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감독 소홀로 난립한 대부업체 7600개...정부 "4300개 퇴출"

곽주현 2024. 9. 11.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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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정 '불법사금융 척결 및 대부업 제도개선방안'
자기자본 요건 개인 1억 원·법인 3억 원으로 상향
쪼개기 등록한 대부업체 4300곳 시장 퇴출 예상
불법사금융, 벌금 최대 2억 상향·이자는 6%만 인정
나체사진·신체포기 등 반사회적 계약은 원천 무효
게티이미지뱅크

정부가 불법사금융 근절을 위한 전방위적 대응 방안을 마련했다. 미등록 대부업체는 최고 수준의 처벌을 내리고, 불법사금융업자의 계좌개설과 금융거래를 막기로 했다. 불법사금융의 접촉경로로 이용되는 대부중개 사이트는 금융당국이 직접 관리감독하고, 신체포기각서 강요 등 반사회적 불법 대부계약의 원리금이나 불법사금융업자의 6% 초과 이자는 무효화한다. 대부업 등록 요건을 강화하고 유지 의무를 부과해 대부업체 절반을 시장에서 퇴출시킬 방침이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11일 당정협의를 거쳐 국무조정실, 법무부 등 관계기관과 함께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불법사금융 척결 및 대부업 제도개선방안'을 발표했다. 2002년 불법사채 시장을 양성화하기 위해 대부업법이 제정된 뒤 한 차례 미세 개정이 이뤄진 것을 제외하면 사실상 전면적 법 개정이다. 김진홍 금융위 금융소비자국장은 "기존에 횡행하던 불법사금융을 뿌리 뽑으면서 새로운 불법사금융 업자가 양산되는 것을 차단하고, 동시에 합법적 대부업 시장을 건전화해 국민들이 안심하고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금융당국은 우선 피해자들이 가장 많이 찾는 온라인 대부중개업부터 관리 대상에 넣기로 했다. 포털 사이트에서 '급전'이나 '대출'을 검색해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일부 대부중개 사이트는 현재 법상 근거가 없어 불법사금융을 소개하더라도 관리나 제재가 어렵다. 정부는 대부업법에 대부중개 사이트 영업행위가 '대부중개'에 해당하도록 규정을 마련하고, 금융위와 금융감독원이 직접 감독·검사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온라인 대부중개업체는 금융소비자보호법상 소비자·정보보호체계도 갖춰야 하며, 개인정보를 불법으로 판매하다 적발될 경우 5년 이하 징역이나 2억 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

금감원 불법사금융 피해신고 건수 및 정식 대부업체 이용자 수. 그래픽=박구원 기자

관리가 허술한 지방자치단체 등록 대부업 제도도 개선한다. 현재 지자체에 대부업으로 등록하기 위해서는 개인 1,000만 원, 법인 5,000만 원의 자기자본 요건만 갖추면 되는데, 유지 의무는 없다. 이로 인해 등록 이후 바로 자금을 빼 다른 대부업체를 만드는 '쪼개기' 등록 업체가 난립, 작년 말 기준 대부업체 수가 개인과 법인을 합쳐 7,628개에 달한다.

이에 정부는 지자체 대부업자 등록 자기자본 요건을 개인 1억 원·법인 3억 원으로 상향하고, 자기자본 유지 의무를 부과하기로 했다. 쪼개기 등록을 방지하기 위해 대부업체 대표의 타 대부업체 임직원 겸직도 제한한다. 김 국장은 "새 기준을 적용하면 지자체 등록 대부업체 중 4,300개가 퇴출된다"며 "남은 3,300여 곳은 신뢰할 수 있는 3금융권이 될 수 있도록 관리감독하고, 불법은 강력히 단속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불법 행위에 대한 처벌은 대폭 강화한다. 정부는 등록 없이 대부업을 영위하는 미등록 대부업자를 '불법사금융업자'로 규정하고, 이런 불법 사금융업자의 영업행위 자체에 대한 처벌을 5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 벌금에서 5년 이하 징역 또는 2억 원 이하 벌금으로 상향한다. 불법사금융도 전자금융사기(보이스피싱)에 준해 불법행위가 확인될 경우 계좌개설, 이체·송금 등을 제한하고, 불법사금융으로 법원에서 유죄 선고를 받은 경우 전자금융거래를 3~5년 제한하기로 했다. 아울러 법원에서 불법이 확인되더라도 20%까지는 가지고 갈 수 있었던 이자도 6%까지밖에 못 받도록 해 재범행 유인을 낮춘다. 나체 사진·동영상을 요구하는 등의 성착취 추심, 인신매매, 신체상해, 폭행·협박을 기반으로 한 반사회적 대부계약은 아예 원천적으로 무효화할 수 있도록 대부업법을 개정한다는 방침이다.

김 국장은 "당과 정부는 통상적인 금융 관련 법을 넘어설 정도의 강력한 조치와 처벌수위를 제시해 시장의 정화작업을 해야 한다는 데 뜻을 모았다"며 "최대한 빨리 입법이 이뤄지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곽주현 기자 zo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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