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시오패스’가 된 정해인 “‘불쾌한 에너지’ 주고 싶었어요” [MK★인터뷰②]

금빛나 MK스포츠 기자(shine917@mkculture.com) 2024. 9. 11.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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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원래 거울을 잘 안 보는데, 이번 연기를 준비하면서 살면서 가장 거울을 많이 봤던 작품이 된 것 같아요. 보는 것만으로도 불쾌함을 주고자 많이 노력했어요”

영화 ‘베테랑2’은 ‘배우 정해인’의 ‘재발견의 장’이기도 했다. 해맑으면서도 착하게만 보였던 정해인의 얼굴은 낯선 차가움으로 가득했고, 어딘지 모르게 차가운 그의 눈빛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음에도 묘한 긴장감을 선사하며 관객으로 하여금 눈을 뗄 수 없게끔 했다.

무엇보다 ‘섬뜩한 느낌’을 극대화한 정해인의 ‘동공연기’는 ‘베테랑2’의 관전 포인트 중 하나이다. “영화를 보신 관객들이 ‘새롭다’라는 말씀을 많이 해주시지 않을까 싶다”고 털어놓은 정해인은 극중 보여준 낯섦에 대해 “류승완 감독님께서 의도하신 것이다. 다행히도 원하셨던 모습이 잘 담긴 것 같다. 현장에서 디렉션을 주셨기에 충실히 하려고 노력을 많이 했다”고 말문을 열었다.

사진= CJ ENM
“류승완 감독님께서 ‘박선우는 존재만으로도 불쾌한 분위기를 계속 가지고 갔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많이 해 주셨어요. 다만 불쾌함이 대놓고 들어나서는 안 됐죠. 불쾌한 에너지를 줬으면 좋겠다지만, 그게 대놓고 드러난 것이 아닌 ‘어딘가 모르게’ 이상한게 필요했어요. 함께 연기하는 다른 배우들에게 ‘박선우의 불쾌함’의 티가 나면 안 되기에 저와 감독님만 아는 수신호를 많이 이용했어요. 물론 중반을 넘어가면 박선우의 정체가 오픈이 되기는 하지만, 그전까지는 최대한 감췄죠. 제일 먼저 알아차린 배우요? 서도철(황정민 분) 형사님이 빨리 캐치를 하시더라고요.”

정해인은 박선우가 내뿜는 ‘불쾌한 에너지’를 주기 위한 특별한 노력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뿜어져 나오는 에너지 자체가 어두워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예를 들면 엘리베이터를 타거나 했을 때 어떤 사람이 과잉행동을 하지 않아도, 불편하고 슬깃슬깃 보게 되는 경우가 있을 수 있잖아요. 그런 느낌을 주고 싶었죠. 연기 적으로 봤을 때 먼저 기운 자체가 어두워야겠다고 생각하고 임했던 것 같고, 이를 내뿜기 위해서 범죄자들과 프로파일러의 면담 영상도 많이 봤어요. 보면 움직임이 많이 없더라고요. 잔 동작도 없고, 가만히 앉아서 고개랑 눈만 움직이더라고요. 이를 참고해서 연기했어요. 동작이나 행동보다는 시선이 머무름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연기했던 것 같아요.”

많은 호평을 받았던 정해인의 ‘동공연기’도 이 같은 불쾌한 에너지 발산의 연장선이었다. ‘베테랑2’를 위해 거울을 보고 많은 연습을 했다고 고백한 정해인은 “가장 중요한 건 시선의 머무름이었다”고 말을 이어갔다.

“‘베테랑2’는 정말 거울을 많이 봤던 작품이에요. 저는 원래 거울을 잘 안 봐요. 얼굴에 신경을 안 쓰고 편하게 연기하는 편인데, 이번에는 얼굴의 표정과 눈빛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시선 처리와 방향과 눈이 몇 번 깜빡이는지도 신경썼죠. 제가 몇 번 깜빡이느냐에 따라 느낌이 달라질 수 있으니까요. 무엇보다 중요한 건 시선의 머무름이었어요. 이번 작품에 임하면서 자료를 찾아보니 ‘사람을 쳐다볼 때 몇 초 이상 쳐다보면 불편할 수 있다’는 글을 봤어요. 불쾌함을 주는 시간이 있다고 하더라고요. 대화를 하다보면 시선을 빼기도 하고 바라보기도 하는데, 계속 쳐다보면 불쾌함을 줄 수 있다는 걸 보고, 최대한 이 같은 느낌을 주기 위해 노력했죠.”

‘베테랑2’는 ‘선과 악의 대결’이 아닌 ‘정의와 신념의 충돌’에 더 가깝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정해인이 연기하는 박선우가 있다. 자신의 판단이 곧 명분이 되고, 그 명분을 빌미로 어떤 행동도 서슴지 않는 박선우는 선악을 구분짓기 보다는 많은 생각할 여지를 남긴다.

사진= CJ ENM
정해인 역시 박선우를 이해하기까지 쉽지 않았다. 아니 ‘이해할 수 없음’을 인정한 정해인은 인물이 가지고 있는 성향과 본질에 집중하기로 했다.

