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부겸 “尹 국회 개원식 불참 잘못… 李 계엄설 주장은 난센스”
“尹 국정브리핑·회견 자화자찬
4대 개혁 어떻게 할지 안 밝혀”
“李, 다양한 의견·이해 조율해야
집단 따돌림은 민주주의 부정”
“文 前대통령·부인 망신주기 수사
檢 아주 교활한 정치 하고 있어”
잠행 깨고 정치권에 작심 발언
“절박함 있어 … 제 역할 하겠다”
지난 4월 총선 이후 잠행을 이어오던 더불어민주당의 김부겸(66) 전 국무총리가 세계일보 인터뷰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향해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한 정치를 해야 한다”며 작심 발언을 쏟아냈다. 윤 대통령에게는 “내 정부이니 내 맘대로 하는 것인가. 국민이 선출한 대통령이다. 전제군주가 아니다”라며 국정운영 방식의 전환을 촉구했다. 이 대표를 향해서는 “당에서 다른 목소리를 용납하지 않으면 국민이 그 지도자의 말을 신뢰하겠느냐”며 쓴소리를 했다. 벼랑 끝으로 치달으며 돌파구를 찾지 못하는 의료대란을 두고서는 “국민 생명을 담보로 자존심 대결을 해선 안 된다”며 여·야·의·정 주체가 조속히 해법을 찾아달라고 촉구했다. 윤석열정부의 독선적 정치 행태와 이재명 대표의 일극체제에 신물이 난 중도·온건층을 겨냥해 상식과 통합에 방점을 찍은 메시지로 정치 행보를 재개한 것이다. 인터뷰는 10일 서울 용산구 세계일보 사옥에서 진행됐다. 다음은 일문일답.
“대통령이 기분 좋아야 국회에 가는가. 집행권을 가진 정부를 감시 감독하는 국민의 대표기구가 국회다. 대통령도 국회도 국민의 위임을 받았다. 대통령이 마음에 안 들고 심기 불편하다고 국회에 안 가면 어떡하나. 잘못된 생각이다.”
―대통령의 국정브리핑과 기자회견은 어떻게 봤나.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모르겠다. 정말 의아했다. 대통령의 상황인식이 저렇게 안이할 수 있나. 국민은 경제가 추락한다며 불안해하고 있다. 금과옥조로 여겨온 민주주의 제도와 절차가 흔들리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대통령은 자화자찬하더라. 4대(연금·의료·교육·노동) 개혁을 어떻게 하겠다는 구상도 빠져 있다. 그게 제일 답답했다.”
“그러니 국회에 가서 설득도 하고 타협도 해야 한다. 그러려고 대통령에게 정무수석도 있고, 여당 원내지도부도 있는 것이다. 그런 것을 안 하면 대통령이 헌법 정신을 지키는 것이 아니다.”
―일부 인사 임명 과정에서 잡음이 있었다.
“기가 막힌다. 인사를 왜 그렇게 고집스럽게 하나. 인사는 국민에게 통치철학을 압축적으로 설명하는 것이다. 문제가 된 사람들은 국민의 보편적 눈높이에 맞지 않았다. 그럼에도 이들을 임명해야 한다면 이유를 설명해야 한다. 이 정부는 그런 게 없다.”
“대통령과 정부의 체면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대한의사협회가 의대 증원 원점 재논의만 주장하는 것도 국민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국회가 중심이 돼 여·야·의·정 테이블을 만든다고 하니 다들 조건 없이 참석해야 한다. 국민의 생명을 담보로 힘겨루기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속히 표명하기 바란다.”
―민주당의 ‘이재명 일극체제’에 대한 비판도 적잖다.
“이 대표의 목표는 당대표가 아니다. 대통령이 되려는 것 아닌가. 그렇다면 다양한 의견과 이해관계를 조율해야 한다. 타협안을 도출하고 공동체를 이끌어야 한다. 다른 의견을 가진 이들이 움츠러드는 상황은 이 대표 자신의 리더십을 풍부하게 하는 데도 적절치 않다.”
“포퓰리즘의 구체적 징표다. 나와 다른 생각이면 짓밟고 인정을 안 한다. 집단 따돌림을 한다. 다양성을 존중하는 민주주의의 근본 원칙을 부정하는 것이다. 용납돼선 안 된다. 강성 지지층에 자제를 요청하고, 대한민국이 함께 잘살도록 긍정적 역할을 해 달라고 설득해야 한다. 그게 지도자다.”
―탄핵과 특검, 거부권이 쳇바퀴처럼 돌면서 정치가 실종됐다.
“정쟁과 민생을 분리해야 한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해 국회로 돌아온 법안을 민주당이 다시 관철할 힘은 부족하다. 당장 해결할 방법이 없다면 다른 일을 해야 한다. 국민 삶을 개선하는 민생 법안과 정책으로 성과를 내면 국민이 환영하지 않겠나.”
―전 국민 25만원 지원법을 두고 당 안팎 논란이 적잖다.
“13조원이 든다고 한다. 그 돈이 갑자기 어디서 생기는 게 아니다. 다른 사업을 접거나 후세에 빚을 떠넘겨야 한다. 어려운 경제를 살릴 마중물 노릇을 하기 위해 국채 발행을 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재정을 그렇게 쓸 수는 없다.”
“난센스다. 상식적으로 국민이 뜬금없게 여기지 않나. 170석 가진 제1당이 계엄령 의혹 제기하는 게 말이 안 되잖나. 국회의원들을 전원 체포할 것이라는 등 주장은 하면 안 된다.”
―금융투자소득세와 종합부동산세 논쟁도 뜨겁다.
“금투세를 시행하기에는 준비가 많이 안 돼 있다. 금투세를 과세하려면 룰 세팅이 돼야 한다. 우리는 아직 그게 안 돼 있다. 덩치 큰 법인은 비과세로 돼 있다. 해외 주식 관련 부분은 과세 방법도 없다고 한다. 행정을 해본 경험으로 보면 증권사가 가진 개인정보와 국세청 데이터 간 연동도 돼야 한다. 상당한 거부감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준비를 보다 세세히 해야 할 것이다. 제도를 보완하기 전까지는 시행을 유예하자고 정치권이 합의했으면 한다. 종부세는 과세 대상이 너무 많아졌다. 있는 재산이 집 한 채뿐인데 종부세 내기 어려울 수 있다. 제도는 존치하되 과세 대상은 줄이고 징수를 상속 때 하는 식으로 개선하면 좋겠다.”
“검찰이 아주 교활한 정치를 하고 있다. 전직 대통령과 부인까지 건드려 망신주기식 수사를 한다. 누가 봐도 정치적 보복행위라고 국민이 느낄 것이다. 또다시 나라 전체가 편 가르기로 흐를 것이고 불행에 빠질 것이다. 윤 대통령은 정치 보복의 악순환을 끊어내야 할 사람 아닌가. 엄중히 경고한다. 손에 쥔 칼이라고 마구 휘두르면 안 된다.”
―정치적 행보를 재개한 이유는 무엇인가.
“정치적 견해를 표명하는 것은 나름대로 절박감이 있어서다. 극단주의자들이 편을 나눠 자기들만 옳다고 하는 상황이 방치되면 안 된다. 나라의 미래를 위해서도, 청년들을 위해서도, 인공지능(AI)으로 대표되는 새 문명을 준비해야 할 때다. 이를 위해 제 역할을 하겠다.”
대담=이천종 정치부장, 정리=배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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