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中친강 둘러싼 의문 계속…홍콩매체 "WP 오보"
(서울=연합뉴스) 윤고은 홍제성 기자 = '중국 최단명 외교부장'으로 기록되며 1년여 전 공식 석상에서 사라진 친강이 낮은 직급으로 강등돼 국영 출판사로 좌천됐다는 미국 워싱턴포스트(WP)의 보도에 대해 홍콩 매체들이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했다.
홍콩 명보는 11일 베이징의 한 소식통을 인용, "세계지식출판사에 친강이라는 직원은 있지만 이름과 성이 같을 뿐 다른 사람"이라며 친 전 외교부장은 이 출판사에서 일하지 않는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WP 보도는 정보 출처가 익명 소식통인 데다 직접적인 증거도 없어 인터넷상에서 적지 않은 의문점을 낳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 현지매체 펑파이의 국제뉴스 담당 편집장인 위샤오칭도 소셜미디어에 "WP 보도의 전문적 수준이 높지 않다"며 클릭을 유도하기 위한 낚시성 기사라고 폄훼했다고 명보는 전했다.
홍콩 성도일보도 같은 내용을 보도하면서 "WP가 자책골을 넣는 실수를 했다"고 비판했다.
미국의소리(VOA)도 10일(현지시간) 친강을 둘러싼 의문이 계속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WP는 지난 8일 친강이 중국 외교부 산하 세계지식출판사에 적어도 서류상으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고 익명을 요구한 두 명의 미국 전직 관리를 인용해 보도했다.
이에 대해 VOA는 "일부 관측통들은 WP 보도가 공직을 떠난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한 것이고 진위는 여전히 확인해야 한다고 지적한다"고 전했다.
이어 "일부는 WP 보도에 회의적이며, 다른 이들은 이것이 중국공산당이 통치하는 정치 시스템 내 불확실성과 무상함의 증거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미국 싱크탱크인 아시아소사이어티 중국분석센터의 닐 토머스 연구원은 소셜미디어 엑스(X·옛 트위터)에 "친강이 세계지식출판사로 옮긴다는 루머는 몇 달 동안 계속 돌았다. 소식통이 미국 전직 관리들이라는데 난 그들이 누군지 모른다. 그러나 이를 보도한 기자들은 최고의 기자들이다"라고 썼다.
반면 암호 보안 전문가 찰스 스미스는 엑스에 "세계지식출판사 직원들이 친강을 본 적이 없다고까지 언급한 그 기사를 나는 믿지 않는다. 그는 연장된 낚시 휴가 중이다"라며 수중에서 낚시하고 있는 해골의 이미지를 첨부했다.
VOA는 그러면서 앞서 미국 정치매체 폴리티코의 보도를 언급했다.
작년 12월 폴리티코는 친강이 국가안보 조사를 받았고 고문으로 사망했거나 자살했다는 설이 돌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어 소식통들은 친강이 서방 정보기관과 손을 잡았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 그의 잠적과 경질의 진짜 배경이라고 주장했다고 전했다.
VOA는 아울러 친강이 경험 많은 동료들보다 외교적 수완이 부족하고 전랑(戰狼·늑대전사) 모드에서 벗어나기 어려웠다는 지적이 제기됐다는 WP의 기사에 달린 한 독자의 댓글을 미국 칼럼니스트 제임스 핀커튼이 트윗한 것에 주목하기도 했다.
해당 독자는 "나는 중국 경제가 결딴나자 시진핑(중국 국가주석)이 전랑 전술이 중국 산업의 추락을 악화시켰음을 깨달았다고 믿는다"며 "이러한 난센스(nonsense·전랑 전술)는 서방, 특히 미국을 짜증 나게 했을 뿐만 아니라 여러 서방 기업이 중국을 떠나 사업에 더 친화적인 곳을 찾아가게 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베트남과 다른 나라들이 크게 이득을 봤다"며 "따라서 이 천치(idiot·친강)는 실제로 중국공산당의 위신을 떨어뜨렸고 그게 그의 새로운 이력이 사서(librarian)인 까닭이다. 시진핑은 세계를 향한 전랑 태도로 큰 실수를 했고 이러한 사실을 이제 깨달았다고 나는 믿는다"고 썼다.
앞서 NYT는 지난 2월 중국 공산당에서 당 대 당 외교를 담당하는 류젠차오 중앙대외연락부장이 친강의 낙마 후 왕이 당 중앙외사판공실 주임이 1년가량 겸직해온 외교부장 후임으로 거론된다고 보도했다.
NYT는 그러면서 류젠차오의 발탁은 중국이 전랑 외교에서 벗어나는 신호탄이 될 것이라고 짚었다.
prett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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