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태풍 ‘야기’ 사망자 152명으로 껑충…하노이 경보·대피령

김서영 기자 2024. 9. 11.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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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태풍 ‘야기’로 인해 홍수가 발생한 베트남 하노이에서 11일(현지시간) 주민들이 물이 넘치는 길 위에 배를 띄워 물건을 옮기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슈퍼태풍 ‘야기’가 휩쓸고 간 베트남에서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야기가 소멸한 뒤에도 홍수와 산사태가 연이어 발생하며 30년 만의 가장 큰 피해를 낳았다.

11일(현지시간) VN익스프레스 등 현지 매체를 종합하면 야기로 인해 이날 오전 10시50분 현재 누적 152명이 숨지고 140명이 실종됐다. 부상자는 764명이다. 전날 밤 기준 집계(사망 141명·실종 59명)에서 증가했다.

피해가 집중된 지역은 수도 하노이를 비롯한 베트남 북부다. 북부 최대 강인 홍강은 이날 오전 수위가 16년 사이 최고 수준인 10.76m를 기록해 2단계 경고 기준(10.5m)을 넘어섰다. 2단계는 주거 지역, 경제 및 사회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중간 정도 홍수에 해당한다. 홍강 수위가 10.5m를 넘어선 것은 2008년 이후 처음이다.

이날 하노이시는 “2008년 이후 강 수위가 이 정도에 도달한 적이 없어 주민들이 예상치 못했을 수 있다. 홍강 수위 추가 상승으로 인해 강가와 저지대에 심각한 홍수가 발생할 위험이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바딘, 호안끼엠, 롱비엔 등 10개 구에 경보를 발령했고, 롱비엔 다리 등 6개 교량에 차량 통행을 금지했다.

홍강에 인접한 지역엔 대피령이 내려져 1200가구 이상이 집을 떠나야 했다. 이미 물에 잠긴 지역에선 군인과 주민들이 배를 타고 구조 작업에 나섰다. 여행객들이 많이 찾는 호안끼엠 구시가지 일대를 비롯해 행정 중심가와 상업 지역도 침수 피해를 봤다.

다강·로강·꺼우강 등 주요 강 수위도 높아졌다. 당국은 푸토·닌빈·옌바이 등 9개 성·시에서 홍수가 발생했고 북부 16개 성·시에는 산사태와 돌발 홍수가 발생할 위험이 있다고 밝혔다. 하노이 외에 박장, 타이응우옌, 하이퐁 등 산업단지가 많이 들어선 북부 도시들도 피해를 입었다. 북부에서 홍수 피해를 입은 주택은 약 5만채, 농경지는 16만2828㏊에 달한다.

베트남 북부 라오까이성 누 마을에서 11일(현지시간) 한 주민이 산사태에 휩쓸려간 마을의 잔해를 바라보고 있다. AFP연합뉴스
슈퍼태풍 ‘야기’가 상륙한 베트남에서 차량들이 주변 오토바이 운전자를 강풍에서 보호하며 움직이고 있다. 뚜오이쩨 유튜브 갈무리

여행지 사파로 유명한 라오까이성에선 산사태가 일어나며 마을 하나가 통째로 사라지기도 했다. 소수민족이 거주하는 라오까이성 누 마을에서는 37가구가 매몰됐다. 30명은 사망한 채 발견됐으며 14세 미만 아동 32명을 포함해 70명이 실종됐다. 사망자수는 전닐 밤 16명에서 계속 늘어나는 추세다. 간신히 탈출한 한 주민은 “1994년부터 이 마을에서 살았지만 이렇게 끔찍한 홍수를 본 적이 없다”고 전했다. 그는 “개울 소리가 너무 커 아침에 일찍 깼다. 진흙이 솟구쳐 올라 아무것도 볼 수 없었다”고 했다.

당분간 피해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베트남 기상 당국은 홍강 수위가 더 상승해 이날 오후 최고치를 찍고 점차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또한 12일 오전까지 하노이에 폭우가 이어지며 돌풍과 천둥, 번개 등이 발생할 수 있다고 밝혔다.

베트남에선 야기가 지난 30년 동안 가장 큰 태풍 피해를 입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온라인상에는 피해 상황을 담은 사진이 공유됐으며, 주변 차량이 오토바이를 강풍에서 지켜주며 운전하는 장면과 같은 미담도 퍼졌다.

김서영 기자 westze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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