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문 안 내렸다고... 경기 직전 수갑 채워진 美NFL 스타
미국 미식축구(NFL) 마이애미 돌핀스의 스타 타이릭 힐이 시즌 개막 경기를 앞두고 경찰에 체포됐다.
10일(현지시각) CNN 등에 따르면, 이 사건은 NFL이 개막한 지난 8일 오전 10시쯤 마이애미 돌핀스와 잭슨빌 재규어스의 경기를 앞두고 발생했다. 시즌 개막전이 시작되기 불과 몇 시간 전이었고, 힐은 당시 홈 구장인 하드록 경기장으로 가던 중이었다고 한다. 마이애미 경찰은 도로에서 검은색 스포츠카를 운행 중이던 힐을 속도 초과와 안전벨트 미착용 등으로 멈춰 세웠는데, 경찰에 비협조적인 태도를 보였다는 이유로 힐에게 수갑을 채웠다.
경찰이 공개한 보디캠 영상을 보면 당시 경찰이 힐의 차에 다가가 차를 세우라고 신호를 보낸 후 창문을 두드렸다. 힐은 “제 창문을 그렇게 두드리지 마시라”고 대답하며 창문을 내렸다. 경찰이 힐에게 “왜 안전벨트를 하지 않았냐”고 묻자 힐은 대답하지 않고 “제 창문을 그렇게 두드리지 마시라”라고 반복해서 말했다. 힐은 “고지서나 달라. 가야 한다. 늦을 것 같다”고 말하며 창문을 올렸다. 이에 경찰이 힐에게 다시 창문을 내리라고 명령하자 힐은 창문을 살짝 내리고 짧은 대화를 나눈 후 다시 창문을 올렸다.
경찰은 힐에게 차에서 당장 내리라고 명령했고, 차 문을 열고 그를 끌어내렸다. 힐이 차에서 나오자 경찰 두 명은 힐을 땅에 밀어 쓰러뜨렸고, 무릎을 등에 대고 수갑을 채웠다. 경찰은 이 과정에서 힐에게 “경찰이 하라고 하면 그렇게 해야 해. 이해했어? 당신이 원하는 대로가 아니라 우리가 시키는 대로”라고 말했다. 경찰이 처음 힐의 창문을 두드린 때부터 그를 바닥에 눕혀 수갑을 채울 때까지 걸린 시간은 약 1분 30초다.
심지어 마이애미 돌핀스의 또 다른 선수인 칼레 캠벨도 현장에 있는 경찰과 상황을 논의하려다 수갑이 채워졌다고 한다. 경찰은 캠벨에게 현장을 떠나라 했고, 떠나지 않으면 차를 견인하겠다고 위협했다고 한다. 일련의 소동 후 두 선수는 풀려났고, 힐은 경기에 출전해 잭슨빌 재규어스를 상대로 20대 17로 승리했다. 그는 수갑을 찬 모습을 흉내내는 세리머니를 했다.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경찰은 내가 과속했다고 했지만 난 잘 모르겠다. 내가 타이릭 힐이 아니었다면 상황은 최악의 시나리오로 갔을 것”이라고 했다.
힐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소동을 일으키려 한 게 아니다. 내가 창문을 내리면 사람들이 지나가다 나인 걸 알아채고 사진을 찍으니 소동을 일으키고 싶지 않았다. 그냥 고지서를 받고 끝내고 싶었다”고 했다. 이어 그는 “저와 제 가족이 이런 일을 당해야 한다는 게 너무나 절망스럽다”고 했다.
힐의 소속팀 마이애미 돌핀스도 경찰의 행동을 비판했다. 마이애미 돌핀스는 성명을 통해 “우리 사회를 보호하고 있는 사람들이 선수들에게 불필요한 힘을 행사하고 적대감을 보인 이번 사태에 대해 화가 나고 가슴 아프다”며 “마이애미 경찰이 영상을 신속히 공개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한 것을 칭찬하지만, 이 일에 가담한 경찰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로 신속하고 강력한 조치를 취해 줄 것을 촉구한다”고 했다. 경찰 측은 이번 사건에 대한 내부 조사를 시작했으며, 이번 일에 관여한 경찰 중 한 명을 행정 업무로 배치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지역 경찰 노조는 “힐이 경찰에 협조적이지 않았다”며 경찰의 행동에 지지를 표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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