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내매수 합법적"… 김범수, SM 시세조종 혐의 부인

내달 8일 준비기일서 의도 파악

SM엔터테인먼트 시세 조종 의혹과 관련해 검찰 수사를 받아온 카카오 창업자 김범수 경영쇄신위원장이지난 7월 22일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박동욱기자 fufus@

SM엔터테인먼트 시세조종 혐의로 구속된 김범수 카카오 경영쇄신위원장이 11일 재판장에서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김 위원장 측 변호인단은 이날 "타기업의 공개매수가 있더라도 경영상 판단에 따라 장내매수를 하는 것은 지극히 합법적"이라며 "공개매수 중 주식을 매수하는 것이 주가에 영향을 주고, 공개매수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이유만으로 인위적인 시세조종이라고 볼 수 없다"고 무혐의를 주장했다.

반면 검찰 측은 "(장내매수를 한) 의도를 봐야 한다"며 "(하이브의) 공개매수를 실패시키려는 주가 올리기 목적과 의도를 인정해 기소한 것"이라고 반론을 펴며 충돌했다.

양측은 다음달 8일 오후 3시에 준비기일을 갖고 쟁점을 상세히 따져보기로 했다. 이날 첫 공판에는 김 위원장과 같은 혐의로 기소된 홍은택 전 카카오 대표, 김성수 전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대표, 강호중 카카오 투자전략실장이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았다.

재판에서는 검찰 측이 먼저 30분가량 기소 요지를 설명했다. 검찰은 관련 증거 2270개도 제출했다.

검찰 측은 "피의자(김 위원장)는 카카오 자금이 아니라 원아시아파트너스 자금으로 SM엔터테인먼트 주식을 대량 매수해 주가를 고정하기로 공모했다"며 "약 1000억원의 자금을 동원해 348회에 걸쳐 매매행위를 했다. 2월27일 SM 주가가 (하이브 공개매수가격인) 12만원 이하로 급락하자 피의자 컨펌(승인) 하에 주식 추가매수를 했다"고 주장했다. 카카오가 일련의 주식매매 행위를 한 것이 하이브의 공개매수를 실패시키려는 의도가 있었다는 게 검찰 측 판단이다.

김 위원장 변호인단은 "공개매수는 경영권 취득을 위한 수단 중 하나일 뿐"이라며 "시세조종이 성립하려면 인위적 조작으로 시세조종을 하려는 목적과 고의가 있어야 한다"고 반박했다. 아울러 "SM엔터 주가는 2월25일 이미 12만원을 상회해 하이브의 공개매수가 사실상 실패했다는 기사도 다수 있다. 카카오와 하이브의 지분경쟁 기대감이 반영된 것"이라며 "검찰은 무조건 시세조종이라고 주장하나, 피고인에게는 인위적으로 주가를 조작할 의지가 없었고, SM엔터 인수 자체에도 부정적이었다. 경쟁 방식의 인수는 일관되게 반대하기도 했는데 검찰의 주장은 상식적이지 않고 근거가 부족하다"고 비판했다.

변호인 측은 재판부에 쟁점을 중심으로 정리할 수 있도록 준비기일을 열어 줄 것을 요청했다. 검찰이 이에 동의하고 재판부가 받아들여 다음달 8일 준비기일을 갖기로 했다. 재판부는 같은 혐의로 재판 중인 배 전 대표, 지창배 원아시아파트너스 대표 사건과의 병합과 관련해서는 추후 다시 논의하기로 했다. 김미경기자 the13ook@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