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 금고지기’ 전쟁…시민단체, 이례적 부산은행 편들기

김광수 기자 2024. 9. 11.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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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부조리와 불공정을 감시하는 부산 시민단체들이 자치단체 금고지기 선정 절차가 거대 자본을 앞세운 시중은행에 유리한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며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부산시 관계자는 "배점은 행정안전부 훈령과 부산시의회 조례에 따라 만든 것이고 다른 시·도와 비슷하다. 배점 항목도 지방은행이 반드시 불리하다고 볼 수 없다고 생각한다. 기준에 따라 공정하게 선정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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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예산 관리 은행 ‘24년 만에 경쟁구도’
“채점 기준 지방은행에 불리하게 설계돼”
부산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 부산시의회 브리핑룸에서 부산시금고 선정 기준을 손질하라고 요구했다. 김광수 기자

사회 부조리와 불공정을 감시하는 부산 시민단체들이 자치단체 금고지기 선정 절차가 거대 자본을 앞세운 시중은행에 유리한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며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사실상 지방은행을 지지하는 것이어서 결과가 주목된다.

부산시는 11일 “10명으로 꾸려진 부산시금고 심의위원회가 오는 24일 회의를 열어 2025~2028년도 부산시 예산을 관리하는 은행을 선정한다”고 밝혔다.

부산시금고는 1금고와 2금고로 운영된다. 1금고와 2금고의 비율은 8 대 2다. 올해 부산시 예산 15조원을 기준으로 하면 1금고는 12조원, 2금고는 3조원이다. 관심거리는 1금고다. 1금고는 1936년부터 2000년까지 상업은행(현 우리은행)이 독식하다가 2001년 부산은행이 상업은행을 따돌리고 1금고를 차지했다. 이후에는 부산은행이 홀로 지원해 올해까지 운영한다.

이번엔 24년 만에 경쟁하게 됐다. 지난달 14일 신청서 접수를 마감했더니 부산은행, 국민은행, 기업은행 3파전이 됐다. 농협을 밀어내고 2013년부터 2금고를 맡은 국민은행이 1금고에 도전할 것이라는 예상은 있었지만 기업은행은 의외라는 평가가 나온다. 기업은행은 2금고에도 신청서를 냈다.

부산시 제공

배점은 100점이다. 금융기관 신용도와 재무구조 안정성 25점, 금고업무 관리능력 23점, 부산시에 대한 예금·대출금 금리 20점, 시민의 이용 편의성 18점, 지역사회 기여 및 부산시와의 협력사업 7점, 지역재투자 실적 7점 등이다.

부산 시민단체들은 “채점 기준이 지방은행에 불리하게 설계된 기울어진 운동장”이라고 주장한다. 배점이 높은 항목은 거대한 자본력을 앞세운 시중은행들이 유리하고 지방은행이 유리한 지역재투자 실적 등은 배점이 낮거나 변별력이 없다는 것이다.

특히 부산 시민단체들은 부산시금고 경쟁에 서울에 본사를 둔 은행이 두곳이나 뛰어든 것을 예사롭지 않게 본다. 지방은행의 맏형 격인 부산은행이 두 은행에 패배하면 지방은행이 1금고를 맡은 대구·광주·울산마저도 서울에 본사를 둔 은행으로 넘어갈 수 있다고 우려한다.

부산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지방분권균형발전부산시민연대 등 20여곳은 잇따라 성명을 내어 “지방자치단체 시금고는 지역 내 선순환 구조를 형성하는 마중물과 같은 구실을 하는데 시중은행이 맡게 되면 지역 자금이 역외로 유출된다”고 주장했다.

이런 우려를 의식한 듯 국민은행은 공격적인 행보를 하고 있다. 올해 부산신용보증재단에 부산은행(100억원)보다 많은 120억원을 출연한 데 이어 11일 부산 소상공인들의 출산·육아 여건 개선에 30억원을 기부하겠다고 부산시에 약속했다.

부산은행은 지난 24년 동안 부산시 1금고를 안정적으로 운영한 경험과 해마다 부산신용보증재단에 100여억원씩 출연하고 지난해에만 2030년 세계박람회와 세계탁구선수권대회 등 부산 역점사업과 시민사회단체·저소득층 등에 500여억원을 지원하는 등 꾸준하게 펼친 사회공헌활동을 내세운다. 부산시 지역화폐 ‘동백전’과 대중교통 이용요금 일부를 돌려주는 ‘동백패스’ 운영을 대행하고 있고 점포 수(173개)가 국민은행(49개)·기업은행(39개)보다 앞선 점을 부각시키려 한다.

부산시 관계자는 “배점은 행정안전부 훈령과 부산시의회 조례에 따라 만든 것이고 다른 시·도와 비슷하다. 배점 항목도 지방은행이 반드시 불리하다고 볼 수 없다고 생각한다. 기준에 따라 공정하게 선정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광수 기자 k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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