“감독님께 가장 많이 질무했던 부분이 ‘박선우라는 캐릭터의 서사를 어떻게 채워나가면 좋을까’였어요. 그때마다 감독님께서는 ‘현상에 집중하고 즐겼으면 좋겠다’고 말씀해주셨어요. 저 역시 연기를 하면서 ‘박선우’라는 인물의 사연과 서사가 생길수록 오히려 제가 표현함에 있어서 어려워질 수 있겠다 싶더라고요. 결국에는 그런 부분을 다 거둬내고 연기했던 것 같아요. 가장 중요한 건 박선우라는 인물은 나르시스트인 부분도 있고 소시오패스 성향도 있다는 점이에요. 두 가지의 성향이 합쳐진 거 같다고 생각했죠. 관종기도 있고, 자신의 목적과 원하고자 하는 방향이 있으면 상대방을 도구로 이용할 수 있는 인물이라고 여겼어요. 계획대로 되지 않을 때는 분노가 터져 나오는 반사회적인 모습도 있고, 사회성이 결여된 인물이기도 하죠. 다만 그걸 가면을 통해서 숨기고 있는 인물이 박선우라고 봤어요. 이러한 부분을 중심에 두고 연기했죠.”

극중 박선우는 서도철을 보고 “저 선배님이 조태오(유아인 분) 잡으시는 거 보고 경찰 된 건데요”라는 말을 한다. 실제로 정해인은 ‘베테랑2’를 통해 선배 형사를 존경하는 막내 형사의 모습을 보여주는가 하면, 서도철의 파트너로서 케미까지 보여주며 극을 이끌어 나간다. 정해인은 “극 중 박선우는 서도철을 어떤 시선으로 바라봤을까”에 대한 질문에 “서도철이라는 인물을 이용한 건 아닐까”라고 조심스럽게 자신의 생각을 전했다.

사진= CJ ENM
“서도철은 정의로운 형사잖아요. 박선우의 입장에서 봤을 때 서도철은 그가 하는 행위들에 좋은 명분을 줄 수 있겠다고 생각하지 않았을까 싶어요. 쉽게 말해 서도철의 ‘정의’를 이용한 거죠. 저는 단 한 번도 박선우의 행동이 정의라고 생각한 적이 없어요. 그가 보여준 모든 행적은 ‘정의’와는 거리가 멀다고 생각해요.”

박선우는 ‘정의는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인물이기도 하다. “박선우의 행동은 정의라고 할 수 없다”고 확고하게 말한 정해인은 이번 작품을 통해 자신의 생각해온 정의에 대해 많이 돌아보게 됐다고 밝혔다.

“‘정의가 과연 무엇일까’라는 생각을 촬영 중에도 했고, 끝나고도 했던 것 같아요. 사람이 가지고 있는 정의가 다 다르기에 쉽게 답을 내리기는 어려운 부분은 맞다고 생각해요. 영화가 사회적인 현상을 표출하고 표방한 거라는 이야기도 있는데, 저 역시 이를 보면서 과연 내가 댓글과 클릭, 좋아요 등의 행동은 과연 아무런 의미가 없는 걸까를 생각하게 됐죠. 스스로도 많이 돌아본 작품이 된 것 같아요.”

앞서 류승완 감독에 대한 신뢰로 대본도 보지 않고 출연을 확정했다고 고백했던 정해인은 그와 같이 작업을 한 소감에 대해 “영화에 항상 빠져계신 분”이라고 말문을 열었다.

“일과 취미가 영화이신 분이신 것 같아요. 영화 이야기만 하면 밤새 이야기 할 수 있겠다 싶었죠. 열정이 어마어마하세요. 그리고 몸을 정말 잘 쓰세요. 웬만한 액션도 가능하실 정도로 몸 상태가 좋으시죠. 저한테 디렉션을 주실 때도 직접 자세를 보여주시면서 하신 적도 있고, 그런 스틸컷이 찍힌 걸 보면서 신기했어요. 배우들이 가지고 있는 컬러와 장점을 잘 알고 계시고, 이를 극대화시켜서 끄집어 내시는 능력도 뛰어나세요. 저 뿐 아니라 같이 작업했던 모든 배우들도 이를 느꼈을 거라고 생각해요.”

사진= CJ ENM
서도철은 함께 일을 하고 원팀을 이루는 서울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 형사들과 함께인 반면, 박선우는 언제나 혼자였다. 이를 연기할 때 외롭지는 않았느냐는 질문에 정해인은 “외롭지 않았다고 오히려 혼자인 게 편했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제가 이상하게 작품을 할 때마다 MBTI가 바뀌어요. 아무래도 주변 환경과 인물의 영향을 받는가봐요. 이번에 검사했을 때는 ISTP가 나오더라고요. 그래서 그런지 혼자인 게 편했어요.”

‘베테랑2’는 닫힌 듯 열린 듯한 뒷맛을 남긴다. 혹시 시즌3에도 박선우가 나오면 출연할 생각이 있느냐는 질문에 정해인은 “당연하다”고 답했다.

“저도 다음 시즌 여부가 궁금해요. 사실 쿠키 영상이 칸에서는 없었거든요. 그래서 감독님께 다음시즌 여부를 묻지 못했어요. 한 번 나중에 만나면 한 번 여쭤보고 싶어요. 만약 시즌3에 박선우가 나온다면 달려가야죠. 누구보다 발 빠르게 뛰어갈 예정입니다. (웃음)”

[금빛나 MK스포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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