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중국發 공급 과잉…석유화학·태양광 신용도 ‘부정적’”

박미경 2024. 9. 11.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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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ICE신평 ‘중국 공급과잉 심화와 크레딧 리스크’ 세미나
“중국 석유화학사…원가 경쟁력 측면에서 우위”
“한국 기업 태양광 모듈 생산 물량 감소 불가피

[이데일리 마켓in 박미경 기자] 부동산 침체, 소비 심리 악화로 제조업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중국발(發) 공급 과잉이 심화하고 있다. 중국 제품과 품질 차별화가 어려운 범용 중간재 산업 전반의 가격 경쟁이 심화하는 가운데, 석유화학, 태양광 산업은 부진한 실적과 ‘부정적’ 신용등급이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11일 NICE(나이스)신용평가는 ‘중국 공급 과잉 심화와 크레딧 리스크: 철강, 석유화학, 태양광, 디스플레이, 전기차, 이차전지’ 웹 세미나를 통해 이같이 평가했다.

이수민 NICE신평 기업평가3실 실장은 “중국 공급 과잉 이슈가 국내 주요 산업 업황 및 실적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그 영향이 더욱 커질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라며 “당분간 중국 공급 과잉 이슈가 국내 주요 산업 및 기업의 신용도 결정에 중요한 리스크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자료=NICE신용평가)
철강 산업의 경우 중국 내 내수 위축으로 인해 발생한 잉여 생산 물량을 수출 확대를 통해 해소하고 있다. 지난 6월 기준 중국산 철강재 수입 비중은 생산량 대비 17.2%까지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송영진 NICE신평 연구원은 “중국의 적극적인 수출 기조는 지속될 것으로 판단되며, 당분간 국내 철강업계의 부정적 산업 환경이 전망된다”며 “이러한 상황이 장기화할 경우 국내 주요 철강사들의 전반적인 신용 위험이 확대될 것”이라고 답했다.

석유화학 산업은 중국인 지난 2020년 이후 자급률 제고를 목적으로 설비 증설을 이어가고 있다. 이에 따라 최근 5년간 중국 에틸렌 증설 규모는 약 2600만톤에 달하는데, 이는 국내 설비 총규모의 약 2배에 달하는 수치다.

한국이 중국에 수출하는 석유화학 제품 수출 규모도 2020년 이후 위축되는 추세다. 국내 석유화학사의 경우 내수보다는 수출 중심의 사업 구조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김서연 NICE신평 연구원은 “한국과 비교했을 때 중국 석유화학사들이 사업 경쟁력에서 비교적 우위에 있다”며 “중국은 2022년 이후 저가 러시아 원유 도입 규모 및 비중을 확대하고 있어서 원가 경쟁력 측면에서 우위”라고 평가했다.

태양광 산업에서 중국의 2023년 말 기준 태양광 모듈 생산 능력은 850GW(기가와트)를 넘어섰으며, 이는 2024년 글로벌 태양광 설치 용량 추정치인 600GW를 상회하는 수치다.

한국 기업들의 국내 생산 물량 감소는 불가피하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지난 2022년 LG전자는 태양광 모듈 사업을 중단했다. 한화솔루션은 수익성 저하로 2023년 말 국내 음성공장 가동을 중단했으며, 2024년 하반기부터는 중국 치동공장도 폐쇄했다.

신호용 NICE신평 연구원은 “국내 기업들은 채산성이 좋은 해외 생산 능력 확보와 미국과 유럽연합(EU) 중국산 제품 제재 강화를 이용해 수익성 제고를 추진하고 있다”면서도 “다만 중국 기업들의 미국과 중동 지역 등 제재 회피를 위한 해외 설비 투자 확대도 함께 나타나고 있어 비중국산 제품 프리미엄 하락 가능성도 상존하고 있다”고 했다.

디스플레이 산업의 경우 중국은 지난 2010년 이후 정부의 대규모 보조금 지원을 바탕으로 액정표지장치(LCD) 설비를 확충했다. 그 결과 2018년을 기점으로 중국의 LCD 패널 생산 능력은 한국을 넘어선 상태다. 이에 대응해 한국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로 사업 구조를 전환하며 LCD 사업을 크게 줄였다.

국내 기업들도 제품 포트폴리오에 따라 영업 실적이 차별화됐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수급 상황이 양호한 중소형 OLED 패널에 매출이 집중돼 있어 우수한 수익성을 지속한 반면, LG디스플레이는 LCD 패널 비중이 50%를 상회해 2022년~2023년 연간 2조원을 상회하는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안수진 NICE신평 연구원은 “국내 패널 기업들은 사업 구조조정을 통해서 LCD 사업을 상당폭 축소했고, 고마진의 중소형 OLED 패널 사업 비중을 확대하고 있기 때문에 영업 실적이 점차 개선될 것”이라면서도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중국의 OLED 패널 비중 확대가 국내 패널 기업의 신용도에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전기차 산업에서는 글로벌 시장에서 중국 전기차 점유율은 2022년 약 7%에서 올해 상반기 기준 약 14%까지 상승했다. 특히 유럽 내 중국 전기차 점유율이 빠른 속도로 상승하는 추세다.

홍세진 NICE신평 연구원은 “북미와 한국 내 중국 전기차의 경쟁 지위가 열위한 점과 유럽에서 중국 전기차의 관세율이 상향되는 점을 고려했을 때 단기적으로는 중국 전기차가 글로벌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전망”이라고 답했다

마지막으로 이차전지 산업에서 지난해 중국 내 이차전지 생산량은 전년 대비 42% 증가했다. 중국 내수 수요를 기반으로 성장해 왔으며, 내수 시장에서 축적한 사업 역량을 바탕으로 글로벌 진출을 확대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중국 CATL은 LG에너지솔루션을 제치고 해외 시장에서 점유율 1위에 올랐다. 이외에도 BYD 등 중국 기업들이 경우 아직까지 비중은 작지만 전년 동기 대비 2배에 가까운 해외 판매량을 기록하고 있어 글로벌 시장 내 중국 비중은 증가할 것이란 전망이다.

박종일 NICE신평 연구원은 “국내 기업들은 이미 유럽과 북미 전기차 시장 성장이 둔화함에 따라 가동률 하락과 고정비 부담이 확대되고 수익성이 저하됐다”고 평가했다.

이어 “중국 기업들이 내수 시장에서의 우수한 실적과 수익성을 바탕으로 저가 공세를 지속할 수 있는 점을 고려하면 국내 기업들이 체감하게 될 수익성 압박과 재무 부담은 높은 수준”이라며 “셀 기업들은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보조금을 통한 실적 보완 여력이 존재하나. 상대적으로 경쟁 강도가 높고 보조금 등 수익성 보완 여력이 부족한 소재 기업들은 높은 재무 부담이 지속될 전망”이라고 덧붙였다.

박미경 (kong1@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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