신업 변호사는 "괴상망측한 처분"이라며 즉각 불복해 항고장을 제출했다. 해당 의혹을 앞세워 당 대표 시절 중징계를 내렸던 국민의힘 측은 이와 관련해 수일 째 아무런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김승호 부장검사)는 지난 5일 이 의원의 무고 혐의에 대해 '혐의 없음' 처분했다. 검찰 관계자는 "다수의 사건 관계자를 조사하는 등 보완 수사한 결과 혐의를 인정할 증거가 불충분하다고 판단했다"고 무혐의 결정 이유를 설명했다.
이 의원의 성매매 의혹은 지난 2021년 12월 가세연이 '이 의원이 2013~2015년 사업가 김성진씨로부터 성매매 및 금품, 향응 등을 제공받고 그 대가로 박근혜 대통령과의 만남을 주선했다'고 주장하면서 불거졌다. 그러자 이 의원은 가세연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고, 김씨 측 강신업 변호사가 이 의원을 무고 혐의로 고발하면서 긴 공방은 시작됐다. 강 변호사는 김건희 여사의 팬클럽 '건희 사랑'의 회장이기도 하다.
수사에 착수한 서울경찰청 반부패·공공범죄수사대는 접대 현장에 있었던 종업원과 술값 계산서 등을 종합적으로 확인한 끝에 최소 한 차례의 성접대를 받았다고 판단했다. 이를 전제로 이 의원의 무고 혐의를 인정, '기소 의견'을 달아 검찰에 송치했다. 이후 2년여가 흘러서야 검찰이 경찰과 다른 '무혐의' 처분을 내린 것이다.
검찰의 처분이 나오자 강 변호사는 11일 "(검찰이) 면죄부를 주기 위해 인적 증거만을 취합해 해당 증거들 사이 일관성이 없다는 이유로 괴상망측한 처분을 했다"며 항고장을 제출했다. 그는 "경찰이 집중 수사를 거쳐 기소 의견으로 송치한 사건을 중앙지검이 2년 동안이나 뭉개고 있다가, 접대 관련자의 진술이 오랜 시간의 경과로 다소 엇갈리는 점을 이유로 면죄부를 준 것"이라고 반발했다.
이날 항고장 제출에 동행한 김세의 가세연 대표는 "이 사건은 단순한 성매매 범죄가 아니다"라며 "박근혜 대통령을 팔아 당시 이준석 새누리당 비대위원이 상납, 접대, 뇌물을 받았다는 게 핵심"이라고 기존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경찰 수사보다 빨랐던 윤리위…尹정부 초 국정에도 타격
이 의원은 국민의힘 대표직을 수행하던 내내 '윤리위원회'에 오르내렸고 여권은 끝없는 내분을 이어갔다. 경찰 수사가 진행 중이던 2022년 7월 당 윤리위는 성접대 관련 이 의원의 '증거인멸 교사' 혐의까지 추가해 살폈고 결국 '품위 유지 의무 위반'을 이유로 당원권 정지 6개월 중징계를 내렸다. 경찰 수사가 종결되기 전이었지만 당 윤리위의 처분 속도는 그보다 빨랐다.
결국 대표직에서 물러난 이 의원이 새로 출범한 친윤(親윤석열) 중심 비상대책위원회를 향해 5차례 가처분 신청을 제기하면서 한 지붕 아래 '극한 대치'는 한동안 이어졌다. 갓 출범한 윤석열 정부 국정 동력에도 커다란 타격이 됐다.
그 과정에서 공개된 권성동 당시 원내대표와 윤 대통령 사이 이른바 '체리따봉' 문자는 양측 간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게 했다. 이 건을 수사하던 경찰과 윤핵관(윤 대통령 핵심 관계자) 사이 직접 접촉 의혹까지 제기되면서 잡음은 더욱 커져갔다.
이후 봉합은 없었다. 이 의원은 총선을 앞둔 지난해 12월 국민의힘을 탈당, 개혁신당을 창당했다. 그리고 경기 화성을에서 극적으로 당선돼 원내 정부‧여당 '저격수'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아무도 반성 안 해" "대통령이 당 대표 몰아낸 사건"
당시 이 의원의 혐의를 문제 삼으며 대표직 사퇴를 압박했던 친윤 등 국민의힘 의원들은 이번 무혐의 처분에 대한 별다른 의견이나 입장을 전혀 내지 않고 있다. 정치권 안팎에선 당시 이 의원을 몰아내는 과정에서 발생한 여권 분열이 이후 젊은 지지층 이탈과 여권의 연이은 선거 참패의 분기점이 됐다고 진단하고 있다.
박성민 정치컨설팅 민 대표는 11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나와 "(당시 이 의원 축출은) 윤석열 대통령이 자기가 앉아 있는 의자 다리를 톱으로 스스로 자른 격"이라고 비유했다. 이 의원 징계와 여권 분열을 겪으며 취임 두 달 만에 40% 아래로 떨어진 윤 대통령의 지지율은 이후 2년이 지난 지금까지 오르지 못하고 20~30%대에 갇혀 있다. 특히 이 의원이 견인했다고 분석되는 2030세대 지지율은 10%대에 머물고 있다.
박 대표는 "그걸(이 의원 의혹을) 가지고 확대 재생산하고 (축출을) 실행했던 분들 중 누가 책임을 졌나. 미안하다고 하는 사람 누가 있나"라며 "이 의원 개인에게도 죄송하고 당 전체에도 우리가 해를 끼쳤다며 반성하는 분도 없고, (이들을 향해) 이제라도 책임지라며 문제 제기하는 분도 하나 없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건 곧 이런 문제가 계속 반복될 수 있다는 걸 예견하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한편 이 의원은 무혐의 처분이 나온 후 지난 9일 채널A에 출연해 "당연히 결과를 예측했다"며 "(이번 사건은) 단순히 하나의 형사적 다툼으로 볼 게 아니라 대선과 지방선거 이후에 대통령이 당 대표를 몰아내려고 했던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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