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테랑2’ 정해인 “황정민 연기 1열 직관...반성 많이 했다” [MK★인터뷰①]

“처음 ‘베테랑2’ 출연 제안을 받았을 때 꿈인가 생시인가 했죠. 대본도 안 보고 출연을 결정한 건 ‘베테랑2’가 처음이에요.”

배우 정해인이 ‘베테랑’ 세계관에 뛰어들었다. 그동안 본 적 없는 서늘한 얼굴을 극대화한 정해인은 여전히 변함없는 모습으로 악을 처단해 나가는 서도철(황정민 분)과 극명한 대립을 이루며 ‘베테랑2’을 이끄는 주축으로서의 존재감을 입증했다.

‘베테랑2’는 나쁜 놈은 끝까지 잡는 베테랑 서도철 형사(황정민)의 강력범죄수사대에 막내 형사 박선우(정해인)가 합류하면서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연쇄살인범을 쫓는 액션범죄수사극이다. 지난 2015년 개봉해 천만 관객이 넘는 관객들을 동원했던 ‘베테랑’의 두 번째 이야기로, 무려 9년 만에 돌아온 만큼 예비 관객들의 기대가 쏟아지고 있다.

11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정해인은 ‘베테랑2’를 선보이게 된 소감에 대해 “설레면서도 한편으로는 심판대에 올라가는 느낌도 있다. 영화에 대한 평가는 저희가 하는게 아닌 관객들이 보고 해주시는 거기에 떨린다. 다만 제가 봤을 때 잘 나온 것 같아서 실망시키지 않을 것 같다는 자신감도 있다”고 말했다.

‘천만 관객’ 돌파에 성공한 작품의 속편에 합류하게 된 것에 대한 부담감은 없었느냐는 질문에 “부담이 있었다”고 솔직하게 말한 정해인은 “전작이 워낙 잘 됐기에 부담이 없었다고 하면 거짓말일 것”이라고 하면서도 “다만 캐릭터에 대한 부담은 없었다. ‘베테랑’과 ‘베테랑2’는 이야기는 물론 전개 방식도 다르며, 빌런의 성향이나 성질의 결도 다르다고 생각한다. 그렇게에 그에 따른 부담은 없었다. 현장에서도 연기에만 열중했고 순간에만 집중했다”고 털어놓았다.

‘베테랑’이 처음 개봉됐을 당시 관객의 한 명으로서 재밌게 감상했다고 말했던 정해인은 “‘베테랑2’ 제안을 처음 받았을 때 꿈인가 생시인가 했다”며 당시에 대해 회상했다.

“당시 카페에서 쉬고 있었는데 제작사 대표님으로부터 ‘재미난 걸 해보고 싶은데 만날 수 있을까요’라는 말씀을 주시더라고요. 그래서 찾아갔더니 ‘베테랑2’ 출연을 제의해 주시더라. 처음에 듣자마자는 기뻤고 몰려오는 부담감도 있었는데, 제가 하는 일이 부담이 없을 수는 없는 거잖아요. 너무 감사했죠.”

정해인이 ‘베테랑2’의 출연을 흔쾌히 결정한 데에는 류승완 감독을 향한 신뢰도 있었다. 정해인은 대본도 받기 전 류승완 감독과의 이야기를 통해 출연을 결심했다고.

“당시에 시나리오가 완성된 것도 아니었어요. 이후에 감독님을 만났을 때도 대본은 물론이고 시나리오도 없이 3시간 동안 영화 이야기만 했던 것 같아요. 그럼에도 출연해야겠다고 확신했던 건 류승완 감독님께서 이 작품을 얼마나 고민하고 준비하고 있는지를 느낄 수 있었거든요. 특히 박선우라는 캐릭터에 대해 애정을 쏟고 있는지를 느낄 수 있는 자리여서 처음으로 대본도 안 보고 ‘하겠습니다’ 했던 것 같아요.”

당시 ‘빌런’이었는지 알았느냐 몰랐느냐는 질문에 “정확하게는 몰랐다. 그저 이런 캐릭터라는 말은 하셨어도, ‘악역이다 아니다’는 말씀은 없으셨다”고 설명했다. 그렇게 ‘베테랑’ 세계관에 들어선 정해인. 데뷔한지 10년차가 넘은 그였지만, ‘베테랑2’의 대본리딩부터 첫 촬영을 하기까지 하기까지 느꼈던 감정은 ‘신기함’이었다.

