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 압박에도 전면 등판한 김건희 여사···‘물러서지 않는’ 대통령실
윤석열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 여사가 야당의 국정·공천개입 의혹에 대한 특검법 압박에도 오히려 단독·공개 일정을 수행하며 전면에 나섰다. 윤 대통령 역시 야당이 ‘반국가세력’ 표현을 근거로 계엄설을 주장하며 압박했지만 ‘반대한민국 세력’이란 표현을 새롭게 꺼내 들었다. 대통령실이 민심과 야당의 압박에 물러서지 않겠다며 ‘마이 웨이’ 의지를 피력한 것으로 해석된다.
김 여사는 지난 10일 ‘세계 자살 예방의 날’을 맞아 119특수구조단 뚝섬수난구조대, 한강경찰대 망원치안센터, 용강지구대를 방문했다. 김 여사는 간식을 들고 현장을 찾아 구조대원 등을 격려했다.
김 여사의 행보는 통치자를 연상케 한다. 김 여사는 “앞으로도 문제를 가장 잘 아는 현장의 목소리에 항상 귀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김 여사는 특히 용강지구대 경찰과 마포대교를 살펴본 뒤에는 “자살 예방을 위해 난간을 높이는 등 조치를 했지만, 현장에 와보니 아직 미흡한 점이 많다”며 “한강대교의 사례처럼 구조물 설치 등 추가적인 개선이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격려 방문을 넘어 사회적 메시지를 내고 정책 제안까지 했다.
최근 명품백 수수와 관련해 국민권익위, 검찰의 무혐의 처분에 이어 검찰수사심의위도 불기소 권고 결정을 하면서 김 여사의 활동폭도 넓어지고 있다. 김 여사는 지난 3일 미국 상원의원 부부들을 청와대 상춘재에 초청해 만찬을 같이 하며 자신의 생일을 축하받기도 했다.
김 여사는 윤 대통령과 함께 대국민 추석 인사 영상에도 다시 등장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다. 김 여사는 지난 2월 설에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윤 대통령 혼자 대통령실 합창단과 등장해 합창했다. 당시 김 여사는 명품백 수수로 여론의 질타를 받고 있었다. 자숙 차원에서 영상에서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것으로 해석됐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법제사법위원회에서 김 여사의 4·10 총선 공천 개입 의혹을 추가한 특검법을 처리하며 압박의 강도를 높이고 있다. 박지원 민주당 의원은 지난 9일 대정부질문에서 “국민들은 ‘김건희 대통령’, ‘윤석열 영부남’이라고 하고 권력자 1위가 김건희라는 소리가 나온다”며 김 여사의 국정 개입을 비판했다. 김 여사가 국정 주도자고 윤 대통령은 그 배우자일 뿐이란 지적이었다. 그럼에도 김 여사가 국정 전면에 나선 것은 야당 비판에 아랑곳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윤 대통령도 마찬가지다. 윤 대통령은 전날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민주평통) 해외지역회의에 참석해 “우리 사회 일각에서는 반대한민국 세력이 존재하고 있다”며 “이러한 세력에 맞서 우리가 똘똘 뭉쳐야 되고, 하나 된 자유의 힘으로 나라의 미래를 지켜내야 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8·15 경축사 등에서 정치적 반대 세력을 향해 반국가세력이란 표현을 썼고, 야당은 이를 근거로 계엄 가능성까지 제기하고 있다. 그러자 윤 대통령은 이번에는 보란 듯이 ‘반대한민국 세력’이란 새로운 표현을 꺼내 들었다.
한국갤럽의 9월 첫째 주 여론조사에서 윤 대통령 국정운영 지지율은 23%로 바닥 수준을 기록했다. 오만·불통 이미지에 의료공백까지 겹치면서 민심 이반은 더욱 심화되고 있다. 그럼에도 윤 대통령과 김 여사가 이같은 행보를 보이는 것은 굳이 여론에 신경쓰지 않겠다는 의미라는 해석이 나온다. 지지율 반등 전략은 접고 강경 지지층을 결집시켜 최소한의 지지율을 지키는 ‘수성전’에 나섰다는 것이다.
한 여권 관계자는 11일 통화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되는 상황을 보면, 야당의 공세를 인정하고 지지층까지 등을 돌리면서 지지율이 급격히 떨어진 탓”이라며 “지지층만 확실히 잡고 가면 높은 지지율은 얻지 못하더라도 국정 운영을 지속할 수는 있다고 (윤 대통령이) 본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최근 반국가세력, 반대한민국 세력 등 이념적 발언에 더해 북한을 향한 강도 높은 발언도 내놓고 있다. 보수 민심을 잡겠다는 취지로 읽힌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통화에서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 같은 인물을 기용하는 것도 결국엔 지지층만 있으면 된다는 의미”라며 “당분간 선거도 없는 상황에서 집토끼부터 잡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순봉 기자 gabg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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