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준호 “中공안, 아이들 사진 보여주며 자백 강요... 승부조작 안했다”

수원/김영준 기자 2024. 9. 11.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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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준호가 11일 기자회견에서 중국축구협회 영구 제명 징계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뉴시스

중국 프로축구 리그에서 뛰다가 승부조작 혐의에 연루돼 약 10개월간 중국 공안에 구금됐던 손준호(32·수원FC)가 석방 6개월 만에 그동안 있었던 일과 자신의 심경을 밝혔다. 그는 11일 기자회견을 열고 “절대 승부조작을 하지 않았으며, 중국 공안이 가족을 언급하며 협박하고 판사마저 혐의 인정을 강요했다”며 “심신이 지쳐서 빨리 내보내주겠다는 말에 금품수수 혐의를 인정하고 한국에 돌아왔다”고 했다.

손준호는 중국 산둥 타이산에서 뛰던 지난해 5월 상하이 공항을 통해 한국으로 들어오려다 공안에 연행된 후 지난 3월에서야 풀려났다. 귀국 후에도 정확히 어떤 일이 있었고, 어떻게 풀려났는지 함구하던 그가 반년 만에 입장을 밝힌 건 지난 10일 중국축구협회가 그에게 영구 제명 징계를 내렸기 때문이다. 국제축구연맹(FIFA)이 이 징계를 승인하면 손준호는 세계 어느 국가에서도 축구 선수로 뛸 수 없게 된다.

손준호는 결백을 호소하기 위해 조사 과정과 재판 과정에서 있었던 일을 상세히 설명했다. 승부조작 혐의로 먼저 체포된 조선족 팀 동료 진징다오(김경도)로부터 20만위안(약 3700만원)을 받았다는 혐의를 받았다. 중국 수사 당국은 손준호가 승부조작에 함께 가담해 이 돈을 받았다고 보고 추궁을 했지만, 손준호는 친한 팀 동료끼리 돈을 빌리고 빌려주는 등 여러 차례 주고 받은 돈 중 하나라고 주장했다. 손준호는 “무슨 일인지도 모르고 비행기 타기 전 가족들 앞에서 끌려갔다”며 “중국 공안은 제 딸과 아들 사진을 들이밀면서 인정하지 않으면 아내도 체포해올 것이다, 그러면 아이들은 어떻게 지내겠느냐고 협박을 했다”고 했다.

그는 “가족들 행방을 알 수 없는 상황이라 겁이 나서 가족 품에 빨리 돌려보내주겠다는 말에 인정을 했다가 구치소에 들어간 지 3주 후 처음 변호사를 접견한 이후 진술을 번복했다”며 “공안은 그 이후 강도 높은 조사를 몇 차례 진행했지만 그들의 증거는 초기 자백 뿐이었다”고 했다. 손준호는 검찰 수사 단계를 거쳐 재판을 받을 당시에도 판사가 ‘20만위안을 받았다고 인정을 하면 수일 내로 석방 시켜주겠다. 중국에서만 선수 생활을 못하는 것일 뿐 한국에서 선수 생활을 이어가는 데 문제가 없게 해주겠다’고 회유했다고 주장했다.

손준호는 “10개월 넘는 기간 좁은 방에서 20명 넘게 함께 지내며 영하 25도에도 차가운 물로 씻었다. 혼자 한국인이라 하루종일 말도 한마디 못했다”며 “그곳에서 하루빨리 탈출해 한국 땅을 밟고 싶다는 생각 뿐이었다. 그래서 금품 수수 혐의를 인정하고 석방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절대 승부조작이나 불법 도박 등에 관여한 적이 없다. 수사 과정에서 승부조작은 인정한 적도 없다”고 했다. 손준호는 “산둥에서 승리 보너스로 받은 돈이 16만위안인데, 20만위안에 그런 짓을 벌이겠느냐”며 “진징다오와는 친하게 지내는 동료였다. 평소 서로 여러 차례 돈을 빌려줬고, 자녀 생일 때 선물도 주고받았다. 그에게 받은 20만위안은 그런 돈 중 하나”라고 항변했다.

손준호는 “중국축구협회 발표 내용을 봐도 내가 승부조작을 했다는 내용은 아니다. 내 이름을 발표할 줄 몰랐는데 황당하다”며 “FIFA가 중국협회 징계를 승인하는 지 등 상황을 지켜보고 스포츠중재재판소(CAS) 제소 등 방법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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