“대사를 맞춰보는 자체가 신기하면서도 진짜 ‘베테랑’에 합류하는구나 실감이 나더라고요. 리딩 후에 첫 촬영이 기다려지면서도 약간은 두려워졌어요. 감사한 것이 첫 촬영 후 황정민 선배님께서 ‘잘 했으니 국밥집에 소주 한잔하자’고 해주셨죠. 늦은 시간임에도 24시간 국밥집에서 소주를 마셨어요. 지금도 감사한 기억으로 남는다. 심지어 그 당시 선배님은 술을 안 드실 때였더라고요. 전 잘 몰랐고, 절 배려해서 일부로 시간 내서 술 마셔주신 것 같아서 더욱 감사했어요. (웃음)”

정해인은 황정민과의 호흡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정말 대단한 연기를 1열에서 직관하는 느낌을 받았어요. 덕분에 저도 그 에너지를 받고 연기할 수 있었죠. 모든 연기는 티키타카가 중요하잖아요. 황정민 선배님은 자신이 카메라에 걸리지 않아도, 카메라 뒤에서 열연을 펼쳐주셨어요. 상대방이 더 연기에 몰입할 수 있겠금요. 선배님의 연기를 보면서 스스로 반성도 많이 했고, 저보다 한참 연기를 많이 하신 선배님으로서도 귀감이 많이 됐어요. 30년 이상 연기를 한다면 후배랑 했을 때 꼭 저 모습을 나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죠. 너무 감사하고 멋있었던 모습이 촬영을 하는 내내 늘 있었습니다.”

황정민이 언급한 ‘뽀송뽀송한 국화꽃 같다’는 표현에 대해 “국화는 조문할 때 쓰는 꽃이 아니냐”며 당황하면서도 이내 “선배님은 표현에 솔직하시다. 되게 츤데레시고, 정도 많으시다”고 웃었다.

“툭툭 내뱉으시는 거 같은데 그 안에 정이 있어요. 현장에서 정말 섬세하고 따뜻한 사람이라는 것도 느낄 수 있었죠. ‘황정민’이라는 이름값이 있잖아요. 처음에는 어느 정도 겁먹고 들어갔는데, 노파심이라는 걸 깨달았죠. 이 같은 노파심은 첫 촬영 날 바로 없어졌어요. 하하.”

‘베테랑2’는 지난 5월 칸 국제영화제 미드나잇 스크리닝 부문에 공식 초청되며 2024년 최고 기대작으로 자리매김했다. 이어 9월 개최되는 토론토 국제영화제 스페셜 프레젠테이션 섹션에도 공식 초청되며 작품성과 흥행성을 동시에 인정받기도. ‘베테랑2’로 칸을 방문했던 정해인은 당시 있었던 에피소드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해명하고 싶은 부분이 있어요. 처음 류승완 감독님의 전화를 통해 ‘베테랑2’의 칸 진출 소식을 들었는데, 그때 하필이면 tvN 드라마 ‘엄마 친구 아들’(이하 ‘엄친아’) 촬영 세트장이었어요. 전화상 감독님께서 상기된 목소리로 ‘칸에 가게 됐는데 스케줄을 비워줄 수 있느냐’고 물어봐주셨는데, 세트장이잖아요. 그래서 최대한 차분하게 받았죠. 이후에 감독님께서 ‘전화를 끊고서 나만 좋아하나?’라고 생각하셨던 것 같으신데, 오해였어요. 들뜨면 안 되는 상황이었기에 차분한 거였지, 이후에 차안에서 가는 길에 매니저와 ‘이거 실화냐?’라며 들떴었거든요.(웃음) 심지어 가는 날 비행기 안에서도 실감이 안 났어요.”

언제 ‘칸 영화제’의 초청이 실감나느냐 했더니 정해인은 ‘레드카펫’을 밟은 순간을 꼽았다. 카페르를 밟는 순간 머릿속이 하얘졌다고.

“이제는 덜 떨 때도 된 것 같은데, 칸은 다르더라고요.(웃음) 칸이 유명한 영화제잖아요. 뭐라고 해야할까, 우리나라 영화로 칸에 왔다고 하니, 뭔가 대표자의 자격으로 온 느낌도 있어서 더 긴장했던 것 같아요. 비약해서 말씀드리면 국가대표 느낌도 있었죠. 뿌듯함과 동시에 부담이 들었던 것 같아요.”

정해인은 칸 현지 인터뷰 당시 뤼미에르 대극장 상연 직후의 어머니 표정을 평생 잊지 못할 것 같다고 말했던 바 있다. 이와 관련해 정해인은 어머니의 표정을 계속 보면 저도 같이 터질 거 같아서 외면했었다고 털어놓았다.

“상영이 끝나고 관객들이 10분 동안 기립박수를 해주셨어요. 그 많은 분들 중에서 저희 어머니만 앉아계셨는데, 나중에 들어보니 일어나면 다리의 힘이 풀려서 그럴 거 같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런 어머니의 표정을 보는데, 정말 보자마자 고개를 돌렸어요. 울음이 터질 것만 같았거든요. 어머니께서 ‘애썼다, 고생했다, 기특하다’고 말씀해 주셨어요. 연기적인 어떤 걸 해주신 건 없었죠.”

정해인은 ‘베테랑2’ 속 박선우가 어떤 인물로 기억됐으면 좋겠냐는 질문에 궁금증을 줄 수 있는 인물이었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드러냈다.

“‘왜 그랬데?’라는 궁금증이 나오는 캐릭터로 남았으면 좋겠어요. 박선우가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에 대한 궁금증이 남았으면 만족합니다.”

[금빛나 MK스포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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