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가 미끼를 물었다’…“3 대 1로 싸웠다” 화풀이도

이본영 기자 2024. 9. 11.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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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스-트럼프 첫 TV 토론]
유권자 63% “해리스가 더 잘해”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10일 밤 텔레비전 토론이 끝난 뒤 기자들이 있는 필라델피아 컨벤션센터로 들어오고 있다. 필라델피아/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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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가 미끼를 물었다.”

10일(현지시각)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텔레비전 토론을 지켜본 전문가들은 해리스 부통령이 이겼다는 평가를 내놨다. 검사 출신으로 상대를 몰아가는 능력을 지닌 해리스 부통령이 여러 대목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을 당황하게 만들었고, 일침을 놓은 표현들도 득점 요인이 됐다는 것이다.

그랜트 리허 시러큐스대 교수(정치학)는 “분명히 해리스에게 더 나은 저녁이었다”며 “성격이나 지도력 문제를 두고 트럼프를 효과적으로 ‘기소’했다”고 한겨레에 밝혔다. 또 해리스 부통령이 “더 부정적이고 덜 합리적으로 보이도록 효과적으로 트럼프의 화를 돋웠다”고 평가했다.

정치 분석 사이트 ‘새버토의 크리스털볼’의 존 마일스 콜먼 부편집장도 한겨레에 보낸 이메일에서 “해리스가 이겼다”며 “처음에는 긴장돼 보였으나 그가 집중하는 임신중지 이슈가 빨리 제기되면서 그 덕을 본 것 같다”고 했다. 그는 “트럼프는 해리스가 던진 미끼를 거부하지 못했다”며 “확실히 해리스는 바이든이 아니었지만 트럼프는 우리가 몇년 동안 봐온 트럼프였다”고 평가했다.

워싱턴포스트가 경합주 유권자 25명에게 물은 결과에서도 23명이 해리스 부통령이 잘했다고 평가했고,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잘했다는 이는 2명에 그쳤다. 시엔엔(CNN) 방송이 여론조사 기관 에스에스알에스(SSRS)에 의뢰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이날 토론을 지켜본 등록 유권자의 63%는 해리스 부통령이 더 잘했다고 답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초반부터 트럼프 전 대통령을 “낡고 지겨운 각본, 여러 거짓말, 불평, 악담”으로 정치를 하는 사람으로 규정하면서 문제점을 파고들었다. 해리스 부통령은 당당한 표정으로 상대를 응시한 반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다소 찌푸린 얼굴로 카메라만 쳐다보고 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후반으로 가면서는 상대의 공세에 안색이 변하면서 “지금 내가 말하고 있다”, “조용히 하라”며 신경질적 반응도 보였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불리한 소재는 빨리 건너뛰거나 역공의 소재로 활용하는 해리스 부통령의 솜씨에 눌렸다. 그는 미군 13명이 폭사한 아프가니스탄 철군 문제를 주된 공격 포인트로 삼으려고 했다. 그러나 해리스 부통령이 2019년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집권할 때 탈레반 지도부를 캠프데이비드 별장에 초청하려고 한 일 등을 추궁하자 해명하는 입장으로 바뀌었다. 또 해리스 부통령이 임신중지에 대한 입장을 추궁하는 가운데 전국적 임신중지 법안에 거부권을 행사할지에 대해 명확한 답변을 피하는 등 혼란스러운 모습을 노출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번에도 2020년 대선 패배를 인정하지 않으면서 “난 역대 현직 대통령으로서는 가장 많은 7500만표를 얻었다”고 말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8100만명이 당신을 해고했다”는 한마디로 반박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해리스는 모든 사람의 총을 뺏으려 한다”는 주장도 했으나, 해리스 부통령은 “팀 월즈(민주당 부통령 후보)와 나는 총기 소지자”라며 무안을 줬다. 해리스 부통령은 권총을 갖고 있다고 2019년에 밝힌 바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또 그의 유세장에서 사람들이 지겨워서 자리를 일찍 뜬다는 해리스 부통령의 말에 발끈하면서 “사람들은 해리스의 유세에는 가지 않는다. 그는 돈을 주고 사람들을 버스로 실어나른다”고 근거 없는 말을 했다. 자신의 유세에는 “정치사상 가장 엄청난” 인파가 몰린다며 역시 사실과 다른 주장을 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토론이 잘 풀리지 않았다는 점을 자인하듯 소셜미디어에 “지금까지 내 토론 중 최고였다. 특히 3 대 1의 대결이라 그렇다”는 글을 올렸다. 그의 측근들도 “해리스의 앞잡이였다”고 주장하는 등 진행자 데이비드 뮤어와 린지 데이비스에게 화풀이를 했다. 근거 없는 주장에 팩트체크 차원에서 질문한 것을 문제 삼은 것이다. 뮤어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이민자들의 남의 집 개와 고양이를 잡아먹는다고 주장하는 것은 근거가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자 트럼프 전 대통령은 “텔레비전에 나온 사람들이 ‘내 개가 잡혀가 식량으로 쓰였다’고 말했다”며 같은 주장에 집착했다.

해리스 부통령 캠프는 토론이 끝난 직후 2차 토론을 제안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토론 직후 “(해리스 부통령이) 오늘 밤 토론에서 매우 심하게 졌기 때문에 두 번째 토론을 원하는 것”이라며 “한 번 더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고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워싱턴/이본영 특파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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