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김범수 "SM 주식 매수=경영활동"…법정서 혐의 부인

정세진 기자 2024. 9. 11.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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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남부지법서 첫 공판…검찰 "SM엔터 경영원 취득 위해 시세조종" vs 카카오측 "정당한 경영행위"
SM엔터테인먼트 시세조종 의혹을 받는 김범수 카카오 경영쇄신위원장이 지난 7월22일 오후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2월 SM엔터 경영권 인수 당시 경쟁자 하이브의 공개 매수를 방해할 목적으로 하이브의 공개매수가(12만 원)보다 높게 설정·고정해 시세를 조종했다는 혐의를 받는다. /사진=뉴스1


SM(에스엠)엔터테인먼트 시세 조종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범수 카카오 경영쇄신위원장이 첫 공판에서 혐의를 모두 부인했다. 검찰이 기업의 정상적 경영 활동을 무리하게 기소한 것이 사건의 본질이라고 주장했다.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5부(부장판사 양환승)는 11일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구속 기소된 김 위원장에 대한 첫 공판을 진행했다. 김 위원장은 구속 약 한 달만에 법정에 정장 차림으로 등장했다.

검찰은 김 위원장 등이 지난해 2월 SM엔터 인수 과정에서 경쟁사인 하이브의 공개 매수를 막기 위해 SM엔터 주가를 하이브의 공개 매수가(12만원)보다 높게 고정시켰다고 밝혔다. 검찰은 "김 위원장은 하이브와 전면적인 경쟁 구도를 드러내면 이수만 SM 총괄프로듀서와 SM 사이의 신주 및 전환사채 발행금지 가처분 소송에 미칠 영향과 카카오의 문어발식 확장에 대한 비판적 여론을 우려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김 위원장은 지난해 2월 투자심의위원회를 열고 '평화적으로 (SM 경영권을) 가져오라'고 지시했다"고 했다. 하이브에 대항해 공개매수하는 대신 SM엔터 주가를 올리는 방안을 지시했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의 요구에 배재현 전 카카오 투자총괄대표가 SM엔터을 고가에 장내 매수하자고 제안했다는 게 공소사실이다. 검찰은 "배재현 전 카카오 투자총괄대표는 지난해 2월 28일 투자심의위원회에서 하이브의 공개매수가 실패하고 카카오는 SM엔터 주식을 장내 매수하기 위해 하이브의 공개매수 가격 이상으로 주가를 유지해야 한다고 했다"고 했다.

이어 "김 위원장은 배 전 대표 제안이 하이브의 공개매수 저지 목적의 장내 매집이라는 사실을 잘 알면서도 최종 승인했다"며 "적법한 경쟁 방법은 하이브보다 더 높은 가격으로 대량 공개매수를 하거나 경영권 투자 목적을 자본시장에 제시하면서 5% 이상의 지분을 장내에서 취득하면 된다"고 했다.

검찰은 "배 전 대표가 김 위원장에게 이 방법을 제안했지만 김 위원장이 경영권 취득 목적이 드러나지 않도록 해야 되는 상황에 대해서 인지하고 이를 거부했기 때문에 이 범행 과정에 이른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김 위원장 등은 카카오엔터가 SM엔터 경영권을 인수하면 카카오엔터 뮤직 부문과 SM 실적을 더해 하이브를 넘어 엔터업계에서 1위를 달성할 수 있고 SM엔터 인수 자금도 쉽게 회수할 것으로 판단했다"고 했다.

검찰은 또 "김 위원장은 카카오 자금이 아닌 원아시아파트너스 자금을 동원해 SM엔터 주식을 고정 하기로 배재현 전 투자총괄 대표와 지모 원아시아파트너스 대표와 공모했다"고 했다.

이 과정에서 카카오 창업주인 김범수 위원장이 그룹 내 주요 의사결정을 주도하는 사실상의 최고 의사결정권자라고 검찰은 밝혔다. 김 위원장이 카카오 경영 쇄신을 위해 SM엔터 인수를 결정하고 장내 매수 등 지분 확보 방식에 대해서도 결정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또 지난해 1월 30일 카카오 그룹 투자심의회에서 김범수 위원장이 당시 CFO(최고재무책임자)의 반대에도 SM엔터 인수를 최종 승인하고 SM엔터 주가가 오르지 않도록 보안을 유지하도록 주의를 당부했다고 밝혔다.

카카오 측은 고의가 없었고 경영 활동의 일환이라고 반박했다. 김 위원장 측 변호인은 "주식 매입 행위는 정상적인 경영의 일환"이라며 "시세조종의 고의나 의도가 없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김 위원장은 경영상 필요하다고 판단해 SM엔터 인수를 반대하지 않았다"며 "검찰이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무리하게 기소한 것이 이 사건의 본질"이라고 했다.

원아시아파트너스의 SM엔터 주식 매수에 대해서도 김 위원장이 몰랐다고 했다. 김 위원장 측 변호인은 "김 위원장은 원아시아파트너스가 주식을 매수했다는 사실 자체를 몰랐다"며 "카카오와 카카오엔터가 공동보유한 지분이 5%가 넘지 않아 주식 대량 보유 보고 의무를 위반했다는 공소사실도 성립하지 않는다"고 했다.

김 위원장과 함께 홍은택 전 카카오대표, 김성수 전 카카오엔터 대표 등은 카카오와 카카오엔터 등 카카오 계열사 자금 약 1300억원을 동원해 SM엔터 주식을 대량 매집해 주가를 상승·고정한 데 공모한 혐의로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에 넘겨졌다.

다음 공판은 다음달 8일 오후 3시에 열린다.

정세진 기자 seji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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