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로 정하라는데···은행마다 다른 ‘실수요자’에 수요자들 우왕좌왕

김지혜 기자 2024. 9. 11.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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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대출 정책을 놓고 갈지자 행보를 보이던 금융당국이 은행권 ‘자율관리’를 주문하면서 1주택자까지 옥죄던 은행권의 대출 규제는 실수요자 중심으로 다시 완화되는 분위기다. 다만 은행마다 실수요자를 판단하는 기준이 달라 금융 소비자들의 혼란이 빚어지고 있다.

지난 8월 한 은행 주택담보대출 안내문 모습. 연합뉴스

폭등하던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가계대출 증가세는 이달 들어 다소 주춤해졌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전날 기준 5대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727조2494억원으로 지난 8월 말(725조3642억원) 대비 7영업일 만에 1조8852억원 증가했다. 주택담보대출(주담대) 잔액은 570조2586억원으로 같은 기간 1조5970억원 늘었다. 전달 동기와 비교하면 증가폭이 각각 30% 가량 축소된 것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이달 들어 은행 창구도 크게 한산해지는 등 대출 수요 자체가 줄고 있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그러나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증가분은 여전히 연간 목표치를 상회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이에 대한 관리를 주문하면서 구체적인 방법은 ‘은행권 자율’에 맡긴 상황이다. 이에 은행들은 기존의 대출 규제를 이어가면서도 실수요자를 위한 예외 조항은 확대하는 쪽으로 다시 방향을 틀고 있다.

관건은 투기 수요와 실수요를 어떻게 구분하느냐다. KB국민, 신한, 우리은행은 각 은행의 여신심사 인력으로 4~5명 규모 ‘실수요자 심사 전담팀’을 꾸렸다. 전담팀은 기존의 대출 규제로 피해를 보는 실수요자 사례를 정리해 판단 기준을 만들고, 필요시에는 개별 대출 신청건에 대한 판단을 내린다. 특히 이들 은행은 통상 실수요자로 분류되는 1주택자의 수도권 주담대까지 제한하고 나선 터라, 결혼·상속 등 예외 기준을 만드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

문제는 은행마다 기준이 달라 소비자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일례로 1주택자가 다른 주택으로 이사하는 ‘갈아타기’를 실수요로 볼 것인지에 대한 판단이 은행마다 제각각이다. KB국민과 신한은행은 이를 실수요로 인정하되 ‘선매도 후매수’의 기준을 세웠다. 기존 보유 주택을 늦어도 대출 실행일까지는 매도할 경우에만 다른 주택을 매수할 자금을 빌려주겠다는 것이다. 반면 우리은행은 대출 실행일 기준으로 6개월 이내에만 기존 주택을 팔면 된다.

모두 각 은행이 자의적으로 정한 기준으로, 이는 신규 주택 취득 3년 안에 기존 주택을 처분하면 ‘일시적 2주택자’로 보고 비과세 혜택을 주는 세법상의 기준과도 맞지 않다. 같은 수요자가 어떤 은행의 판단을 받는지에 따라 ‘실수요’ 또는 ‘투기 수요’로 분류되는 셈이다. 부동산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1주택자의 갈아타기 관련 실수요자 판단 기준이 어떻게 되는지 문의하는 글이 잇따르고 있다.

실수요자 판단 기준은 향후 또 달라질 수도 있는 상황이다. 1주택자의 전세대출을 규제하고 있는 우리은행의 경우 직장 변경, 자녀 교육, 질병 치료, 부모 봉양, 이혼, 분양권 취득 등 다양한 실수요자를 고려해 예외 조항을 마련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과거 대출 사례에 기반한 판단 기준으로 앞으로 예외 조항이 추가되거나 조정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지혜 기자 kim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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