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체 늘고 인플레 둔화···美 곳곳서 침체 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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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경제에 대한 연착륙 기대감이 확산되고 있음에도 금융시장에서는 경기 침체 경고가 잇따르고 있다.
미국 금융 업체가 소비자들의 신용 상태가 점점 악화되고 있다고 진단하는가 하면 국채 시장에서는 장단기 금리 역전 현상이 풀리면서 침체 가능성을 예의 주시하는 분위기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에 따르면 미국이 겪은 열한 번의 경기 침체 가운데 열 번이 장단기 금리 차 역전 후 정상화된 시점에 발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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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 대출 상환능력 하락 진단
8월 CPI 2.5% 올라 둔화세 가속
"국채금리 역전 해소, 침체 신호"
미국 경제에 대한 연착륙 기대감이 확산되고 있음에도 금융시장에서는 경기 침체 경고가 잇따르고 있다. 미국 금융 업체가 소비자들의 신용 상태가 점점 악화되고 있다고 진단하는가 하면 국채 시장에서는 장단기 금리 역전 현상이 풀리면서 침체 가능성을 예의 주시하는 분위기다. 7월에 이어 8월에도 소비자물가(CPI) 상승률이 둔화세를 보이면서 경기 침체를 경고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10일(현지 시간) 세인트루이스연방준비은행에 따르면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이달 6일 이후 3거래일 연속 2년물 국채금리를 웃돌았다. 장단기 국채금리 역전 현상의 해소다. 금리의 역전 현상이 2거래일 이상 연속으로 풀린 것은 2022년 7월 장단기 국채금리 역전 현상이 발생한 후 처음이다. 통상 장기국채는 장기투자 프리미엄을 고려해 단기물보다 금리가 더 높지만 2022년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고강도 긴축이 시작되면서 금리 수준이 뒤집혔다. 이번에는 금리 인하가 임박했다는 전망 속에 2년물 금리가 10년물보다 더 빠르게 떨어지면서 역전 현상이 해소된 것이다.
통상 장단기 금리 역전 해소는 침체 임박 신호로 읽힌다. 과거 사례를 보면 장단기 금리 차가 역전된 후 다시 정상화하면 얼마 뒤 경기 침체가 시작됐고 이 시점은 연준이 금리 인하를 시작할 때와 겹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에 따르면 미국이 겪은 열한 번의 경기 침체 가운데 열 번이 장단기 금리 차 역전 후 정상화된 시점에 발생했다. 2000년 말 닷컴버블 직후와 2008년 리먼브러더스 사태 때도 장단기 금리 차는 역전된 후 정상화됐다. 도이체방크 전략가 짐 리드는 “경기 침체는 장단기 금리 차 역전이 풀리면서 시작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금융 업계에서는 최근 들어 소비자들의 대출 상환 능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진단까지 나왔다. 금융사 앨리파이낸셜의 최고재무책임자(CFO)인 러셀 허친슨은 이날 한 행사에서 “이번 분기 들어 (고객들의) 신용 문제가 심해지고 있다”며 “대출을 받은 고객들이 고물가와 생활비, 고용 둔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미국 경제에 대한 시장의 시각은 연착륙이 주류를 이루지만 기관에 따라 전망은 엇갈린다. 블룸버그이코노믹스가 산출한 1년 내 침체 도래 확률은 이날 기준 30%로 4월 이후 같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반면 뉴욕연은이 미국 국채금리 흐름을 바탕으로 추산한 바에 따르면 내년 7월 기준 미국이 침체에 빠져 있을 확률은 61.8%에 이른다.
인플레이션은 또 다른 변수다. 미국의 소비자물가는 올 2분기 이후 둔화 추세가 이어지는 분위기다. 11일 미 노동부가 발표한 8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 대비 2.5%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블룸버그가 조사한 전문가 전망치 2.5%에 부합한 수준이면서 월스트리트저널(WSJ)이 경제학자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2.6%) 대비로는 소폭 하회한 수치다. 3년 4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치다. 변동성이 큰 에너지·식품을 제외한 근원 CPI는 전년 동월 대비 3.2%, 전월 대비 0.3% 각각 상승했다. 전년 대비 상승률은 블룸버그 전망치와 일치한 반면 전월 대비 상승률은 전망치(0.2%)를 소폭 넘어섰다.
시장에서는 다음 주 미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특히 8월 소비자물가 조사를 통해 연준이 걱정하던 물가 부담은 크게 덜어낸 것으로 나타난 만큼 그 가능성은 더 높아질 것이라는 관측이다. 다만 금리 인하 폭을 두고선 여러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25bp(1bp=0.01%포인트) 인하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이날 CME 그룹 페드워치 툴에 따르면 금리선물에서는 금리 인하 폭에 대해 25bp의 가능성이 85%로 나타났다. 전날 66% 수준이었던 것에서 약 20%포인트 높아졌다.
대선 이후 물가 전망은 더욱 불투명하다. 정치적 불확실성이 걷히면서 기업들의 투자 지출이 본격화하고 정부의 재정지출, 관세 인상이 가시화돼 물가를 자극할 가능성이 높아서다. 제이미 다이먼 JP모건체이스 회장은 이날 한 행사에서 “우리가 이미 (인플레이션의) 숲에서 벗어났다고 말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높은 인플레이션 속에 침체가 진행되는 스태그플레이션이 가장 나쁜 결과”라며 “나는 스태그플레이션 도래 가능성을 아직 테이블에서 내려놓지 않았다”고 말했다. 다이먼 회장은 지난달 경제 연착륙 확률이 35~40%라며 침체 가능성을 높게 점쳤다.
뉴욕=김흥록 특파원 rok@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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