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체육회장의 셀프 3연임 시도에 제동 건 문체부
문화체육관광부가 최근 체육단체 임원의 연임 허용심의 관련 제도를 개선할 것을 대한체육회와 대한장애인체육회에 권고했다. 내년 3연임에 도전이 유력한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의 행보에 사실상 제동을 건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문체부는 이달말까지 두 단체에 권고 이행 현황을 제출하도록 요청했으며 수용 여부에 따라 후속 조치를 검토할 예정이라고 11일 밝혔다.
앞서 2월 국민권익위원회(이하 권익위)는 대한체육회와 대한장애인체육회에 '체육단체 임원의 징계관할문제권(이하 징계관할권) 상향'을 권고한 바 있다. 대한체육회와 대한장애인체육회가 회원단체인 산하 회원종목단체와 가맹단체 등의 임원 징계를 관할하라는 것이다. 회장을 포함해 체육단체 임원의 징계를 해당 단체에서 자체 심의하는 것은 공정하지 않다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양 단체는 징계관할권이 각 단체의 고유 권한이란 이유로 수용 곤란 입장을 밝혔고, 문체부는 이에 대해 권익위의 제도개선 권고 이행을 요구했다.
문체부는 대한체육회와 대한장애인체육회가 회원단체에 대해 임원의 해임과 자격정지, 직접 관리 등 관리단체 지정, 회장의 인준(승인), 포괄적 지시권 등 광범위한 지도·감독 권한을 행사하고 있고, 회장 선거나 전국대회 관련 비위 사건은 현재도 직접 징계를 하면서 임원의 징계관할권에 대해서만 '회원단체의 자율성'을 존중하겠단 것은 모순된다고 지적했다.
또 2020년 8월 스포츠윤리센터가 출범한 이래 올해 4월까지 징계를 요청했는데도 미이행한 116건 중 징계대상이 체육단체 임원인 경우가 38건(33%)에 달한다며 개선이 필요하단 입장이다. 일부 단체의 경우엔 징계혐의자가 해당 단체 법제상벌위원장(재판장)을 겸임해 징계 처리를 하지 않는 비정상적 상황도 있었다고 비판했다.
대한체육회와 회원단체 임원의 임기는 '1회에 한해 연임'하되, 대한체육회 스포츠공정위원회의 심의를 받아 임기 연장이 허용된다. 그런데 현 스포츠공정위원회의 구성은 지난해 2월 말 열린 정기대의원 총회에서 이 회장이 위원 선임 권한을 위임받은 상태다.
이후 이 회장이 선임한 위원안에 대해 대한체육회의 자율성을 존중하고, 회원단체 임원의 심사 등을 고려해 당시 문체부가 회장 의견을 그대로 수용한 바 있다. 하지만 이 회장이 임기 연장을 위해 스포츠공정위원회에 심의를 신청하는 경우가 생기면 '본인이 임명한 위원에게 본인의 연임제한 허용 심의를 맡기는 일'이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게다가 스포츠공정위원회 위원장은 현 회장의 '특별보좌역'으로 2017년 1월부터 2년간 활동한 직후 2019년 5월부터 위원회에서 활동하고 있다. 따라서 이 회장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위원장이 이 회장의 연임제한 허용 심의를 맡게되는 것은 부적절하단게 문체부 판단이다.
문체부는 회장 임기 연장은 예외를 인정한단 점에서 엄격한 심사가 필요한데도, 현재 상태로 절차가 진행되는 것은 심사의 일반법 원칙인 '제척·기피·회피'에 위반된다고 본다. 아울러 스포츠공정위원회의 임기 연장 심의 기준도 대한체육회 정관에 반한단게 문체부의 시각이다. 현행 대한체육회 정관 제29조 제1항은 임원의 '재정 기여, 주요 국제대회 성적, 단체 평가 등 지표를 계량화해 평가한 결과 그 기여가 명확한 경우'에 한해 연임 제한의 예외를 인정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 심사기준은 정관과 맞지 않는다. 정관이 정량지표를 규정하고 있는데, 정성평가 비중이 50%에 달하고 심사 지표의 약 70%가 정관과 무관하거나 관련성이 매우 낮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심사 지표 중엔 △임원의 이사회 참석률 15점(회장의 경우 이사회 소집 권한 보유 및 의장이라 당연히 만점) △임원의 포상 경력 5점(비체육분야 포상도 인정, 정관과 무관) △징계이력 및 개인 범죄사실 5점(결격사유이지 기여와 무관) △발전 비전 제시 20점 및 심의 대상자의 대체 불가 정도 10점(정관과 관련성 낮은 정성지표) 등이 있어 문제란 지적이다. 여기에 심사기준에 '허용'과 '불인정'을 구분하는 통과점수가 있어야 하나 존재하지 않아, 위원들의 합리적 판단뿐만 아니라 심의 대상자들의 예측 가능성조차 확보할 수 없어 자의적 심사가 가능해진다.
한편 대한카누연맹과 대한수영연맹 회장을 거친 이 회장은 2016년부터 대한체육회장을 2연임했고 내년 3연임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유동주 기자 lawmaker@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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