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춘추] 화폐 변경, 세가지 쟁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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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출장이나 여행 후 귀국할 땐 방문했던 나라의 지폐뿐만 아니라 잔돈을 환전하지 않고 가져온다.
각 나라의 화폐 도안은 방문했던 나라들이 지향하는 인물이라든지 문화를 가장 잘 이해할 수 있는 척도가 되기 때문이다.
최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는 국내 화폐 도안 변경에 대한 문제 제기가 있었다.
일본의 사례에서 보듯이, 화폐 도안의 변경은 단순한 디자인 교체를 넘어선 역사적·문화적·경제적 의미를 지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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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출장이나 여행 후 귀국할 땐 방문했던 나라의 지폐뿐만 아니라 잔돈을 환전하지 않고 가져온다. 각 나라의 화폐 도안은 방문했던 나라들이 지향하는 인물이라든지 문화를 가장 잘 이해할 수 있는 척도가 되기 때문이다.
지난 7월 일본이 20년 만에 화폐 도안을 전면 변경한 이후, 국내에서도 화폐 도안 변경에 대한 국민적 관심도가 높아지고 있다. 일본의 도안 변경에는 먼저 위변조 방지를 위해 최신 3D 홀로그램 등 첨단 기술이 적용됐다. 또한 지폐별로 촉감을 다르게 적용해 시각 장애인도 쉽게 구분토록 제작했고, 고령자를 위해 지폐의 숫자를 크게 표시해 가독성을 높였다. 특히 일본 정부는 이번 도안 변경이 장롱 속 화폐의 유통을 이끌어내 소비 촉진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우리의 관심을 끄는 이유는 최고액인 1만엔권에 들어가 있는 인물이 일제강점기 시절 한반도 경제 침탈의 주역인 시부사와 에이이치라는 사실이다. 그는 수탈을 위한 한반도 철도 부설에 깊이 관여하고 대한제국에서 발행된 일본 제일은행 지폐 속 인물인 것이다.
최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는 국내 화폐 도안 변경에 대한 문제 제기가 있었다. 우리 화폐도 나온 지 18년이 지났고, 위변조도 많이 발생하고 있다는 점과 화폐 도안 속 인물 모두가 유교 중심의 조선시대 인물들로 시대정신을 반영하고 있지 못하다는 지적이었다. 이에 대해 조폐공사 사장으로서 최근 위변조가 늘고 있고, 새로운 화폐 도안의 도입 시까지는 2년 이상 시일이 소요되는 만큼 우리도 화폐 도안 변경에 대한 준비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답변했다.
지금까지의 화폐 도안 변경 필요성에 대한 논의 과정을 보면 크게 3가지 쟁점이 제기되고 있다. 첫째, 화폐 사용량이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고, CBDC(중앙은행이 발행하는 디지털화폐)까지 연구하고 있는 시기에 화폐 도안을 바꿀 필요가 있느냐는 주장이다. 디지털 전환에 따른 화폐 사용 감소와 CBDC 연구는 전 세계적인 현상이나, 그래도 미국, 유럽연합(EU) 등 주요국들은 위변조 방지, 시대정신 반영 등을 위해 주기적으로 화폐 도안을 변경하고 있다.
둘째, 인물 선정에 따른 논란이다. 근현대사 인물로 바꾼다면 진보와 보수 양 진영에서 첨예한 대립으로 괜한 분란만 일으킬 것이란 우려이다. 화폐 속 인물은 우리 국민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인물로 선정 가능하고, 특히 국민이 가장 존경하는 이순신 장군이 거의 사용하지 않는 100원 동전 속에 들어 있는 것은 문제다.
셋째, 비용 부담이다. 소상공인들은 화폐 도안이 바뀐다면 자판기를 교체해야 하는 등 비용이 많이 든다고 하는데, 도안을 일부만 바꾸면 비용이 크게 감소할 수 있다. 이러한 3가지 쟁점에 대해선 찬반 여론이 다양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사회적 논의와 합의가 이뤄졌을 때만이 국내 화폐 도안 변경이 가능하다고 본다. 일본의 사례에서 보듯이, 화폐 도안의 변경은 단순한 디자인 교체를 넘어선 역사적·문화적·경제적 의미를 지니고 있다. 도안 변경에 2년 이상의 시간이 필요한 만큼 우리도 이에 대한 연구와 준비가 필요한 시점이다.
[성창훈 한국조폐공사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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